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가 사회에 안정적으로 복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공동체와 함께했기 때문이다. 자오나학교에서는 아기 엄마에게 육아를 전적으로 맡기지 않는다. 공동육아 개념으로, 자신의 아기만이 아니라 다른 아기들도 함께 돌보고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또한 공동구역의 청소 등을 통해 희생하고 배려하는 법을 가르친다.
정 수녀는 “이곳에서 함께 아기를 돌보고 청소하며 타인과 관계 맺는 방법을 배워 간다”며 “대부분 혼자 생활했기 때문에 공동생활에 어려움을 많이 겪지만, 결국에는 사회생활도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오나학교에서 2년간의 과정을 거치고 졸업해 사회에 나가면, 또다시 ‘미혼모’라는 편견에 부딪쳐야 한다. 그동안 받은 상처들은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많이 아물어지지만, 사회에 나가 사람들의 편견에 홀로 맞서기에는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이 밀려온다.
정 수녀는 마을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오나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임대주택에서 혼자 살아갑니다. 우리 사회는 갈수록 이웃에 무관심하게 되고, 만약 미혼모라는 것을 알게 되면 호기심의 대상으로만 바라봅니다. 그냥 이웃의 한 사람으로 편하게 대해 줬으면 합니다. 이 아이들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관심 가지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마을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한 정 수녀는 신앙인들의 역할도 강조한다. “나를 위한 개인의 신심활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내 이웃으로 누구를 보내 주셨는지 주변을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움 가운데 있는 이웃을 위해 기도해 주고 함께 울어 주는 것이 우리 신앙인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 생각합니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희생과 봉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희생과 봉사가 물질적 지원이나 큰 도움을 주는 것만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과 애정 어린 관심이다.
“여러분이 하나가 된다면 놀라운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공동체 생활에 열의를 가진다면, 다른 이들과 공동체를 위해 커다란 희생을 할 수 있습니다.”(권고 110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