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국제학술심포지엄… "천학은 동아시아인 천주교 수용의 발판”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9-11-05 수정일 2019-11-06 발행일 2019-11-10 제 3169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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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학으로 받아들여져 유교 보완
천학 형성에 크게 기여한 예수회 활동 조명하기도

11월 2일 수원가톨릭대학교에서 열린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국제학술심포지엄 종합토론 중 가와무라 신조 신부(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답변하고 있다.

고대부터 고도의 정신문화를 이룩한 동아시아에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교회가 취한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그 중심에 서있는 ‘천학(天學)’을 동아시아 학자들이 함께 살피고 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원장 김동원 신부, 이하 동복원)은 11월 2일 ‘동아시아 천학의 수용과 전개’를 주제로 수원가톨릭대학교에서 제10회 국제학술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번 심포지엄은 한국과 일본의 역사학자, 철학자, 종교학자, 신학자 등이 한국, 중국, 일본에서 어떻게 복음화를 위한 천학이 형성되고 펼쳐졌는지를 다학제 간의 통합적인 시각에서 고찰할 수 있는 자리로 마련됐다.

교회와 마주하기 전 동아시아인들에게 종교는 그리스도교처럼 어떤 제도에 소속되며 삶의 양식 전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삶의 문법이자, 정치의 기준으로서 보편학이었다. 이런 동아시아인들에게 교회의 가르침은 진리를 탐구하는 보편학으로 받아들여졌고, 선교사들 역시 이런 관점을 이해하고 교리를 한문서적으로 풀어냈는데 이것이 후에 천학, 서학, 천주학 등의 이름으로 불렸다.

이화인문과학원 김선희 교수는 천학이 동아시아에 끼친 영향의 한 사례로 ‘영혼’이라는 용어를 들었다. 오늘날 ‘영혼’은 한중일 모두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말이지만, 마테오 리치가 사용하기 전까지 동아시아에서 ‘영혼’이라는 말이 사용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마테오 리치에게 불멸하는 정신적 실체, 즉 영혼의 존재를 알린다는 것은 신과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중요한 일이었기에 ‘영혼’이라는 번역어를 만들었다”며 “오늘날에는 한국, 중국, 일본에서 대단히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천학이라는 접근은 동아시아인들이 자발적으로 천주교를 수용할 수 있게 해준 것”이라며 “이렇게 보편학으로 받아들인 천학으로 어떤 이는 유교를 보완하는 지적인 차원의 수용에 머물렀지만, 어떤 이는 인격적인 전환(개종)까지 가기도 했다”고 말하며 중국에 뿌려진 천학이라는 씨앗이 조선에서 꽃 피웠음을 시사했다.

심포지엄 중에는 천학 형성에 큰 기여를 한 예수회의 활동도 조명됐다. 한국교회사연구소 신주현(프란치스코) 박사는 하느님의 종 이승훈(베드로)의 세례가 예수회가 세운 북당에서 예수회 출신 선교사 그라몽 신부의 주례로 이뤄졌음을 밝히면서 예수회의 중국선교에 관한 두 가지 관점, 즉 적응주의와 식민주의에 관해 논했다. 일본 조치대 사학과 교수 가와무라 신조 신부(예수회)는 예수회 선교사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에서부터 시작된 일본 선교와 페드로 고메스 신부가 저술한 「예수회 강의요강」 등을 고찰하며 ‘천학의 기초 형성을 위한 일본 문서선교의 특징’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