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오산지구 의료인 모임 ‘루카회’ 필리핀 해외의료봉사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8-10-09 수정일 2018-10-09 발행일 2018-10-14 제 3115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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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매립지 위의 사람들…웃음 잃은 이들에게 희망을

4년째 이포공소에서 활동
필리핀 요셉의원도 힘 모아 
2박 3일간 1000여 명 진료 

“살라맛 포!”(고맙습니다!)

필리핀 불라칸주 롤롬보이 지역의 이포공소. 주위 어느 곳을 보아도 쓰레기더미인 이곳은 쓰레기매립지 위에 빈민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이곳에 현지어인 타갈로그어로 밝은 감사의 인사소리가 이어졌다. 바로 오산지구 의료인 모임 루카회(회장 최현철, 영성지도 안병선 신부)의 의료봉사 현장이다.

오산지구 의료인모임 루카회가 4년째 의료봉사를 펼치고 있는 필리핀 불라칸주 롤롬보이 지역의 이포공소 주변 모습. 쓰레기 매립지 위 축사를 개조해 집을 마련했다. 오산지구 루카회 제공

루카회는 9월 23~25일 필리핀 해외의료봉사를 실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인 ‘복음을 행동으로 옮기라’는 메시지를 실천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봉사에는 루카회 소속 의료인 3명과 봉사자 7명이 참가했다.

벌써 7년째 진행되는 해외 의료봉사다. 오랜 시간을 이어온 봉사다보니 루카회의 좋은 취지에 공감하는 많은 이들이 협력했다.

이번 봉사에는 필리핀 요셉의원의 현지인 의료진을 포함한 의사 5명과 간호팀, 약제팀으로 구성된 봉사팀도 함께했다.

이들은 이포공소의 빈민지역과 마닐라 칼로오칸교구 로사리오성당 등에서 내과, 치과, 한의과, 소아과 등의 진료를 진행했다. 봉사단은 이번 봉사기간 동안 1000여 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필리핀 요셉의원에서는 의약품을 지원했고, 현지 본당인 롤롬보이 성김대건안드레아본당과 필리핀 로가찌오니스티 수도회도 현지에서 의료봉사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조율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봉사를 위한 항공편은 제주항공이 제공했다.

특별히 이번에는 제1대리구 갈곶동본당 신자들이 루카회 해외봉사소식을 듣고 필리핀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의류를 모았다. 갈곶동본당이 모은 의류품 20상자는 이번 의료봉사를 통해 롤롬보이본당 내 가난한 지역과 고아원 등에 보내졌다.

김대건 성인이 마카오 유학시절 민란을 피해 머물렀던 곳 인근에 자리하고 있는 이포공소의 빈민지역은 쓰레기매립지 위해 세워진 가난한 이들의 거주지다. 4년 전 이곳에서 처음으로 의료봉사를 한 루카회 회원들은 이 지역의 열악함을 보고 지속적으로 방문해 봉사를 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1000여 명 주민들은 돼지우리와 가축들의 축사를 개조해 집을 마련했다. 하지만 어딜 가나 쓰레기와 오물이 쌓여있는 곳에서 오염된 물이 흘러나오는 환경이다.

이토록 비위생적인 환경이다 보니 피부질환을 비롯해 각종 질병으로 아픈 이들이 넘쳐나지만, 지역에는 변변한 의료시설이 없다. 설사 의료시설이 있다 해도 가난한 이곳 주민에게는 이용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부족하다.

벌써 4년째, 해마다 루카회가 이 지역을 방문하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해외에서 지속적으로 의료봉사를 진행하자 지역사회의 관심이 이어졌고, 쓰레기만 넘쳐나던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이번 봉사 중에도 변화한 이포공소 지역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핵 환자의 수가 눈에 띄게 줄었고, 공소와 본당에 봉사자가 많아져 미사에 활기가 넘쳤다. 무엇보다도 어린이들 얼굴이 밝아졌다.

이번 봉사에 참가한 루카회 최현철(미카엘) 회장은 “의료봉사를 진행하면서 일회적인 봉사에 아쉬움을 느껴 한 지역을 지속적으로 돕는 방법을 택했다”면서 “현지 본당, 수도회와 연계하면서 봉사를 진행하다보니 의료적인 도움이 됐을 뿐 아니라 지역 신앙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 보람이 크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포공소 주변에 쌓여있는 쓰레기들.

9월 23~25일 진행된 루카회 의료봉사 현장. 2박 3일의 시간동안 1000여 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9월 23일 오산지구장 안병선 신부(왼쪽 다섯번째)와 루카회 회원들이 의료봉사를 출발하면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