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성서해설] <186> 하느님의 말씀 / 백민관 신부

백민관<神父·가톨릭大학장>
입력일 2019-07-25 수정일 2019-07-25 발행일 1988-03-27 제 1598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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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말씀은 창조의 힘"
예수는 말씀으로 사람되신 분
복음 받아들일 때 주님자녀 돼
사람이 만일 하느님을 있는 그대로 보았다면 아마 그 지엄하신 위엄에 압도되어 혼비백산하고 말 것이다. 그래서 요한은 아무도 하느님을 뵈온 사람이 없다라고 증언하였다. 그러나 하느님은 혼자만의 하느님이 아니고 당신의 그 풍요로움을 같이 나누시는 분이시다. 그 방법은 언제나 말씀으로 하신다. 성서에 하느님이 나타내 주신 사람들은 여럿이 있다. 그중에서 아브라함과 모세를 우리는 잘알고 있다. 아브라함은 그 목소리만 들었다. 그리고 그 말씀을 믿었다. 축복을 내리시는 약속의 말씀이었다. 모세는 산에서 천둥번개와 더불어 짙은 구름속에서 들려오는 나팔소리로 하느님의 현존을 알았고 그 정황 속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들었다. 그 말씀은 열가지의 말씀으로 이것이 곧 십계명이다. 이 계명을 지키는 것은 하느님의 백성이 되는 표이며, 이것을 지킴으로써 이 백성은 심한 질곡에서 해방되리라는 약속의 말씀이다.

실상 하느님의 말씀은 태초에 즉 한 처음에 이미 계셨다. 「한 처음에」이 말은 시간의 시작을 말한다. 한 처음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계셨던 말씀은 영원한 말씀이시다. 그 말씀으로 모든 것이 창조되었다. 「빛이 있어라」라고 말씀하시니 곧 빛이 생겨났다고 우리가 창세기에서 읽는 것은 무슨 요술 지팡이를 휘두르는 주문이 아니다. 그 말씀은 우선 창조의 힘을 말한다. 우리가 유식해지기 위해서 말씀은 그리스어로 로고스, 히브리어로 멤라라고 하는 것쯤 알아두자. 로고스는 하느님의 모습을 드러내시는 지혜를 뜻했고 이 지혜는 자연 세계에는 이치와 원리로 나타나고 인간세계에는 사랑으로 나타난다. 그러니 우주속에 담겨있는 자연의 이치는 모두 하느님의 모습이 자연세계에 나타나 있는 모상이다.

한 시인이, 한 미술인이 자연세계에서 그 아름다움을 읊고 그리는 것은 그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깨우쳐 인간에게 그 뜻을 전하는 예언자이다.

한 과학자가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법칙을 발견했을 때 그는 자연 속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알아듣고 인류에게 전하는예언자이다. 하느님의 모습은 자연세계에서 보다 인간세계서 더짙게 더 뚜렸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인간을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하셨다고 성경에는 쓰여져있다.

그러니까 인간이 삶을 꾸려나아가는 과정은 하느님의 사랑의 길을 걸어나아가는 역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하느님의 사랑은 자기 자식들을 잘되게 하려고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는 어버이의 마음에서 읽을수 있다. 이사랑의 길을 구약성서의 많은 예언자들은 하느님의 말씀으로 들었고 깨달아 사람들에게 전하여 주었다. 인간세계에 새겨진 하느님의 모습을 말씀으로 깨닫고 인류에게 전하려고 글로쓴 것이 성서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대충 아브라함의 믿음의 응답에서 시작하여 모세의 순종(모세는 끝장에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아서 약속의 땅을 바라보기만 하며 죽었다)을 모범으로 하고 하느님이 뽑으신 백성이 불순종합으로 하느님이 직접 구세주로 오실 것을 약속하시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이제 하느님의 말씀은 행동으로 나타나신다. 창조의 힘으로 발휘되고 인간들을 토닥거리던 그 말씀은 이제 직접 그 사랑을 실천하시려고 혈육을 취하여 사람이 되신다. 그리고 그 말씀을 듣는 사람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실 것이라는 새로운 약속을 하시는 것이다. 이것이 신약이다. 신약은 새로운 약속이라는 뜻이지만 상처입은 사람들에게 주는 새로운 약도된다. 이 새 약을 먹고 새로운 약속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본래 창조 때의 인간의 본 모습인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 하느님의 자녀가 된 사람들은 하느님의 은총과 진리가 충만한 하느님의 풍요 속에 젖어 하느님의 영광스러운 참 모습을 뵈옵게 될 것이다. 이제 요한 복음의 첫 머리를 읽어보자. 『한 처음 천지가 창조되기 전부터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하느님과 똑 같은 분이셨다. 말씀은 한 처음 천지가 창조되기 전부터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 모든 것은 말씀을 통하여 생겨났고…생겨난 모든 것이 그에게서 생명을 얻었으며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말씀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계셨는데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그것은 외아들이 아버지에게서 받은 영광이었고 그분에게는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였다-

…우리는 모두 그분에게서 넘치는 은총을 받고 또 받았다. 모세에게서는 율법(순종의 길)을 받았지만 예수 그리스도에게서는 은총과 진리를 받았다. 하느님을 본 사람은 없지만 아버지의 품안에 계신 외아들로서 하느님과 똑같으신 그분이 하느님을 알려주셨다. 히브리서 작가는 이 묘리를 통찰하고 하느님께 예전에는 예언자들을 시켜 여러번 여러가지 모양으로 말씀하시고 마지막 날에 와서는 당신의 아들을 시켜 우리에게 말씀하셨다고 한 것이다. 이 마지막 날의 말씀이 어떻게 쓰여졌을까.

다음호에 그것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백민관<神父·가톨릭大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