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제14회 생명의 신비상 대상 ‘모현가정호스피스’ 책임 이명옥 수녀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0-01-28 수정일 2020-01-28 발행일 2020-02-02 제 3180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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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 앞둔 분들에게서 주님 주신 아름다움 발견”
 말기 암 환자 돌본 공로 인정 받아
“일상에서 힘든 일 이겨가고 삶의 의지 찾는 것도 생명수호”

제14회 생명의 신비상 시상식이 열린 1월 15일 서울 중구 명동 로얄호텔에서 대상 수상 기관인 ‘모현가정호스피스’의 책임자 이명옥 수녀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제14회 생명의 신비상 대상에 ‘모현가정호스피스’가 선정됐다. 국내 최초 가정방문 호스피스 기관인 모현가정호스피스는 30여 년간 말기 암 환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헌신해 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2005년 생명의 신비상이 생긴 후 대상이 선정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개인이 아닌 단체가 대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시상식 이튿날인 1월 16일, 모현가정호스피스 책임자 이명옥 수녀(마리아의 작은 자매회)에게 소회를 들었다.

이 수녀는 “(모현가정호스피스) 수녀들의 노고가 하나의 밀알이 돼 퍼지는 것 같아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죽음을 앞둔 이들을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하느님의 일이자 자신들의 삶이라고 밝힌 이 수녀는 이번 수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자신들이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 그렇게 맺은 열매가 세상에 어떻게 보이는지, 환자들에게서 무엇을 발견하고 있는지 등을 되돌아보게 됐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이 수녀는 “앞으로도 교회와 세상이 걸어가는 길에 동참해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수녀는 그간의 가정방문 기억을 떠올리면서 “환자들에게서 가장 훌륭한 예술을 발견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사람은 누구나 업적을 쌓고 자신이 빛나길 바라고 인정받고 싶어 하지만, 하느님 앞에 서는 죽음의 시간에는 모든 게 필요치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내가 돼 평안한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뜻이다.

이 수녀는 “하느님 앞에 모든 영혼은 거푸집이나 껍질을 벗고 평안해진다”며 “하느님과 나만 오롯이 아는 그런 편안함이 주어지고, 그분이 함께 계시기에 우리는 평온히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히 이 수녀는 “죽는 것만이 죽음은 아니다”라면서 생명수호를 위한 활동을 “멀리서 찾지 말라”고 강조했다. 살면서 듣기 싫은 말을 듣거나 성적이 안 좋아 불안하고 우울할 때 등 모든 “크고 작은 일에 내 마음이 아프면 그게 다 죽음”이고 “일상에서 그런 어려움을 겪을 때 스스로 이겨나가는 것, 그렇게 이겨나가고 또 살고 이겨나가고 또 살고 하는 것이 다 생명”이라는 설명이다. 이 수녀는 “그래서 죽음은 삶의 한 조각”이라면서 “우리도 이제 그렇게 사는 것밖에 안 남았다”고 밝혔다.

모현가정호스피스는 ‘내일이면 늦을, 오늘 돌봄이 필요한 영혼들을 위해’ 1987년 설립된 가정방문 호스피스 기관이다.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설립자 메리 포터 수녀의 영성에 따라 말기 암 환자들이 임종 때까지 삶을 집에서 유지할 수 있도록 통증 완화와 영적 돌봄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