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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지혜가 필요한 남북 교류 협력 / 이원영

이원영 (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입력일 2018-11-06 수정일 2018-11-06 발행일 2018-11-11 제 3119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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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반도 평화 정세로의 전환이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북한이 비핵화하고 개혁 개방을 통해 남측의 자본과 기술력이 북측의 노동력과 결합이 되면 한반도 경제 상황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곤 한다. 이러한 전망에 많이 인용되는 사람이 짐 로저스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더불어 세계 3대 투자 거물로 꼽히는 짐 로저스는 10년 전쯤부터 북한 투자의 소위 ‘대박 가능성’을 이야기했고, 2015년에는 “모든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라고까지 밝혔다. “통일 독일은 이웃인 헝가리나 체코, 러시아 등이 투자금을 댈 여유가 없었지만, 한반도는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싱가포르 등 주변국이 뭉칫돈을 싸들고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면서 “값싸고 교육이 잘 돼 있고, 손기술이 좋은 북한은 중국과 베트남의 훌륭한 대체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남북 교류협력의 미래를 낙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여전히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지난 9월, 행정명령으로 북한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대상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 조선노동당 39호실, 대성은행 등 466건의 개인, 기업 및 기관을 추가 지정했다. ‘세컨더리 보이콧’이란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과 기업 및 단체에 대해 금융 제재를 가하는 포괄적이며 일방적인 미국의 제재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통화 체제에서 사실상의 퇴출을 의미한다. 얼마 전 미국 재무부가 한국의 은행 중 하나에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를 할 것이라는 소문이 증권가에 돌자, 금융위원회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부인했던 것도 이 제재의 엄중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듯 남북 간의 경제 교류협력에는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과 위험성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에 대한 설득과 동의에 입각한 남북 관계 개선은 불가피한 우리의 과제다. 그런데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리선권 위원장이 9월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한 재벌 총수들에게 식사자리에서 ‘지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냐’고 말했다는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만일 사실이라면 국제사회 대북 제재의 엄중함에 대한 무지를 보여준 것이며, 매우 무례를 범한 것이다. 설령 이 논란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북한은 우리와의 협상 과정에서 때때로 이러한 무지나 무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 교류협력은 확대·강화돼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의인들의 길은 동틀 녘의 빛과 같아 한낮이 될 때까지 점점 밝아질 것’(잠언 4,18)을 믿고 나아가야 한다. 이 길을 걷는 데에 숨어 있는 많은 불확실성과 위험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혜를 청하는 기도를 간절히 드려야 할 때다.

이원영 (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