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해외 원조 주일 기획] 기후 변화 피해 지역 돕는 한국카리타스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20-01-14 수정일 2020-01-15 발행일 2020-01-19 제 3179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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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재해로 신음하는 지구촌에 도움의 손길
태풍·홍수·가뭄·지진·쓰나미 등 기후 변화 따른 긴급구호 지원
지난 5년간 58개 사업 50억 원

태풍·홍수·산사태 33건, 가뭄·식량 위기 19건, 지진 및 쓰나미 5건, 혹한 1건. 2015~2019년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이사장 김운회 주교, 이하 한국카리타스)이 기후 변화로 인한 긴급구호에 지원한 내역이다. 한국카리타스는 위 58개 사업에 약 50억 원을 지원했다.

2018년과 2019년 ‘난민’을 주제로 구호 활동을 벌인 한국카리타스는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 생태계의 위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올해에는 기후 변화 때문에 발생한 각종 재난 상황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원조를 이어갈 계획이다.

해외 원조 주일을 맞아 기후 변화로 고통을 겪고 있는 지구촌 이웃들의 참혹한 실상과 각 나라 카리타스와 연대한 한국카리타스의 지원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 지역 로힝야 난민 캠프. 기후변화로 인해 우기가 길어져 집중호우와 산사태의 위험에 놓인 이곳에 방글라데시카리타스의 지원으로 난민들이 나무를 심어 환경을 개선하고 산사태를 방지했다.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제공

■ 아프리카 니제르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인근 지역은 기후 변화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과 극심한 피해를 받고 있는 지역이다.

니제르, 나이지리아, 차드, 말리, 부르키나파소 등 전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아프리카 서부 지역에서는 기후 변화 때문에 생기는 종족 간 분쟁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은 서아프리카 지역을 이슬람화하고자 2002년 나이지리아 공격을 시작으로 카메룬, 차드, 니제르까지 점차적으로 테러의 영역을 확대해 주민들의 피해가 극심해지고 있다.

2015년 2월, 보코하람은 니제르 남동부 디파에서 무차별 공격을 지속하면서 주민들이 경작한 작물과 농기구를 훔치는 등 악행을 자행했다.

니제르에서는 기후 변화로 인해 가뭄 발생 지역에서 연달아 홍수가 발생하는 빈도가 늘면서 그나마 보관해 오던 농작물마저 떠내려가 먹을 것이 아예 없어지는 위기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에 니제르카리타스는 2015년부터 지속적으로 긴급구호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매년 주민들의 필요를 파악해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8년에는 식량과 생계 지원이 가장 절실한 주민들에게 식량 구입을 위한 현금을 제공했고, 여성과 청년 700명이 경제 활동을 재개할 수 있게 도왔다.

한국카리타스는 2015~2018년 니제르 분쟁 및 가뭄 피해 긴급구호를 위해 미화 25만 달러(한화 약 2억8743만 원)를 지원했다.

■ 아시아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 캠프

2017년 8월 25일, 로힝야 무장단체와 정부군 사이에 무력충돌이 발생해 400명의 군인과 3000명의 로힝야족 주민들이 사망하고 약 90만 명 이상이 미얀마 라카인 주에서 방글라데시로 대피했다.

로힝야 난민들은 방글라데시에서도 가장 낙후되고 사람이 거주할 수 없어 비어 있던 콕스 바자르 지역에 정착했다.

이 지역은 지반이 진흙이라 매우 약하고 태풍과 홍수에 취약하다. 또한, 기후 변화로 인해 우기는 더욱 길어져 집중호우와 산사태의 위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로힝야 난민들은 우기를 견딜 수 있는 견고한 집과 음식을 요리하기 위한 연료가 필요하지만 방글라데시 정부는 로힝야 난민들이 난민 캠프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이동의 자유를 금지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로힝야 난민들은 쿠투팔롱 숲에서 나무를 베기 시작했다. 짧은 기간에 수십만 명의 난민들이 벌목하면서 두 달 사이 약 1652만㎡의 숲이 사라지고 사막화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방글라데시카리타스는 사막화로 홍수와 산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을 예상해 대체 연료로 LPG가스 스토브를 지급하고 재난재해예방 사업 계획을 확대했다. 또한, 난민들이 사막화 현상과 그로 인한 재해 위험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실시한 결과, 난민들은 나무와 잔디를 심으며 토양 침식과 홍수를 방지하는 데 힘을 보탰다.

한국카리타스는 방글라데시카리타스와 함께 2017~2018년 로힝야 난민 긴급구호 사업에 미화 15만 달러(한화 약 1억6426만 원)를 지원했다.

■ 아프리카 짐바브웨

아프리카 남부에 위치하고 있는 짐바브웨는 원래 곡창지대였다. 그러나 가뭄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장기간 이어지면서 식량과 물이 매우 부족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2019년 3월, 대형 태풍 이다이가 짐바브웨를 강타해 25만 명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 짐바브웨는 태풍 피해로 더욱 극심한 식량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됐다. 주식인 옥수수 밭의 61%가 훼손됐고 우물 및 급수 시설이 파손돼 충분한 식량과 깨끗한 급수 지원이 시급해졌다.

같은 해 8월, 전체 인구의 33%인 약 550만 명이 식량과 식수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자 짐바브웨 정부는 긴급 재난 사태를 선포했다.

이에 짐바브웨카리타스는 식량, 급수 시설, 위생 키트, 소규모 가축 농사 도구를 제공하기 위한 긴급구호 사업을 추진했다.

한국카리타스는 2016년 짐바브웨의 식량 위기 긴급구호 사업에 미화 10만 달러 (한화 약 1억1510만 원), 2019년 태풍 피해 긴급구호 사업에 미화 5만 달러(한화 약 5874만 원)를 지원했다.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사무총장 추성훈 신부(가운데)와 직원들이 1월 13일 오전 지원 결정을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

■ 인터뷰 -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사무총장 추성훈 신부

“기후 변화는 미래 아닌 현재의 위기”

이미 많은 이들이 삶의 터전 잃어

‘가난한 이 울부짖음’에 관심 요청

“사람 살리는 일 적극 참여했으면”

“기후 변화를 걱정하는 세상 목소리의 대부분은 자연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생활방식의 변화와 환경보호를 위한 정부 정책들의 시급한 개선만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초래한 기후 변화로 인한 위기 때문에 이미 누군가는 삶의 터전을 잃었고, 지금도 생명을 잃을 심각한 위협을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이하 한국카리타스) 사무총장 추성훈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빌려 자연 생태계의 위기는 ‘지구의 울부짖음’일 뿐만 아니라,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이라고 강조했다.

“분쟁 지역의 소식은 언론에 자주 등장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집니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인한 위기를 버티고 있는 이들의 소식은 특별한 때가 아니면 알 수가 없습니다. 또 간혹 등장하는 기후 변화에 관한 언론 보도를 보더라도 ‘지금’이 아니라 현재의 생활방식으로 살아갈 때 ‘미래’에 심각한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식의 경고를 담은 내용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에 2020년과 2021년, 2년 동안 한국카리타스는 신자들과 함께 기후 변화가 초래한 ‘현실’에 관심을 가지려고 합니다.”

한국카리타스는 전 세계 168개 카리타스 회원기구 중에서 국제카리타스 긴급구호 사업을 정기적으로 지원하는 20여 개 기구 중 하나이며, 2018년도에는 전 세계 카리타스 회원기구 가운데 2번째로 많은 지원을 하는 등 국제카리타스 내에서 지원 규모와 기여도가 점차 커지고 있다.

“아직도 많은 신자들이 해외 원조 주일은 알지만 이날 모인 헌금이 한국카리타스를 통해 전 세계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전해지고 있다는 것을 모릅니다. 또한 가톨릭교회의 해외원조활동이 아닌, 광고를 통해 많이 알려진 단체들을 후원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한국카리타스는 많은 곳에서 지원 요청을 받고 있지만, 현재 규모로는 모든 요청에 도움을 드릴 수 없는 현실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의 관심과 후원으로 더 많은 곳에 지원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끝으로 추 신부는 보다 많은 신자들의 적극적 동참을 부탁했다.

“신앙생활이란 단순히 ‘믿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살리는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원조 주일에 대한 정성과 관심은 단순히 물질적 나눔이 아니라 바로 그리스도의 사람을 살리는 일에 참여하는 것임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