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농촌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운동’ 모범 만들어 쌀 시장 개방으로 인한 농업 위기 속 교회가 농촌 살리기 위해 본부 출범 도·농 협력 인적·물적 교류 기반 확보 1996년 농민 주일 제정에 주도적 역할 아직도 교회 내 농업 인식개선은 과제
■ 창립배경
1994년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과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을 앞두고 농업의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시점이었다. 특히 우리의 주식인 쌀 시장 개방이 가장 민감한 사안이었다. 이에 농업의 문제가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깨달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1993년 12월 고(故) 김수환 추기경 집전으로 농업과 나라를 위한 기도회가 열리게 되었고, 기도회 이후 안동교구장의 담화문 발표를 시작으로 타 교구에서도 비슷한 활동이 이어졌다. 이어 1994년 춘계 주교회의에서 주교단은 “농민들의 어려운 처지에 공감해 우리 농민과 농토 및 농업을 살리는 일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결정해 마침내 우리농본부가 출범하게 됐다. ■ 활동 우리농본부는 1차적으로 도·농 생활연대운동의 모범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 도시에서는 본당 중심의 소비자생활공동체, 농촌에서는 생산공동체를 조직해 농촌의 생산공동체가 도시 가구의 건강한 먹거리를 책임지는 연대를 이루도록 한 것이다. 또한 단순한 농산물 거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명·공동체 운동을 통해 가치관과 생활양식을 바꿔 나감으로써 삶과 신앙을 일치시키는 교회쇄신운동의 성격도 가졌다. 농촌체험 및 일손 돕기, 소농을 지원하는 가족농사랑기금, 소 입식운동, 쌀 선수금 약정 및 수매 등이 구체적인 활동들이며, 최근에는 즐거운 불편 운동 등 생태환경운동 또한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 우리농본부의 성과와 현황 우리농본부의 가장 큰 성과는 도·농 공동체운동을 실현할 조직의 인적·물적 교류기반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또한, 교회가 앞장서 우리농운동을 전개함으로써 농업과 농촌에 대한 교회의 사회적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농민 주일의 제정 역시 우리농본부의 성과 중 하나다. 1966년 가톨릭농민회의 결성 당시부터 농민 주일 제정은 모든 가톨릭농민들의 숙원이었다. 이에 우리농본부 출범 직후부터 농민 주일 제정을 준비해 7월 셋째 주일을 농민 주일로 정해 1996년 제1회 농민 주일을 맞게 되었다. 또한 우리농본부는 귀농학교(농부학교)를 통해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들에게 우리농운동의 가치와 철학을 전달하는 한편 농업을 기반으로 한 생태교육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현재 도시의 우리농생활공동체에는 13개 교구 203개 나눔터, 2000여 명의 활동가가 활동하고 있다. 농촌에서는 13개 교구 66개 분회의 1000여 가구가 우리농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또한 서울수도권, 원주교구, 안동교구, 마산교구, 부산교구, 광주교구의 6개소에서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매출은 약 500억 원에 달한다.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