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생태칼럼] 흔들리는 산

박그림(아우구스티노)rn녹색연합·‘설악산국립공원 지키기 국민행동’ 공동대표
입력일 2019-07-16 수정일 2019-07-16 발행일 2019-07-21 제 3154호 20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하루가 다르게 뒤바뀌는 세상 속에서 지친 영혼은 어디에서 위로를 받아야 하는 걸까?

눈을 들어 푸름으로 가득한 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커다란 위안을 받는 까닭은 자연은 우리들의 삶을 결정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산에 든다는 것은 삶의 근원을 찾아가는 길이며 그 길 끝에서 흔들리는 마음은 진정되고 새로운 힘을 얻어 돌아오곤 한다. 어수선하고 무거운 마음은 한결 밝아지고 몸은 가벼워져 내딛는 발걸음은 힘차다.

어느 날부터 사람들의 소리가 부쩍 늘었고 산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산길도 넓어지고 패이면서 돌들이 툭툭 불거져 나왔고 발걸음이 흔들렸다.

안전이라는 빌미로 온갖 인공시설물들이 산길을 덮어가면서 자연과의 교감은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불편을 견디지 못하는 삶은 산으로까지 이어졌고 산에 들어 마음의 안정을 얻기보다는 어수선하고 뒤숭숭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날이 늘어났다.

산에 들어 어떻게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까? 불편하지 않다면 무엇 때문에 산에 가는 것일까? 그런 악조건을 넘어서고 자신을 스스로 대견해 할 때 삶이 깊어지는 것은 아닐까?

산길을 오르며 자연의 경이로움에 빠지기보다는 오직 정상에 서는 것이 목적이라면 산이 아니라 체력단련장일 뿐이다.

자연의 소리를 음악 소리로 덮어 버리고 빠른 걸음으로 지나치는 자연은 한갓 소품에 지나지 않는다.

투명한 연둣빛으로 물드는 날아갈 듯한 숲의 가벼움, 다투어 피어나는 산풀꽃들의 아름다움, 코끝에 매달리는 향기론 바람의 냄새, 빗소리에 녹아들 때 깨끗해지는 영혼의 느낌, 작은 몸에서 나오는 크고 아름다운 새들의 노랫소리, 바람에 흔들리며 서걱거리는 나무들의 소리, 숲을 뒤흔드는 거친 바람, 온몸을 얼어붙게 만드는 눈보라, 계절마다 다가서는 자연의 경이로움 속에서 산길을 딛고 나아갈 때 온몸으로 전달되는 산의 느낌들로 삶은 얼마나 풍요로워지는가.

불편함보다는 편안함을, 위험보다는 안전을 지나치게 좇다 보면 잃게 되는 것들은 삶을 아름답게 해주는 것들이기에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더 편안하고 안전한 삶을 위해 더 깊이 스스로 가두고 있지만, 안전에 안전을 위한 장치조차도 믿지 못하는 불안은 자연에 온전히 몸을 맡길 때 벗어날 수 있다.

우리들의 삶은 자연에서 비롯되는 생명이기에 산이 흔들리면 우리들의 삶은 어떤 것으로도 흔들림을 멈출 수 없다. 산을 산답게 되돌리는 일은 우리들의 삶을 단단하고 아름답게 하는 일이기에 멈출 수 없는 것이다.

박그림(아우구스티노)rn녹색연합·‘설악산국립공원 지키기 국민행동’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