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창립 25주년 발자취와 전망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19-07-16 수정일 2019-07-17 발행일 2019-07-21 제 3154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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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농촌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운동’ 모범 만들어
쌀 시장 개방으로 인한 농업 위기 속 교회가 농촌 살리기 위해 본부 출범
도·농 협력 인적·물적 교류 기반 확보
1996년 농민 주일 제정에 주도적 역할
아직도 교회 내 농업 인식개선은 과제
7월 21일은 제24회 농민 주일이다. 한국교회는 1994년 6월 29일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이하 우리농운동) 천주교본부 창립대회를 갖고, 지난 25년간 창조질서보전을 위해 생명농업을 살리는 한편 생명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해왔다. 이에 농민 주일을 맞아, 창립 25주년을 맞은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전국본부(상임대표 김인한 신부, 이하 우리농본부)의 활동과 성과를 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 창립배경

1994년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과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을 앞두고 농업의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시점이었다. 특히 우리의 주식인 쌀 시장 개방이 가장 민감한 사안이었다. 이에 농업의 문제가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깨달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1993년 12월 고(故) 김수환 추기경 집전으로 농업과 나라를 위한 기도회가 열리게 되었고, 기도회 이후 안동교구장의 담화문 발표를 시작으로 타 교구에서도 비슷한 활동이 이어졌다. 이어 1994년 춘계 주교회의에서 주교단은 “농민들의 어려운 처지에 공감해 우리 농민과 농토 및 농업을 살리는 일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결정해 마침내 우리농본부가 출범하게 됐다.

■ 활동

우리농본부는 1차적으로 도·농 생활연대운동의 모범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

도시에서는 본당 중심의 소비자생활공동체, 농촌에서는 생산공동체를 조직해 농촌의 생산공동체가 도시 가구의 건강한 먹거리를 책임지는 연대를 이루도록 한 것이다. 또한 단순한 농산물 거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명·공동체 운동을 통해 가치관과 생활양식을 바꿔 나감으로써 삶과 신앙을 일치시키는 교회쇄신운동의 성격도 가졌다.

농촌체험 및 일손 돕기, 소농을 지원하는 가족농사랑기금, 소 입식운동, 쌀 선수금 약정 및 수매 등이 구체적인 활동들이며, 최근에는 즐거운 불편 운동 등 생태환경운동 또한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 우리농본부의 성과와 현황

우리농본부의 가장 큰 성과는 도·농 공동체운동을 실현할 조직의 인적·물적 교류기반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또한, 교회가 앞장서 우리농운동을 전개함으로써 농업과 농촌에 대한 교회의 사회적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농민 주일의 제정 역시 우리농본부의 성과 중 하나다. 1966년 가톨릭농민회의 결성 당시부터 농민 주일 제정은 모든 가톨릭농민들의 숙원이었다. 이에 우리농본부 출범 직후부터 농민 주일 제정을 준비해 7월 셋째 주일을 농민 주일로 정해 1996년 제1회 농민 주일을 맞게 되었다.

또한 우리농본부는 귀농학교(농부학교)를 통해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들에게 우리농운동의 가치와 철학을 전달하는 한편 농업을 기반으로 한 생태교육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현재 도시의 우리농생활공동체에는 13개 교구 203개 나눔터, 2000여 명의 활동가가 활동하고 있다. 농촌에서는 13개 교구 66개 분회의 1000여 가구가 우리농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또한 서울수도권, 원주교구, 안동교구, 마산교구, 부산교구, 광주교구의 6개소에서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 매출은 약 500억 원에 달한다.

1994년 6월 29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천주교본부 창립대회.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모습이 보인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2011년 서울 우리농 농부학교 현장실습 후 회원들과 전주교구 가톨릭농민회 지리산분회 식구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서울 우리농 농부학교가 처음 마련한 농부장터에서 귀농인들이 직접 생산한 유기농 먹을거리를 판매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올해 초 부산교구에서 진행한 유아 생태 손모내기 농촌체험의 모습.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제공

■ 앞으로의 과제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반포와 지난해 UN의 농민권리선언 채택 등 교회 안팎으로 농업과 생태 환경에 대한 인식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체감되기까지는 아직도 시간과 노력이 좀 더 필요하다.

우리농본부 전국본부의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김인한 신부는 “우리농운동도 교회운동의 하나인데 과연 교회 안에서 뿌리를 내렸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며 “신자들도 교회운동이라기보다는 단순한 물품 나눔, 농촌에 대한 일방적 시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 농촌과 자연이 파괴되는 것을 지켜내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의 삶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 신부는 또 “사제 성화의 날에는 사제들을 축하하고, 평신도 주일은 평신도를 위한 날인데 정작 농민 주일에는 농민이 없다”며 농촌 및 농민에 대한 무관심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김 신부는 또 “교회가 오랫동안 이러한 운동을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며 “앞으로 우리농운동은 교회 내 생태영성운동의 거점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전국본부 강성중 사무총장

“단순 농산물 거래 아닌 ‘도·농 공동체 교류’임을 기억해야”

“농업과 농촌의 상황은 25년 전과 비교해 볼 때 오히려 악화되었습니다. 농민 수는 44.8%나 줄었고, 농업소득 또한 전혀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전국본부의 강성중(이시도르) 사무총장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어두운 농업의 현실을 알렸다.

1994년 농가소득은 2032만원, 2018년은 4207만원이다. 외형적으로는 많이 늘어난 것 같지만, 농업을 통해 발생한 소득은 1994년 1032만원, 2017년 1052만원이다. 다시 말해 농가소득 중 상당액은 농업이 아닌 다른 일로 벌어들인 소득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농업인들은 자신의 농사일 외에도 부업을 갖거나 품을 파는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농운동 또한 농촌의 어려움과 맥을 같이 한다. 농촌의 고령화, 일손 부족, 다문화 가정의 증가 등 일반적인 농촌의 문제와 더불어 도시 생활공동체의 활동 보장 및 활동가의 양성도 시급한 과제이고, 책임소비를 통한 안정적 생산기반의 정착도 필요하다.

“우리농 생산품목들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다 보니 시중 가격이 폭등하면 우리농 수요가 늘어나고, 폭락하면 그 반대현상이 빚어집니다. 도·농이 협력해 정한 양만큼의 소비는 이루어져야 농촌에서도 힘이 납니다.”

또한 우리농 물품을 판매하는 나눔터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도시 활동가들 대부분이 25년 전 우리농본부 출범 당시 활동을 시작해 이제는 활동가들도 고령에 이르러 뒤를 이을 젊은 활동가 양성이 절실하다.

본당 신부가 바뀔 때마다 나눔터 운영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고, 때로는 나눔터 봉사자를 본당 내 봉사자와 달리 ‘장사하는 사람’으로 보는 시선들에 상처도 받는다.

“우리농운동이 단순한 농산물 거래가 아니라 도시와 농촌간의 교류를 통한 바람직한 공동체 활동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신학생 양성 과정에서부터 농업에 대한 교육을 반드시 실시했으면 좋겠습니다.”

강 사무총장은 가톨릭농민회 활동을 계속 해 오다 2000년부터 안동교구에서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운동가 출신 농민이다. 지난해 8월부터 우리농 전국본부 사무총장직을 맡아 주중에는 서울에서 우리농 관련 업무를 보고, 주말에는 안동에 내려가 농사일을 돌보며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