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성서해설] <185> 성서란? ① / 백민관 신부

백민관 (신부·가톨릭대학장)
입력일 2019-07-22 수정일 2019-07-22 발행일 1988-03-20 제 1597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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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는 우리 삶의 길잡이
“하느님의 사랑을 전달하는 책”
1984년 1월 1일부터 본보에 연재된 성서해설 「구약성서편」을 집필해주신 조화선·김혜자·이정순 수녀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주부터는 가톨릭대학장 백민관·신부님께서 성서해설 「신약성서편」을 신자 모두가 쉽고 재미있게 읽을수 있도록 집필해주시겠습니다.

<편집자註>

이글은 필요에 밀려서 쓰는 글이다. 필요에 밀려서 썼으니 필요한 것만 쓸 것이고 필요한 것은 다 쓸 것이다. 책중의 책이며 모든 사람에게 꼭 필요한 책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두 말할 것도 없이 그것은 성서이다라고 단언한다. 심심풀이 파적할 필요가 있는 사람은 옛날에는 고담(古談)책을 들었고 지금은 소설책을 든다. 기술이 필요한 사람은 기술에 관한 전문서적을 읽는다. 인생을 설계하는 사람에게는 직업을 가지기에 필요한 책들을 공부한다. 인간성을 가꾸기 위하여는 문학작품이나 수필 등 교양서적을 읽게 된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빠짐없이 필요한 책은 성서이다. 성서는 성령의 영감을 받아 하느님의 말씀이 쓰여진 책이기 때문이다.

오직 한가지 필요한 것은 하느님과의 대화, 그분의 말씀을 듣는 것뿐이다. 그 말씀을 듣고 믿는 사람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고 성서는 말씀하신다. 성서는 문학서적이 아니다. 얼핏 잘못 생각하게되는 윤리 도덕적 교훈서도 아니다. 성서는 죄와 고통에 휩싸여 알쏭달쏭하기만 한 인생을 헤매는 사람에게 길잡이가 되는 책이다. 죽음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앞에 놓고 그렇게도 애착하던 삶을 놓쳐버리고 허탈해진 암담한 사람에게 확신을 주는 책이다. 온갖 부조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허둥대며 궁지에 빠진 모든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책이다. 그래서 성서는 모든 사람이 읽을수 있게 쉬운 말투로 쓰여졌다. 성서에는 그 어려운 수학공식을 풀지 않는다. 성서에는 난해한 전문용어를 쓰지도 않았다. 성서는 세계를 창조하신 하느님의 창조의지를 사람들에게 전달한다. 성서는 세계와 인간들을 좋게 해주시려는 하느님의 경륜을 알려준다.

성서는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전달한다. 그래서 사람은 결국 살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우쳐 준다. 사랑하는 사람은 온갖 시기 자랑, 교만, 무례, 사욕, 울화, 앙심, 불의 따위의 인생장애물이 불살라진다. 사랑하는 사람은 믿음이 있고, 희망이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견디어내고 생기에 넘치는 기쁨이있다. 이러한 뜻에서 성서는 책중의 책이라고 하는 것이다. 여기서 다른 종교의 경전과 성서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이슬람교의 코란을 들어 보자. 코란의 알라신은 절대 군주다. 코란은 악을 소멸하기 위하여 악으로 대처하도록 가르친다. 「이는 이로, 눈은 눈으로」라는 구약성서의 탈리온법은 인간의 원시적인 사회생활법칙 이었지만 그리스도를 통하여 새로이 맺어진 하느님의 계약은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사랑의 율법으로 개선되었는데 코란은 구약시대의 이스라엘 민족의 적대심성을 일층 강화하였다. 그래서 한손에 코란 또 한손에 칼이란말로 집약된다. 코란은 이스라엘 율법의 잔재 또는 구약성서의 외도라고 혹평하는 신학자들도 있다. 불교의 불경을 들어 보자. 불경은 인간이 완전하게 되기 위하여 물질생활을 초인간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교를 가르치는 일종의 인간 수양서이다. 그래서 하느님 없이도 인간구제가 가능한 깨달음을 촉구하는 책이라 할수있다. 이점에서 성서와 다르다. 그 구제개념은 기쁨이 아니라 평점이다. 성서에 흐르는 기본흐름은 생명력과 기쁨이다. 이러한 점에서 성서는 책중의 책이다.

성서라는 말은 거룩한 책이라는 뜻이라는 것을 말할 필요는 없지만 「거룩한」이란 말마디는 후대에 붙혀졌고 본래는 그저 책이라는 뜻으로 그리스말 「비브리아」란 말로 표현했다.

이것이 라틴어화되어 서구문명에 들어왔고 오늘에는 영어로 「바이블」이라고 하는 것이다. 거룩할 성자가 붙은 것은 하느님의 말씀이기 때문이다.

성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기록한 책이라 했는데 하느님이 어떻게 어떤 모양으로 말씀하셨을까. 하느님이 전지전능하시니 만국어에 능통하셔서 누구에게나 그 나라 말로 입을 통하여 말씀하실까. 성서 첫 머리 창세기에는 하느님께서 빛이 있으라고 말씀하셨다고 적혀있고 모세가 호렙산에서 하느님의 음성을 들었고 예수께서 타블산에서 하늘의 목소리를 들었고 세례자 요한이 또한 하늘의 음성을 들었다. 이 모든 말씀이 하느님의 성대의 진동에서 울려나온 목소리일까. 히브리서에는 하느님께서 예전에는 예언자들을 시켜 여러번 여러가지 모양으로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셨고 이 마지막 시대에 와서는 당신의 아들을 시켜 우리에게 말씀하셨다고 하였다. 그러면 다음번에 하느님께 말씀하시는데 관하여 그리고 또 그 말씀이 우리에게 전달된 일에 관하여 서술할 것이다. 이것을 신학에서는 계시라고 한다.

백민관 (신부·가톨릭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