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하루 몇 마디 하세요? / 김선균

김선균(라파엘) rn광주가톨릭평화방송 보도제작부장
입력일 2017-11-21 수정일 2017-11-21 발행일 2017-11-26 제 3071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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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기자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말을 많이 한다. 취재나 방송 진행을 위해 말을 하다 보면 하루에 내뱉는 단어를 셀 수가 없다.

방송을 통해 전해지는 한마디 한마디가 청취자들에게는 큰 공감을 불러올 수 있고 때로는 ‘나비의 날갯짓’이 되어 중요한 여론을 형성하는 단초가 된다. 그래서 방송을 진행할 때는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꼭 ‘필요한 말’만 하게 되는 버릇이 생겼다.

10년 넘게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말에 관한 특정한 법칙을 발견하게 됐다. 단체장이나 기관장 등 고위직일수록 말의 속도가 느리면서도 여유롭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능력이 있다.

말의 품격을 언품(言品)이라 한다. 사람 됨됨이를 일러 인품(人品)이라 하듯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내뱉는 말도 나름의 품격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사회가 점점 더 복잡해지면서 말을 잘하는 사람이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받는다. 회의에서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전달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사람, 회식 자리에서 적절한 위트와 유머로 좌중을 순식간에 ‘웃음의 도가니’로 만드는 사람 등등….

하지만 요즘 TV 뉴스를 보노라면 인신공격성 막말이 난무한다. 유독 정치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부 연예인들도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라면 상대의 기분쯤은 안중에도 없어 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말의 품격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진정한 말의 품격은 말을 얼마나 하느냐 하는 ‘양’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상대방과 공감하고 진정성이 있느냐는 ‘질’의 문제다. 비수처럼 흩날리는 ‘말의 홍수’ 속에서 진정한 말의 품격을 생각하게 된다.

김선균(라파엘) rn광주가톨릭평화방송 보도제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