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목공 마을 ‘아임우드’ 운영자 심상무 작가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19-12-17 수정일 2019-12-17 발행일 2019-12-25 제 3175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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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톨릭만의 문화와 전통 만들어 나가야”
모든 방향서 보이는 입체 십자가 제작
“일일이 깎고 끼워 만들며 마음 담아”

목공 마을기업 ‘아임우드’ 운영자인 심상무 작가가 자신이 만든 십자가들을 들어보이고 있다.

발상의 전환.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결과물을 보기 전까지 쉽게 생각해 낼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서울 금천구에서 목공 마을기업 ‘아임우드’를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목수 심상무(요아킴·51·서울 시흥5동본당) 작가가 만든 ‘평화 십자가’도 그러하다.

평화 십자가는 전, 후, 좌, 우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십자가 형태를 유지하는 입체형 십자가다.

평화 십자가에 대한 아이디어는 우연히 떠올랐다.

수년 전 어느 날, 산에 올랐던 심 작가는 지상에 있는 수많은 십자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중 전동 모터가 달린 한 십자가가 회전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조금 경박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지는 알겠더라고요. 그 때부터 왜 십자가는 정면에서만 봐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됐지요.”

그렇게 몇 년을 고심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지금의 평화 십자가가 나오게 됐다.

심 작가의 아이디어는 평화 십자가에서 그치지 않았다. 온누리를 품는 평화 십자가 외에도 주님이 팔을 벌려 우리를 안아 주는 모양의 ‘사랑 십자가’, 두 팔을 하늘을 향해 올린 ‘환희 십자가’, 팔을 아래로 내린 ‘자비 십자가’, 한 쪽은 하늘을, 다른 쪽을 땅을 가리키는 ‘지향 십자가’ 등을 만들어 냈다.

각각의 십자가들은 이름에 맞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감사와 기쁨을 나누고 싶을 때에는 ‘환희 십자가’가,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전할 때는 ‘자비 십자가’가 제격이다.

심 작가는 “작은 십자가 하나 만드는 데에 1000번 손이 간다”고 말한다. 모든 작업이 손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린다.

숙련된 장인의 손으로도 사포질 하는 것만 15~20분은 족히 걸리고, 십자가의 팔 부분도 본드로 붙이는 것이 아니라 일일이 깎고 끼워 만든다. 이렇게 완성된 십자가는 ‘제품’이 아닌 ‘작품’이다.

‘심상무 십자가’의 또 하나의 특징은 모든 십자가는 참죽나무로 만든다는 것.

참죽나무는 예전에는 울타리, 전봇대 역할까지 했던 흔한 나무다. 봄마다 새순을 따기 위해 가지를 꺾을 때마다 상처가 하나씩 생겨나고, 베면 피 같은 빨간 진액이 나오는 것이 예수님의 수난과 닮았다.

스스로 “십자가에 미쳤다”고 말하는 심 작가는 “마을에서 만들어 세계에 알리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심상무 짜임’이라는 독창적인 짜임법을 창안해 내고, 문화재수리기능자(소목)이자 수많은 특허ㆍ디자인 등록을 보유하고 있는 아이디어맨이지만 당분간은 십자가 제작에 전념한다는 각오다.

“한국에 천주교가 들어온 지 250년이 다 돼 갑니다. 이제는 한국 가톨릭만의 문화와 전통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형 성물 제작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의 십자가 시리즈가 그 역할을 해내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그리고 십자가를 통한 나눔의 삶을 실천하고 싶습니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