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주교 성성 20주년 맞는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19-12-17 수정일 2019-12-17 발행일 2019-12-25 제 3175호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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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웠던 주교직, 교구 공동체와 함께 노력해와”

2010년 제2대 의정부교구장 임명… 교구 사목방향 설정
북한과 맞닿은 지역 특성상 한반도 평화에 노력 기울여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가 12월 14일 주교 성성 20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주교직 수행을 회상하고 현재의 상황 진단과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고 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당황스럽고 앞이 깜깜해졌습니다.”

12월 14일 주교 성성 20주년을 맞은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는 처음 주교 임명 소식을 받았을 때 이같이 느꼈다고 회상했다.

이 주교는 “주교서품 전 피정에 들어가 성경을 펼쳤는데, ‘내가 모세와 함께 있어 주었듯이 너와 함께 있어 주며, 너를 떠나지도 버리지도 않겠다. 힘과 용기를 내어라.’(여호 1,5-6)라는 내용이 나왔다”며 “모세가 세상을 떠나고 여호수아가 통수권을 인계하는 내용이었지만, 두려움에 차 있던 나에게 해 주시는 말씀 같아 용기를 가지고 교회의 부르심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제2대 군종교구장으로 주교직을 시작한 이 주교는 주교 임명 후 첫 성탄 밤 미사를 전방 사단에서 봉헌했다. 이 주교는 “주교로서 활동의 첫발을 내딘 나에게 그날 병사들이 보내 준 많은 격려와 환영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면서 “모든 병사들에게 주님의 사랑을 노래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열심히 봉사했다”고 말했다.

한편 20년간 주교직을 수행하며 세 명의 교황을 알현했다는 이 주교는 “세 분의 교황님은 각기 다른 성향을 지녔지만, 모두에게서 큰 위로와 힘을 받았다”며 “특히 한반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격려해 주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에게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장으로서 새 희망을 간직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목적 열정을 보여 주고 있는 교구 신부님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반면 신자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무기력한 신부님들을 보면 주교로서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고백했다. 이 주교는 “사제들을 이해하고 독려하는 것이 모든 사목의 원동력이 된다”며 주교의 역할 중 사제들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0년 제2대 의정부교구장으로 임명된 후 이 주교는 2014년 사목서한을 발표하면서 향후 10년간 의정부교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했다.

이 주교는 “의정부교구는 지역 특성상 이주민과 난민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면서 “파주, 의정부, 구리 3군데로 나눠 이주민들과 연대하고 있으며, 동두천에 거주하는 아프리카 난민들을 위해서는 면담과 서신 등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의정부교구는 북한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민족화해 사목에도 주력하고 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장이기도 한 이 주교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활동이 의정부교구 지역적 특성의 가장 큰 과제”라고 밝혔다. 또한 “경기 북부지역은 고령화가 심각해 요양원이 많기 때문에 특별히 노인사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공동체 사목과 청소년 사목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주교는 “이 부분들에 많은 역점을 두고 있지만, 한국사회 전반적인 상황과 봉사자들의 수가 부족해 큰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럼에도 의정부교구는 사제단 연령층이 비교적 젊고 열정이 많아 희망적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의정부교구는 전국 교구 중 가장 늦게 지난 7월 7일 평신도사도직협의회를 창립했다. 이 주교는 “늦게 설립된 만큼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공동합의성에 주력해 함께 걸어가는 교회를 만들도록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러한 관심을 교구민들도 느꼈을까. 교구민들은 이 주교를 두고 “옆집 할아버지 같이 친근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주교는 “부족한 점이 훨씬 많은데 편안하게 대해 주는 교구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고, 또 많이 다가가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함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20년간 주교직을 수행하며 교구 사제들과 교구민들을 통해 오히려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사제들이 열정적으로 사목할 수 있도록 아버지로서, 선배로서 다가가겠고, 평신도를 포함한 모든 공동체가 함께하는 사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