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부고(訃告)란’ 단상(斷想) / 김선균

김선균 (라파엘) 광주가톨릭평화방송 보도제작부장
입력일 2017-11-14 수정일 2017-11-14 발행일 2017-11-19 제 3070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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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집에 배달되는 신문만 5부. 진보 성향의 중앙지와 보수 성향의 중앙지 2부, 그리고 광주지역 일간지 3부. 바쁜 시간에 36면짜리 중앙지를 여유 있게 들여다볼 시간은 없다. 그리고 지역 일간지는 전날 우리가 보도한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직업병일까? 출근 준비로 바쁜 와중에 각면을 파노라마처럼 훑어낸 뒤, 눈길이 머무는 곳이 ‘화촉란’과 ‘부고란’이다. 화촉란을 보며 혹여 내가 챙기지 못한 동료나 선후배들이 있는지 살핀 후 ‘부고란’.

슬프지 않을, 알리지 않을 죽음이야 없겠지만 부고 대상자의 자식들을 소개하는 문구를 볼 때면 ‘이건 좀 아니다’ 싶다. ‘○○○씨 별세’, 장남은 고위 공무원, 차남은 대기업 간부, 딸은 국내 유수 연구소 연구원…. 뭐 이런 식이다.

신문 부고란이 ‘집안 자랑(?)’의 장이 되고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불편하다. 어느 자식이라고 출세하고 싶지 않으랴? 부고란이 고인이 살아온 인생을 말해주기보다는 장례를 치르는 자식들의 ‘드러내기’ 장이 되고 있지 않은지.

나도 때로는 내 부고 다음에 올 아들 녀석 이름 옆에 모두가 부러워하는 사회적 타이틀(?)이 붙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이젠 나부터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부고란이 ‘과시’의 장이 되기보다는 진정으로 고인을 애도하고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추모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 위령성월을 보내고 있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무엇이 진정으로 고인을 잘 떠나 보내주는 것인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아직도 우리 곁에는 신문 ‘부고란’에 이름조차 실리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김선균 (라파엘) 광주가톨릭평화방송 보도제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