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건강하게 삽시다] 18. 남자애만 좋아하는 세상

최수호ㆍ가톨릭의대 외래부 교수
입력일 2018-03-16 수정일 2018-03-16 발행일 1985-07-28 제 1466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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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로 태어난 설움 달래려 공부는 1등했으나...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의 이야기이다. 잠이 오지 않고 기억력이 없어지며 애들이 조롱하는것 같다고 했다. 자기 과시하려는 반친구들이 많고 애들이 나를 보고 비웃는 느낌을 받는다. 내가 무엇을 많이 아니까 애들이 나를 따돌리는것 같고 나를 실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자기반에서 1등을 하며 공부를 아주 잘하는 편이다. 국민학교때도 항상 수석을 하였다고 한다.

부모말에 의하면 이 학생은 책을 좋아해 공부만하고 형제들하고 싸우지도 않았으며 말썽을 일으킨 일이 없다고 하였다.그래서 부모는 지금까지 이 학생에 대해 걱정 한번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학생은 친구도 없는 편이고 자기집에 한번도 친구를 초대한 일이 없었다. 바로 위 언니는 몸이 허약하여 부모의 보호와 할머니의 사랑을 많이 받았지만, 이 학생은 자기 스스로 모든 일을 잘했기 때문에 부모는 별 걱정을 안했다고 한다.

남동생은 남자라고 해서 위의 사랑을 독차지했다고 한다.

부모에 의하면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아들을 몹시 기대했었는데 둘째도 딸을 낳으니 출산한 날 병원에 오지도 않았고 그 후 며느리를 못마땅하게 여겼다고한다. 셋째 아들을 낳을때까지는 시부모 대하기가 민망하였다고했다. 셋째에 아들을 낳으니 그 아들만 위하는 시부모 태도가 너무나 역력했다고 이 학생의 어머니는 기억했다.

이 학생의 말에 의하면 형제간에 사이도 좋질않다고 했다. 형제간에 차별을 두는것을 3~4살때부터 느꼈다고 이 학생은 회상하였다. 할머니는 먹을 것이 있으면 나한테는 주질않고 언니와 남동생만 주었으며 형제간에 싸워도 내편을 드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하였다. 남동생이 반찬시비를 할때는 반찬을 잘해주지만 나는 반찬시비를 한번도 해 본 일이 없다고 눈물을 흘렸다.

형제간에도 차별대우 받는것을 느낀 후 그것을 스스로 극복하기 위하여 공부를 열심히 하였다. 그래서 집에서는 자기가 공부를 제일 잘하고 있다. 이제는 지쳤다. 공부를 잘해서 차별대우를 극복하려고 했으나 이제는 더이상 공부하기가 싫어졌다고 호소하였다. 이 같은 학생의 마음을 부모는 전연 모르고 있었고 자식이 착하고 성실한 모범생인 줄만 알고 있었다.

이 학생은 마음이 괴로울때면 국민학교부터 논어ㆍ맹자책을 읽었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자기방에 들어가 책보는데 시간을 보냈다고 하였다.

이 학생은 어릴때 받았던 상처, 즉 자기가 딸이기 때문에 천대받는다는 사실로 말미암아 자기의 인생을 지금까지 불행속에서 살았던 것이 분명하다.

가족들이 자기를 중요한 인물로 보지 않는데서 발생된 소외감ㆍ외로움과 인생에 대한 부정적 사고 등이 해결돼야 될것같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남자선호사상이 너무 두드러진 현상같다. 며느리가 여자를 낳으면 시집에 미안하여 몸둘바를 모른다. 아들을 낳기 위하여 딸만 8공주를 낳은 부인들이 많다. 막내아들을 낳았을때는 그 아들을 위하여 8공주들이 금이야 옥이야 키운다. 그러나 그 아들이 나중에 정신병이 걸리는 경우가 드물지않다. 독립된 남자애로 성장하기가 쉽지않다. 이같은 불행이 왜 일어나야만 하는가 걱정스럽기만하다. 여자애는 집안의 대(代)를 이어가지못하는가!

최수호ㆍ가톨릭의대 외래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