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명예기자 단상] 몽골, 주님의 뜨락에서…

정금원(스콜라스티카) 명예기자
입력일 2019-11-19 수정일 2019-11-19 발행일 2019-11-24 제 3171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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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신문 명예기자들이 삶과 신앙 속에서 얻은 묵상거리를 독자들과 나눕니다.

“이 모든 것 위에 사랑을 입으십시오.”(콜로 3,14)

올해, 나는 세례 받은 지 33년째가 된다. 그 동안 본당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왔다. 어느 날 신앙 속에서 텅빈 공허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던 중 10년 전 선종하신 고(故) 이태석 신부님의 삶을 기린 ‘울지마 톤즈’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면서 나도 막연히 해외봉사를 한번 가보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가난한 지역에서 봉사한다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더 가난한 자에게 더 많은 사랑을 실천하라”는 계명에 좀 더 다가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어느 날, 남편이 “몽골로 해외봉사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제의를 했다. 하느님께서 잠시 한때 해외봉사를 하고 싶었던 내 마음을 기억하고 계신 듯했다. 나도 작은 보탬이 되기 위해 사진촬영 봉사로 참여하기로 했다.

몽골의 첫인상은 예상 외로 서정적이었다. 넓은 초원, 초가을 청명한 하늘의 뭉게구름과 우리와 인상이 비슷한 몽골인들을 보면서 오기를 참 잘했다는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가 머물 숙소는 울란바토르에서 약 10㎞ 떨어진 ‘비오’라는 동네였다.

의료팀, 미용/네일아트팀, 음악팀으로 나누어 봉사하는 동안, 나는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봉사자들과 가족, 친구들과 함께 봉사를 받기 위해서 온 많은 몽골 현지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카메라가 신기하고 재밌어 보였는지 자꾸 찍어달라는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함께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한평생 처음 치과치료를 받으러 오신 분도 계셨고, 치료비가 비싸 일 년에 한번 이때를 기다리다 치아손상이 심한 분도 계셨다. 의료 환경이 열악하여 여러 가지 질병으로 무료진료를 받기 위해 오신 분들이 줄을 이었다.

그렇게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만큼은 기쁘고 즐거웠던 봉사가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마지막 날 저녁, 나는 그렇게 아름답다는 몽골의 밤하늘을 보았다. 요즘은 도시 불빛 때문에 예전만큼 별을 많이 볼 수 없다고는 하지만 여름 밤하늘에 떨어지는 유성우와 함께 내 생애 처음으로 은하수를 볼 수 있었다. 마치 3박 4일은 주님의 뜨락에서 봉사자들과 봉사를 받기 위해 온 현지인들과 가난하지만 눈빛이 유난히 예쁜 순수한 몽골아이들과 함께 천국을 체험한 것 같았다. 내가 계획하지 않았고 다만 하느님께 내어 맡김으로써 여기까지 오게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렸다.

그 후 일 년이 지났고, 지난 8월 10일 나는 카메라를 무척 좋아하던 몽골아이들에게 나눠줄 사진을 인화해서 다시 몽골 봉사 길에 올랐다. 그렇게 나의 몽골 이야기는 2년째 이어졌고 주님께서는 “이 모든 것 위에 사랑을 입으십시오”(콜로 3,14)라고 하시며 우리에게 끊임없는 이웃사랑 실천을 재촉하시는 듯 했다. 이제 지나고 보니 모든 것이 주님의 은총이었다. 지난 33년을 아니 저의 한평생을 한결 같은 사랑으로 지켜 주시고, 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시고, 저보다 저를 더 잘 아시고 늘 좋은 길로 이끌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마지막까지 당신의 부끄럽지 않은 자녀가 되길 소망해본다.

“하느님, 당신은 사랑이십니다.”

정금원(스콜라스티카)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