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단법인 ‘생명평화일꾼 백남기 농민 기념사업회’ 정현찬 초대 이사장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19-11-26 수정일 2019-11-26 발행일 2019-12-01 제 3172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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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농민의 정신 새기며 창조사업에 동참하길”

정현찬 사단법인 ‘생명평화일꾼백남기농민기념사업회’ 초대 이사장은 “백남기 농민의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동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백남기 농민을 비롯해 이 땅의 수많은 농민과 노동자들이 왜 민중총궐기를 하게 됐는지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백남기 농민의 정신이 곧 한국 농민의 정신입니다.”

사단법인 ‘생명평화일꾼백남기농민기념사업회’ 초대 이사장직을 맡은 정현찬(미카엘) 전 가톨릭농민회 회장은 한국 농업의 위기를 지적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정 이사장은 백남기 농민 사건 당시 가톨릭농민회 회장으로, 백남기대책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아 촛불혁명의 최전방에 섰던 장본인이다.

“백남기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단체가 필요해 힘들지만 이사장직을 맡게 됐습니다. 기념사업회 활동을 통해 하느님의 창조 사업과 맥을 같이 하는 생명사업인 농업이 다시 살아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정 이사장은 ‘물대포’에 가려져 백 농민이 벌인 투쟁의 본질이 희석된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또한 백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지 4년이 흘렀건만 농업의 현실은 오히려 악화된 상황을 개탄했다.

“농사 지을 사람과 땅이 없고, 수입 농산물로 인해 가격 경쟁력 있는 국내 농산물이 없습니다. 이에 우리 농업의 근간인 쌀농사마저도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지요. 게다가 세계무역기구의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로 인해 관세와 보조금이 없어지면 한국 농업은 모두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에 정 이사장은 가톨릭 신자들이 농업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가져 줄 것을 요청했다. 단순한 경제 논리가 아닌 가톨릭 교리가 강조하는 사랑과 생명의 관점으로 농업을 바라보자는 것이다.

백남기 농민과 오랜 친분을 쌓아 왔던 정 이사장이 기억하는 백남기 농민의 모습은 어땠을까.

“털털하고 자기를 내세우려 하지 않는 성품이었지요. 이웃 주민·농민들과 막걸리 한 잔 놓고 이런 저런 얘기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농민다운 농민이었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지요.”

생전에 백 농민은 전남 보성에서 우리밀 살리기에 앞장서 왔다. 이에 지금도 보성군 농민회 회원들이 백 농민의 밀밭을 일구고 있다.

밀의 수확철이 다가오는 5월에는 보성 밀밭에서 우리밀을 홍보하는 행사도 하고, 우리밀로 만든 다양한 제품들을 소비자에게 공급할 예정이다. 또한 기념사업회에 함께할 후원 회원도 모집 중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념사업회에 참여해 우리 농업을 제대로 살리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백 농민이 하늘나라에서도 바라는 것일 겁니다.”

※문의 062-373-6185 사단법인 ‘생명평화일꾼백남기농민기념사업회’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