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주님 보시니 좋았다] (14) 아직도 끝나지 않은 ‘새만금 삼보일배’

한승우 새만금살리기위원회 위원장(전북녹색연합)
입력일 2020-02-11 수정일 2020-02-11 발행일 2020-02-16 제 3182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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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피조물은 서로 관련되어 있기에 사랑과 존경으로 소중히 다루어야 합니다. 살아 있는 피조물인 우리는 모두 서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모든 지역은 이 가족을 돌보아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찬미받으소서」 42항)

“1992년의 ‘환경과 개발에 관한 리우 선언’에는 다음과 같이 나옵니다. ‘심각하거나 회복 불가능한 환경 피해의 우려가 있을 경우, 과학적으로 완전히 확실하기 않다는 핑계로 환경 악화 방지를 위한, 비용 효율이 높은 조치의 실행을 미루어서는 안된다.’”(「찬미받으소서」 186항)

2019년 9월 26일 전북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종교시민사회단체 ‘새만금 해수유통 촉구 1000인 선언’ 기자회견 모습. 전북녹색연합 제공

2003년 3월 28일,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을 비롯한 네 분의 성직자가 새만금 해창 갯벌에서 청와대까지 삼보일배를 진행했다.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 분노를 참회하며 새만금개발의 중단을 온 몸과 마음을 던져 호소했다. 그리고 새만금 사업을 착공한 지 30년, 새만금 수질개선사업을 시작한 지 20년이 되는 2020년을 맞았다.

2006년 새만금방조제가 막힌 이후 새만금 사업을 반대하며 활동하던 환경운동가와 어민들은 절망 속에서 대부분 떠났지만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활동의 목표는 ‘새만금 간척사업 중단’에서 ‘새만금 해수유통’으로 달라졌지만 여전히 진실을 말하고 생명을 살리기 위한 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단장 오동필ㆍ김형균)은 2003년부터 현재까지 매월 새만금을 찾아 생태계와 주민들 삶의 변화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2020새만금해수유통전북행동’은 2020년 새만금 해수유통 결정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그 동안 정부가 추진해 온 새만금 수질개선사업을 평가하고, 새로운 수질개선대책을 마련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2001년부터 2010년 그리고 2차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20년 동안 4조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새만금 수질개선사업을 실시했다. 그리고 정부는 최종 새만금호의 담수화(염분이 없는 물로 변화시킴) 목표시기를 2020년으로 정한 바 있다.

현재 새만금호의 수질은 최악의 6등급 수준이다. 아직도 제한적이지만 바닷물이 유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이 그러한 것이다. 20년 동안 수질개선사업을 실시했지만 새만금호의 수질은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새만금은 물고기조차 살 수 없는 ‘죽음의 호수’가 됐다. 새만금사업을 추진했던 공직자와 위정자라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전라북도청의 관계공무원과 도지사는 여전히 새만금호의 수질개선은 가능하다며, 3단계 수질개선대책을 환경부에 건의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계속해서 새만금호의 담수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공직자와 위정자의 부끄러움은 누구의 몫인가?

현재 새만금 사업은 애초의 계획과는 완전히 다른 사업이 됐다. 단지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목적에 국한된 새만금호의 담수화를 굳이 고집해야 할 이유도 없다. 수질개선 예산의 10분의 1만 있어도 농업용수의 대안은 마련할 수 있다. 새만금 해수유통과 농업용수 대안 마련을 통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만금호의 담수화를 고집하는 이유가 뭘까?

문규현 신부의 말처럼 새만금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진실성’을 가늠하는 단어가 되고 있다. 낮은 사람들과 진실의 편에 서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2020년의 현실은 여전히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 분노를 참회하는 ‘삼보일배’가 진행 중이다. 2020새만금해수유통전북행동은 ‘새만금 해수유통을 촉구하는 1만인 선언’을 현재 진행하고 있다.

한승우 새만금살리기위원회 위원장(전북녹색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