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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제주 제2공항 문제로 드러난 우상숭배 / 양기석 신부

양기석 신부rn(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입력일 2019-12-17 수정일 2019-12-17 발행일 2019-12-25 제 3175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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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정부 때인 2015년 국토교통부는 ‘제주공항 단기 인프라 확충방안 용역 보고서’를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의뢰하였습니다. ADPi는 ‘기존 제주공항의 보조 활주로를 활용해 교차활주로 방식으로 운영하면 시간당 이착륙 횟수가 60회 정도로 늘어나기 때문에 제주도의 장래 항공 수요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며 사실상 제2공항의 건설이 필요하지 않다는 보고서를 내어놓았지만 세상에 공개하지 않고 은폐되었습니다. 그러나 2019년 5월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과정에서 그동안 은폐했었던 보고서가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또한, 10월 30일에 공개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 대해 국무총리실 산하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제2공항 사업지구는 인근에 철새도래지가 있고 과수원, 양돈장 등이 입지한 지역’이어서 ‘국내외 규정에 부합하지 않아 (제주 제2공항으로) 입지적 타당성이 매우 낮은 계획’이므로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제시했습니다.

KEI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 나왔을 때 이미 “법정보호종 서식 지역이자 철새도래지 보전을 위한 노력과 항공기-조류 충돌 예방 등을 고려해 규제대상 시설물과 철새도래지 등이 지정되지 않은 입지 대안을 검토할 것을 요청했으나 적정하게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이것만이 아니라 사업 시행에 따른 (삶의 질 저하, 재산상 피해 등) 항공기 소음피해를 예방할 방안 검토를 요청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도 국토교통부와 제주특별자치도정이 제주 제2공항을 고집하는 이유는 큰 비용을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산 일대에 계획대로 사업이 시행되면 소요될 비용은 5조1278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연구용역 결과대로 제주공항 운영을 개선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십 분의 일 이하라고 합니다. 4대강 사업 때에도 그러하였듯이 지역 개발을 원하는 주민들을 의식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대기업과 거대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는 경향이 있습니다.

국책사업이라는 빌미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이들과 그런 세력으로부터 반대급부를 얻으려는 정치인들의 야합이 결국 대다수 국민들의 피해를 강요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마치 돈이라는 선악과를 탐하며 스스로 하느님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이들로 인해, 제주도라는 ‘에덴동산’이 다시 폭행을 당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명령을 전하는 모세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탐욕을 포기하지 못해서 결국 맏아들을 잃었던 이집트 파라오의 어리석음이 제주도와 이 사회에서 다시 반복되고 있습니다. 하느님과 생명이 아닌 돈을 우선하는 이 사회의 우상숭배는 결국 파국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양기석 신부rn(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