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선교지에서 온 편지 - 잠비아]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를 마음에 담고

지형배 (마르코) 봉사자
입력일 2017-10-10 수정일 2018-01-22 발행일 2017-10-15 제 3065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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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잠비아 선교지에서 봉사한 지형배(마르코) 봉사자의 편지를 대신 보내드릴까 합니다. 지형배 봉사자는 지난 6개월 동안 잠비아 선교지에서 활동하다 10월 3일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왜인지 모를 이끌림으로 아프리카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던 저는 우연치 않게 10여 년 전 본당에서 사목하시던 신부님께서 잠비아에서 선교하고 계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며 정신없이 지내야하는 30대 나이에 시간을 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말버릇처럼 잠비아에 가고 싶다고 한 지 3년 만에 잠시 휴가 나온 신부님을 직접 찾아뵙고 말씀 드리게 됐습니다. 신부님께서 “봉사를 하려면 할 줄 아는 게 있어야한다”며 “태권도는 할 줄 아느냐”고 하시기에 “할 줄 안다”고 대답했습니다.

태권도는 학생 때 이후로 쉬어왔기 때문에 태권도를 잠비아 친구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다시 3개월 정도 도장을 다니며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보낸 6개월의 시간은 제 인생에 결코 잊지 못할 시간이 됐습니다. 몇몇 신부님들과 신학생들, 그리고 교구청 직원까지 많은 손님이 다녀가면서 더 풍족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제 평생 처음으로 매일매일 미사를 드리면서 하루하루를 감사하게 보낼 수 있는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반면에 부정적인 모습들도 종종 있었습니다. 6개월 동안 1만 5000㎞ 이상을 신부님과 함께 운전하고 다녔는데, 이곳 경찰들은 곳곳마다 시비를 걸며 외국인에게 돈을 요구했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도 전혀 미안해하지 않는 현지인들의 태도도 체험했습니다.

행사 중에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교구 청년의 날 행사에서 1000여 명의 현지인 앞에서 태권도 시범을 보인 것입니다. 그것도 혼자 한 것이 아니라 제가 5개월 가까이 태권도를 알려준 잠비아 친구 2명과 함께해 의미가 있었습니다. 기대 이상의 엄청난 환호 속에서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지형배 봉사자가 찍은 잠비아 어린이들의 사진.

무엇보다도 가장 소중한 기억은 제 마음을 언제나 따뜻하게 했던 아이들의 미소였습니다. 가는 곳마다 손을 흔들며 반기는 어린이들의 미소가 어쩌면 이렇게 맑고 순수할 수 있을까요? 한국에서 갓난아기의 때묻지 않은 미소라고 표현하면 설명이 될 지 모르겠습니다.

온몸이 흙투성이에 옷은 온전하지 못하고 신발도 신지 않은 아이들입니다. 가지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다면 불쌍하고 도와주어야 하는 아이들입니다. 옷도 사주고 신발도 사주고 먹을 것도 사주면서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도와준다면 이 아이들의 미소가 더 맑아지고 순수해질까?’라는 질문도 같이 해봤습니다. 저는 오히려 한국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잃어버린 미소를 찾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많은 돈을 주고도 결코 살 수 없는 미소입니다.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잠비아 어린이들에게 무엇인가 가르치고 주기보다 제가 오히려 배우고 갑니다. 바쁘게 살며 정신없이 제 자신을 다그치며 몰아갔던 30대의 제 삶에 결코 노력해서 얻을 수 없는 아이들의 맑은 미소를 마음에 담아 갑니다. 행복은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님을 다시 깨닫고 갑니다.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초대해주신 신부님께 감사드리며 이곳까지 이끌어주신 주님의 은총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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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배 (마르코) 봉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