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주님 보시니 좋았다] (12) 배달은 용기를 싣고… 일회용품 사용 줄이자

녹색연합 배선영(크레센시아) 전환사회팀 활동가
입력일 2019-12-17 수정일 2019-12-17 발행일 2019-12-25 제 3175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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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사회에서 ‘다회용 사회’로의 전환 필요한 때
배달 용기 특성상 오염 불가피
세척하더라도 재활용에는 한계
‘다회 용기’ 사용 시스템 도입 등
재사용에 가치 둔 사회로 가야

“우리 산업 체계는 생산과 소비의 과정 끝에 나오는 쓰레기와 부산물의 처리나 재사용 능력을 개발하지 않았습니다. 현재와 미래 세대들을 위하여 자원을 보존할 수 있는 순환 방식을 여전히 채택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재생 불가능한 자원 사용의 최소화, 소비 절제, 효율 극대화, 재사용, 재활용이 필요합니다.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지구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버리는 문화에 맞서는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입니다.”(「찬미받으소서」 22항)

“생활양식을 바꾸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힘을 발휘하고 있는 이들에게 건전한 압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구매는 단순히 경제적인 행위가 아니라 언제나 도덕적인 행위입니다.” (「찬미받으소서」 206항)

분리배출된 배달용기지만 오염돼 재활용할 수 없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 한 명이 연간 이용하는 배달 음식 횟수가 최소 43회에서 71회라고 한다. 한 배달 주문 대행업체의 경우 2014년에 비해 2018년 주문 건수가 약 900% 증가했다. 그만큼 급성장한 배달 시장, 그 속도에 맞게 배달 시 사용된 1회 용품 쓰레기도 증가함이 자명한데 이에 대한 실태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빨리빨리’의 속도와 ‘편리함’의 효용이 맞물려 배달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1회 용품 쓰레기 문제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었다. 수많은 1회용 플라스틱 문제 중 녹색연합이 ‘배달’ 1회 용품에 집중하는 이유다.

1회 용품은 「자원의 절약 및 재활용 촉진을 위한 법률」에서 규제하는데, 배달 시에는 1회 용품을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사실상 마음껏 사용하도록 예외로 두고 있다. 배달을 이용하는 소비자도, 음식을 제공하는 업체도, 주문을 대행하는 회사도, 그 누구도 배달 1회 용품 쓰레기의 발생과 그 환경 영향에 대해 책임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배달 용기의 특성상, 오염은 불가피한데 재활용은 불가능하다. 배달하는 메뉴가 다양해지고, 음식을 담는 용기의 종류도 진화하고 있다. 문제는 재활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가령, 뜨거운 김치찌개나 떡볶이를 담았던 하얀 플라스틱 용기는 이염돼 깨끗이 세척도 어렵다. 이럴 경우 아무리 분리배출에 신경쓰더라도 재활용에는 한계가 있다. 또, 국내 재활용 시스템에서는 재활용 선별장이라고 하는 중간 재활용 업체에서 모든 재활용 쓰레기가 섞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아무렇게나 버린 쓰레기의 이물질이 쉽게 오염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이에 2019년 11월 22일 정부는 ‘1회 용품 함께 줄이기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강화된 1회 용품 규제 계획을 내놓았는데, 주목할 점은 ‘다회 용기’ 사용에 대한 계획이다. 앞으로 다회 용기를 이용한 배달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2030년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한 ‘다회용 그릇 순환 시스템’을 개발하는 업체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고, 1회 용품의 대안으로서 다회용 시스템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재활용’(Recycle)보다 ‘재사용’(Reuse)에 가치를 둔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발생량은 느는데 재활용은 되지 않아 문제가 많았던 커피숍 1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에 대해서 규제가 진행되자 카페 매장 내 1회용 컵 사용량은 줄고, 다회용 컵 사용량은 약 82%로 늘었다. 이렇듯 1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적절한 규제로 행동을 촉진하고 재사용(Reuse) 개념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점진적으로 다회 용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구조적으로 필요하다. ‘한 번 쓰고 버려도 되는’ 1회용 사회에서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다회용 사회로의 전환은 지금 여기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리 모두가 불편해도 괜찮다는 ‘용기’를 조금씩 내야 하지 않을까.

녹색연합 배선영(크레센시아) 전환사회팀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