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재개발 철거 반대서명 운동 벌이는 인천 부개2동본당 주임 윤하용 신부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19-07-16 수정일 2019-07-16 발행일 2019-07-21 제 3154호 2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인 개발 계획 수용 못해”
자본의 논리에 성전 위협 받아
인천시에 조례 제정 요청할 것

인천 부개2동본당 주임 윤하용 신부가 성당이 위치한 지역 재개발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성슬기 기자

“어렵게 지어진 성당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주십시오.”

인천 부개2동본당 주임 윤하용 신부는 자본의 논리에 밀려 주님의 거룩한 성전이 위협받는 현실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했다. 2017년 초 윤 신부가 부임할 당시만 해도 재개발은 사업 승인만 났을 뿐이지 아무런 진행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재개발은 한참 뒤에나 진행할 일인 줄로만 알았는데 급작스레 진행돼 매우 당혹스럽습니다. 애초에 정비구역 지정 전, 사업 담당자가 이 지역을 한번이라도 와 보았다면 지은 지 얼마 안 된 큰 성당이 자리 잡고 있는 구역을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현장을 방문한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소속 감정평가사까지도 “이 지역이 재개발 된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을 정도다. 성당과 주택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대기업이 짓는 평당 분양가 1500만원인 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윤 신부는 재개발 조합 측의 일방적인 수용을 막기 위해 지난달 17일 사제 연수에서 이와 같은 본당의 어려운 사정을 밝혔다. 이에 인천교구는 교구 내 모든 본당에서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한 윤 신부에 따르면, 교구는 향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서울시·경기도와 마찬가지로 재개발 지역 내 종교시설이 있을 시, 협의로 해결하도록 하는 조례 제정을 인천시 측에 요구할 계획이다.

윤 신부는 본당 측의 요구사항이 조합에 받아 들여져 이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성당에 대한 강제집행을 막아내겠다는 입장이다.

“이제 이 동네에 사는 사람은 저 하나입니다. 허허. 신자들이 마음 편히 본당을 찾을 수 있기를, 가난하지만 행복한 우리 공동체를 평화롭게 유지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윤 신부는 씁쓸한 헛웃음을 지으며 많은 이들의 관심과 기도를 부탁했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