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장한 순교자의 후손 / 박원희 기자

박원희 기자
입력일 2019-08-27 수정일 2019-08-27 발행일 2019-09-01 제 3160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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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빽하게 들어선 종로3가 상가건물 사이로 서울 종로성당 종탑의 예수성심상이 인상적이다. 9월 순교자 성월을 맞아 신문에 실을 사진을 찍기 위해 서울 종로성당을 찾았다. 하느님을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관아에 잡혀와 문초를 당했던 수많은 순교자들의 정신이 깃든 곳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종묘광장공원 쪽 담장 위에 놓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동상 뒤로 선선한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나무가 눈에 띈다. 세차게 불지도 않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모양새가 꼭 지금 우리네 신앙인들 모습 같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주일미사마저 쉽사리 빼먹고, 물질의 유혹에 너무도 쉽게 넘어가는 우리들 모습. 반대로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칼을 쓰고 꼿꼿이 선 모습에 용맹함까지 느껴지는 김대건 성인상은 김대건 성인 뿐만 아니라, 신앙을 증거하고자 목숨을 내놓았던 수많은 신앙선조들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이맘때면 많은 신자들이 성지를 찾아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딱 1년 전부터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에 수록된 순례지를 찾아 순례하고 있다. 지금껏 56곳을 순례했지만, 어린 자녀와 함께 떠나는 순례다보니 찬찬히 성지를 둘러볼 겨를도 사실 없다. 하지만 순례를 하면 할수록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를 얻고 있다.

순교자 성월에 우리 신자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도는 성지순례만 한 것이 없다. 우리는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신앙을 지켜낸 그들의 삶을, 성지를 찾아 눈으로 확인하고, 피부로 느끼며, 온 마음을 담아 기도하며 전구를 청해야 할 것이다. 순교자들이 걸었던 걸음걸음에 다가간다는 것, 이보다 더 귀한 시간은 없기에….

박원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