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선교지에서 온 편지 - 남수단] 콤보니 데이

이상권 신부rn
입력일 2017-10-17 수정일 2018-01-22 발행일 2017-10-22 제 3066호 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찬미 예수님! 한가위는 잘 보내셨습니까? 저는 ‘아 추석이구나’하고 미사 안에서 감사드리고 평범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대신 10월 10일에 큰 축제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바로 콤보니 데이입니다.

콤보니 성인과 수도회의 영향으로 성인의 축일인 10월 10일은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축제일입니다. 쉐벳과 아강그리알에서는 콤보니 데이를 축하하기 위해 매년 소를 한 마리씩 마을에 제공하여 축제를 돕고 있습니다.

마을 청년들이 축제 때 발전기와 스피커를 빌려달라고 며칠 전부터 저를 찾아왔습니다. 지금 상황이 어수선하고 위험할 수 있으니, 해지기 전에 사용을 끝내겠다고 합니다. 보통은 저녁 12시까지 발전기를 이용해 음악을 즐기며 춤을 추며 축제를 즐기고, 많은 이들이 밤새 춤추며 놀곤 합니다.

그리고 소는 쉐벳에서 어떻게 가져오느냐, 우리가 가서 가져오겠다고 나섭니다. 걸어서 편도 4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이고, 소까지 몰고 와야하니 보통 길고 힘든 여정이 아닙니다. 이런 경우는 강도의 위험도 있어서 서너 명은 총을 준비해서 함께 움직여야만 합니다. 그래도 청년들은 신이 나서 노래를 부르며 쉐벳으로 달려갑니다.

7~8시간을 예상했는데 6시간 만에 소를 몰고 나타났습니다. 이제 어른 서너 명이 붙어서 소를 잡습니다. 저도 가서 소 잡는 것을 구경하고 고기를 한 점 잘라 와서 장조림을 만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소를 요리해 먹어보았지만 장조림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여기 소는 정말 질기고 맛이 없습니다.

10월 10일 콤보니 데이 행사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신자들.

아침 미사로 콤보니 데이 축제를 시작하였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콤보니 초등학교 한쪽에서는 점심식사 준비로 분주합니다. 고학년 여학생들이 총 출동해서 수녀님과 아주머니들을 도와서 식사 준비를 합니다. 미사가 끝나고 학교에 가보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학교에 모여들고 있습니다. 한편 나무아래에서는 남학생들이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고 있습니다. 마을의 유지들과 관공서 윗분들은 그늘에 앉아 행사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무리의 목동들이 북을 치고 노래를 부르며 운동장으로 달려오더니 원을 만들고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모여 들어 함께 어울리면서 춤을 춥니다.

시간이 되자 시작 기도로 행사는 시작됐고, 역시나 한 자리 한다는 사람들이 모두 나와서 한마디씩하기 시작합니다. 시간은 벌써 2시를 넘기고 있습니다. 슬슬 지루하고 배가 고파져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음식 준비하는 곳으로 가서 살짝 도와줍니다. 여학생들이 제가 하는 모습을 보고 신기하기도 하고 어설퍼 보여 소리내어 웃습니다.

식사를 마치자 이제 축구와 배구 경기를 시작합니다. 학생들과 선생님들, 청년들이 편을 나누어 시합을 합니다. 12월에 있을 청년대회를 생각해서 이들의 실력을 살피고자 시합을 관심있게 지켜보았습니다. 알고는 있었지만 올해에도 큰 희망은 버려야겠습니다. 축구를 하는 동안에도 운동장 한편에서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춤을 추고 있습니다.

석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긴장의 시간들 가운데 맞이하는 콤보니 데이였습니다. 아직 싸움이 해결되지 않았고, 다들 두려움 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오늘 만큼은 춤과 노래로 모든 것을 잊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기쁨과 일치의 시간을 마련해주신 콤보니 성인께 감사드려야겠습니다.

※ 후원금은 수원교구 해외선교지를 위해 사용됩니다.

※ 후원 ARS : 1877-0581

※ 후원 계좌 : 국민 612501-01-370421, 우리 1005-801-315879, 농협 1076-01-012387, 신협 03227-12-004926, 신한 100-030-732807 (예금주:(재)천주교수원교구유지재단)

※ 해외선교지 신부님들과 교우들을 위한 기도 후원 안내

-해외선교지 신부님들과 교우들을 위한 묵주기도, 주모경 등을 봉헌한 뒤 해외선교후원회로 알려주시면 영적꽃다발을 만들어 해외선교지에 전달해 드립니다.

※ 문의 031-268-2310 해외선교후원회(cafe.daum.net/casuwonsudan)

이상권 신부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