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아시아 복음화, 미래교회의 희망] 교황청립 우르바노대학교를 가다

이탈리아 로마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9-06-25 수정일 2019-06-26 발행일 2019-06-30 제 3151호 12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아시아·아프리카 복음화 위한 선교사 양성소
신학부·선교학부 등 운영… 종교간 대화 관련 교육과정에 관심
유학 어려운 이들 위해 각국 106개 학교와 협력해 학위인정도

‘EUNTES DOCETE OMNES GENTES.’(가서 만백성을 가르쳐라) 이탈리아 로마 교황청립 우르바노대학교(Pontificia Universita Urbaniana, 이하 우르바노대) 신학부 본관 벽에 새겨진 성구다. 이 한 마디에 의지, 1919년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전 아우구스티노·송 안토니오 신학생이 우르바노대에 들어갔다. 안타깝게도 두 신학생은 사제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로부터 10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수많은 한국인 사제·수도자·평신도들이 우르바노대에서 수학하고 각지에서 다양한 형태로 복음화에 헌신하고 있다.

우르바노대는 선교사 양성, 특히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제3세계 선교 전문가 양성을 지원하기 위해 교황청이 직접 설립한 선교대학이다. 이번 호 ‘아시아 복음화, 미래교회의 희망’ 기획에서는 제3천년기 아시아 복음화의 주역으로 활동할 선교사 양성의 구심점인 우르바노대에 대해 소개한다.

교회는 “자기 보존을 위해서라기보다 현실 세계의 복음화를 위해 적합한 통로가 돼야”하기 때문에 “복음 선포와 선교 정신은 교회 전체 활동에 대한 전망이 돼야” 한다.(프란치스코 새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 초안 참조) 따라서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복음을 선포하고 교세 확장을 위해 ‘파견’하는 선교 행위를 넘어서, 그 지역과 지역민들 사이에서 ‘토착화’하는 복음화 활동이 요청된다. 교황청이 1622년부터 교회 선교의 총책임을 맡아오던 ‘교황청 포교성성’을 1988년 ‘인류복음화성’으로 바꾼 것도 이러한 복음화 활동에 힘이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특히 인류복음화성은 우르바노대를 중심으로 세계 각 지역에서 활동할 선교사뿐 아니라 각 현지에서 선교사 교육을 담당할 교수 양성에 힘쓰고 있다.

‘전 세계 선교사 양성의 못자리’로 통하는 우르바노대는 1627년 교황청 포교성성 산하 대학으로 설립됐다. 당시 교회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등에 힘입어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아시아 대륙으로 선교의 발걸음을 넓혀가고 있었다. 따라서 선교사 파견이 지속적으로 요청됐고, 선교 인력 양성은 교회의 시급한 과제가 됐다. 이에 우르바노 8세 교황은 무엇보다 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할 선교사 양성을 위해 대학을 설립했다. 이후 성 요한 23세 교황은 우르바노대를 교황청립 대학으로 승격시켰다.

우르바노대학교 신학원 전경.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제3세계 선교 전문가 양성을 지원하기 위해 교황청이 직접 설립한 선교대학이다.

우르바노대는 설립 당시 ‘선교사제’ 양성을 위한 신학교로 출발한 역사를 바탕으로 신학부와 선교학부, 교회법학부, 철학부를 비롯해 다양한 연구과정과 분과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이주와 이민을 주제로 석사 학위를 받을 수 있는 교육과정도 신설했다. 현대사회 흐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변화인 이주와 이민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그 안에서 복음화를 실천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의 하나다. 종교간 대화와 관련한 과목 운영에도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예를 들어 인도 유학생들은 힌두교가 아닌 불교나 개신교에 대해, 유럽 학생들은 이슬람교나 힌두교 등에 대해 배우도록 이끈다. 특히 우르바노대는 최근 들어 선교사 양성에 있어서 이른바 ‘상호문화주의’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힘쓰고 있다. 문화와 종교의 다양성과 그 가치를 존중하는 것을 넘어서, 서로가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실제 교류하도록 독려하는 교육이다. 이를 통해 우르바노대를 거친 이들은 세계 각지에서 그리스도교의 토착화를 실천하고 지역교회가 갖고 있는 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설 수 있다.

우르바노대 교육 과정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세계 각국에 세운 분교 및 타 대학·대학원과 연계해 운영하는 학위인정제도다. 우르바노대는 현재 106개 학교와 협력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로마에서 공부를 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제도로, 그중 80여개가 중국과 인도, 베냉, 에티오피아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에 자리한다. 이러한 각 지역 학교 교수진들의 자질 향상을 위해 교수법 등을 공유하는 단기 연수 과정을 제공하는 것 또한 우르바노대 교육 과정의 특징으로 꼽힌다.

우르바노대에서 양성 중인 학생들의 88%도 아시아와 아프리카 출신이다. 한국인 학생들로는 첫 유학생이었던 전 아우구스티노·송 안토니오 신학생에 이어 1933년 평양교구 신학생들이 우르바노대에서 수학했으며, 이후 신학생뿐 아니라 수도자, 평신도들의 유학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1999년을 기준으로는 해마다 적게는 36명 많게는 81명 등 한 해 평균 50여 명의 한국인들이 석·박사 학위를 이수하고 있다. 현재 전체 학생 수는 1600여 명, 교수진은 160여 명이다.

■ 우르바노대 총장 실레오 신부

“선교 위해선 상대의 문화와 종교를 올바로 알아야”

“선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는 지적 역량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 대한 다양한 지식, 상대방의 문화와 종교 등에 대한 지식부터 올바로 알아야 합니다.”

교황청립 우르바노대학교 총장 레오나르도 실레오 신부(Leonardo Sileo·프란치스코회)는 “선교 현장에선 상대방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야 관대해지고 친절해진다”고 조언했다. 때문에 우르바노대에서는 학생 개개인의 지적 역량을 높이는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고 소개했다.

예전 선교사들의 활동은 그 사회를 계몽하고 발전시키는 활동이 병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이미 다양한 교육과정을 이용하고 있고 종교와 관련해서도 인터넷 등을 통해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실레오 신부는 바로 이런 면에서 “오늘날 각 개인들은 습득한 정보를 잘못 식별하거나 그릇된 정보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현대의 선교사들은 넘쳐나는 정보를 개개인이 올바로 식별해 복음화될 수 있도록 돕는데 더욱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실레오 신부는 우르바노대 교육 과정에서 특별히 관심을 갖는 부분 또한 각 선교사들이 문화적 다양성을 인식하고 지역교회에 돌아가 보편교회의 보편성을 전하는 다리가 되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선교활동의 많은 부분이 글자 그대로 ‘외방선교’였지만, 오늘날 외방선교는 그 지역 문화 안에서 상호간 교류하고 이해하고 소통하는, 그 안에서의 신앙적 의미를 찾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또한 실레오 신부는 “모든 사람들은, 어떤 종교를 갖고 있거나 갖고 있지 않거나에 상관없이 신앙적 감수성을 갖추고 있다”면서 “타종교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질수록 각자가 속한 지역교회가 그 지역에서 올바른 토착화를 이루고 지역사회의 문제점 등을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찾는 물꼬를 틀 수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 복음화 전망에 관해서도 실레오 신부는 “아시아는 다양한 고등 종교들이 탄생한 대륙으로 그리스도교적 신앙도 올바로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토양을 갖추고 있다”면서 “아시아 복음화를 위해선 그 안에서의 종교간, 문화간 교류와 연구 또한 꾸준히 진행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주정아 기자

이탈리아 로마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