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 년 지켜온 김성우 성인 묘역과 정신 주변 재개발에도 성지 옛 모습 유지 가마터 등 통해 신앙 선조 삶 전해
도시재개발 속에서도 교우촌 신자들의 노력으로 김성우(안토니오) 성인의 묘와 그 정신을 지켜온 성지가 있다. 바로 구산성지다.
불과 6년여 전 하남의 미사리를 방문한 이라면 ‘상전벽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논밭도 집도, 나무도, 길조차도 하나 남은 것 없이 변해버렸다. 옛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직선으로 뻗은 길을 따라 구산성지를 찾았다.잘 닦인 길을 따라 들어가니 이윽고 이 지역에서 유일하게 낯익은 모습이 보인다. 둥근 언덕 형태를 한 성지입구다.
입구에 들어서니 이곳이 재개발된 지역이라는 것을 잊을 정도로 예전의 모습을 간직한 성지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김성우 성인과 순교자들의 묘역도, 성지 성당도, 옹기가마터도 모두 잘 보존돼 있다. 성지가 보존한 것은 단순히 ‘옛 것’이 아니다. 이 지역에 담긴 신앙선조들의 정신을 지켜낸 것이다. 구산은 김성우 성인이 교우촌으로 변모시킨 마을이다.김성우 성인은 양반의 자제로 존경받는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는 천주교 교리를 접하면서 세례를 받고 선교에도 열심히 나섰다. 후에는 구산의 초대회장으로 마을의 모든 이들에게 신앙을 전했다. 성인의 선교 덕분에 마을은 교우촌으로 변했고, 이 교우촌에서 성인을 비롯한 9명의 순교자가 났다.
교우촌의 신자들은 박해 속에서도 전쟁 속에서도 대대로 순교자들의 묘역을 지켜왔다. 급격한 도시화와 이농현상 속에서도 신자들은 전통적인 교우촌의 모습을 200여 년 간 간직해왔고, 김성우 성인의 삶과 신앙을 널리 전하기 위해 성지를 조성했다. 재개발로 인해 더 이상 교우촌의 자취는 찾을 수 없지만, 그 정신은 성지에 남아 이어지고 있다.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