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2019 한반도 평화나눔포럼’ 참석 후 떠난 헝가리 페테르 에르되 추기경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9-05-28 수정일 2019-05-28 발행일 2019-06-02 제 3147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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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용서하라… 우리에게 주어진 예언자적 소명”
 내년 헝가리 세계성체대회 준비도 “한국교회 신자들 함께 해주길”

페테르 에르되 추기경은 “과거 교훈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재료”라고 말한다.

“성체성사의 신비가 성당 문턱을 넘어 온 사회 안으로 퍼져 나가길 바랍니다.”

내년 9월 13~20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제52차 세계성체대회를 소개하는 헝가리 에스테르곰-부다페스트대교구장 페테르 에르되 추기경의 눈빛이 빛났다. 대회 준비위원장을 맡은 에르되 추기경은 이번 대회 주제 “나의 모든 샘이 네 안에 있네”(시편 87,7)를 설명하며 “성체가 그리스도 신자 생활의 진정한 샘이라고 알려 주는 대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근심스럽기도 하지만 ‘아주 기쁜 마음’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 신자들을 부다페스트로 열렬히 초대합니다. 이번 대회가 믿음을 깨울 수 있고 모든 긍정적인 기대에 응답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회는 헝가리에서 열리는 두 번째 세계성체대회다. 헝가리교회는 제2차 세계대전 시작 직전인 1938년 제34차 세계성체대회를 처음 개최했다. 에르되 추기경은 “당시 대회 지향은 전쟁의 위협을 막는 것이었다”면서 “당시 성체대회의 찬가 마지막 부분이 ‘오! 주님 온 민족을 평화로 일치시키소서’였다”고 회상했다.

내년 9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제52차 세계성체대회 안내문 표지.

2019 한반도 평화나눔포럼 참석차 5월 16~22일 한국을 방문한 에르되 추기경은 남북한의 대립과 남남갈등에 대해서도 교회의 예언자적 소명을 강조했다. 그는 “용서란 사회의 불의에 대해 방어하지 말거나 보호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라면서 “세상에는 해결하거나 보상하기 어려운 범죄가 존재하기에 용서를 청하지 않아도 먼저 용서하라는 예언자적 소명을 더욱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산정권이 끝난 뒤 헝가리교회가 용서를 이야기하자 사람들이 ‘너무 나약하다’, ‘필요하다면 보복 같은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공격을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과거 교훈을 통해 배우고 이를 더 올바르고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재료로 써야 합니다.”

에르되 추기경은 1975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1980년 교황청립 라테라노대학교에서 교회법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999년 11월 쎄케스페에르바르교구 보좌주교, 2002년 에스테르곰-부다페스트대교구장에 임명됐으며, 2003년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