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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보다도 더 빠르게 퍼지는 가짜뉴스, 현혹되지 않으려면?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0-02-25 수정일 2020-03-24 발행일 2020-03-01 제 3184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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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바이러스’에 대한 근본 해독제는 ‘진리’
가짜뉴스, 실수로 인한 오보와 달리 의도적으로 허위사실 퍼뜨리는 것
불안과 공포·혐오정서 가중시키고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회문제
가짜뉴스 만든 사람도 잘못이지만 무비판적 수용·전파하는 것도 문제
‘확증편향’이나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사실 확인 꼼꼼히 하는 습관 필요
미디어 리터러시 익히는 것도 도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보다도 더 빠르게 퍼지는 가짜뉴스에도 곤혹을 치르고 있다. 가짜뉴스는 불안과 공포, 그리고 혐오정서를 가중시킬 뿐 아니라 범죄로도 이어져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교회는 십계명 중 8계명을 통해 ‘거짓 증언을 하지 마라’고 가르치며, 가짜뉴스를 단호히 반대하고 있다. 평화를 해치는 가짜뉴스는 왜 등장하는 걸까. 이 가짜뉴스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무엇이 문제일까?

가짜뉴스는 신문, 방송 등 전통적인 매체뿐 아니라 모바일과 SNS 등을 통해 허위로 정보를 퍼뜨리는 것을 의미한다. 넓은 의미에서는 뉴스 생산자가 잘못 알거나 잘못 기록하는 오보도 가짜뉴스라고 부를 수 있지만, 우리가 흔히 가짜뉴스라고 칭하는 것은 주로 의도적으로 거짓정보를 퍼뜨리는 것을 말한다. 2017년 한국언론학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주최한 ‘Fake news 개념과 대응방안’에서도 ‘가짜뉴스’를 실수로 작성된 오보 등과 구분해 ‘의도적으로 허위사실을 뉴스의 형식으로 퍼뜨리는 것’으로 국한할 필요성에 관해 제기된 바 있다.

교회가 전통적으로 가르쳐 왔듯이 거짓 증언은 대표적인 죄 중 하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를 통해 “사람들은 때때로 다른 계명들을 지지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제8계명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무자비하게 다른 사람을 욕한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여기서 우리는 어떻게 부주의한 혀가 지옥불로 타올라 모든 사태를 불태우는지를 보게 된다”(115항)고 경고했다.

가짜뉴스는 누군가를 비난하고, 혐오하게 만들어 더 큰 문제가 된다. 이번 코로나19의 가짜뉴스들도 ‘시노포비아’, ‘아시안포비아’라는 중국인 혐오, 아시아인 혐오를 가속화 시키는 역할을 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교회는 ‘거짓 증언’에 관한 계명을 ‘이웃’과 결부시켜 가르치고 있다. 성경은 ‘거짓 증언을 하지 마라’는 8계명에 관해 “이웃에게 불리한 허위 증언을 해서는 안 된다”(신명 5, 20)고 설명한다. ‘거짓 증언’이라는 행위는 이웃을 해하는 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비말(미세한 액체)’을 타고 전염된다면, 가짜뉴스는 ‘말’을 타고 퍼진다. 특히 모바일과 소셜네트워크, 소셜미디어 등의 온라인 매체는 이 ‘말’을 빠르게 퍼뜨린다.

■ 왜 빨리 퍼질까?

코로나19에 관한 가짜뉴스는 불안감과 비례해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가짜뉴스가 퍼지자 정부와 경찰이 가짜뉴스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을 해왔음에도 2월 19일 대구지역에서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커지자 또다시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렸다.

가짜뉴스는 사람들의 욕구와 감정을 이용해 관심을 끌고, 또 그 관심으로 전파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8년 제52차 홍보 주일 담화를 통해 “가짜뉴스는 꼬투리를 잡아 비난하는 성향이 있어서, 고정 관념이나 공통된 사회적 편견에 호소함으로써, 또한 불안, 멸시, 분노, 좌절과 같은 손쉽고도 즉각적인 감정을 이용함으로써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는다”고 말했다. 또 “가짜뉴스는 바이러스처럼 빨리 퍼지고 막아내기 어렵다”며 “인간 존재에게서 쉽게 불타오르는 채울 수 없는 탐욕을 공략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러스가 ‘비말(미세한 액체)’을 타고 전염된다면, 가짜뉴스는 ‘말’을 타고 퍼진다. 특히 모바일과 소셜네트워크, 소셜미디어 등의 온라인 매체는 이 ‘말’을 빠르게 퍼뜨린다. 가짜뉴스를 만든 사람도 문제지만,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퍼뜨리는 다수의 사람들도 가짜뉴스 확산에 일조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교회는 가짜뉴스를 받아들이고 퍼뜨리는 이들에게도 도덕적인 책임이 있음을 역설한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이웃의 도덕적인 결점을 충분한 근거도 없이 은연 중에라도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경솔한 판단의 죄를 짓는다”고 가짜뉴스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잘못을 지적한다. 또 “타인의 결점이나 과실을 이를 모르는 사람에게 객관적으로 타당한 이유 없이 알리는 사람은 비방의 죄”를 지으며 “허위로 다른 사람들의 명예를 해치고, 그들에 대해 그릇된 판단의 계기가 되는 사람은 중상의 죄를 짓는다”고 가르치고 있다.(2477항)

■ 어떻게 식별할까?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가짜뉴스에 현혹되는 이유를 사람들에게 있는 ‘확증편향’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확증편향이란 자신의 생각과 같은 것은 것을 보려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거부하거나 무시하는 성향이다. 매번 모든 정보의 사실을 확인하고 판단하는 일이 피로하기 때문에 기존의 생각을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성향이 강해질수록 사실보다 개인의 생각이나 감정적 호소로 정보를 판단하게 돼 가짜뉴스에 쉽게 현혹될 수 있다.

교회는 가짜뉴스에 현혹되지 않을 것을 강조하고 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이용자들은 대중 매체를 대할 때 절제와 규율을 지켜야 한다”며 “불성실한 영향력에 더 쉽게 저항하기 위해서 식견을 갖추고 정확한 의식을 다져가야할 책임이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전한다.(2496항)

어떻게 해야 확증편향에서 벗어나 가짜뉴스를 식별할 수 있을까. 가장 빠른 방법은 팩트체크, 즉 사실 확인이다. 국제도서관연맹은 가짜뉴스를 확인하는 8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 방법은 ▲출처 밝히기 ▲본문 전체를 읽기 ▲작성자 확인하기 ▲근거 확인하기 ▲날짜 확인하기 ▲풍자 여부 확인하기 ▲선입견 점검하기 ▲전문가에게 문의하기 등이다.

나아가 미디어 리터러시를 익힌다면 가짜뉴스에 쉽게 현혹되지 않을 수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미디어 이용자가 정보를 주체적으로 판단·평가하며 이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미디어에 흘러넘치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판단해 정확한 정보를 찾아내고, 사실을 확인하는 습관을 기르는 등의 능력을 키움으로써 가짜뉴스에 대응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짜뉴스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진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거짓 바이러스에 대한 가장 근본적 해독제는 진리로써 정화되는 것”이라면서 “진리 식별을 위해 우리는 친교를 증진하고 선을 장려하는 것과 고립과 분열과 대립으로 이끄는 것을 구별해내야 한다”고 말한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