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의 창

[방주의 창] 북핵과 사드, 평화와 소성리 / 양기석 신부

양기석 신부 (수원교구 송전본당 주임·수원교구 환경위원회 위원장)
입력일 2017-09-26 수정일 2017-09-29 발행일 2017-10-01 제 3064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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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파리 유네스코에서 성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오늘날 인류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고… 없애지 않으면… 인류 문명과 문화의 결과들을 파괴해 버릴 수 있는 요소들인 핵폭탄의 위협에 대하여 여러분들이 깊이 생각해 볼 것을 두 가지 이유에 의해서 권합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핵폭탄을 사용하는 전쟁에서 우리 인류를 확실하게 지켜낼 수 있다고 어느 누가 확신할 수 있겠습니까? 기술보다는 윤리가 우선이며, 사물보다는 사람이, 물질보다는 정신이 우위라는 것에 대하여 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하셨습니다.

2011년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께서는 제43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문을 통해 국제 공동체가 점진적인 군비 축소와 핵무기 없는 세상을 보장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하셨습니다.

북한의 핵위협 때문에 나라가, 아니 세계가 시끄럽습니다.

야당에서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의 탈퇴와 핵무장을 주장하고, 정부에서는 핵잠수함의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는 전 세계가 꾸준히 노력해오던 점진적인 핵군축 노력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생각입니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주장하며,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비난해왔던 정부와 한국사회는 현재 ‘두려움’ 앞에 이성적인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폭력 앞에 두려워 떠는 인간에게 악은 항상 폭력이라는 악으로 맞서도록 유혹합니다. 악은 인간을 파멸로 이끌기 위해 폭력을 조장하고, 정당화합니다. 연일 미국의 첨단무기를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와 미국의 가공할 무기들이 한반도에 전개되는 상황을 홍보하는 방송들을 보게 됩니다. 한쪽에서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두려움에 떠는 수많은 생명들이 있고, 이것을 돈벌이로 삼을 호재라 여기며 계산기를 두드리는 악한 세력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때에 문재인 정부는 이전까지의 입장을 바꾸고 전격적으로 4기의 사드를 추가배치 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말굽 모양의 사드부지 공여는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고, 편법으로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려고 한 꼼수였기에 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북 미사일을 이유로 정부는 ‘환경영향평가’ 이후 배치를 결정하겠다던 결정을, 하룻밤 사이에 ‘임시배치’라고 주장하면서 사드배치를 강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평화를 요구하는 이들에게 행해진 경찰의 폭력적 행위는, 최소한의 인권조차도 무시한 처사였습니다. 거기에 ‘종교CARE팀’이라는 부대를 운용해 종교인들을 우롱하고, 임시로 운영되고 있었던 종교시설을 파괴하고, 십자가를 부러뜨리고, 미사 제구들을 강제로 빼앗아간 행위는 ‘적폐청산’을 요구한 촛불에 의해 생긴 민주정부인가를 의심하게 만듭니다.

정부의 사과와 재발방지, 경찰을 비롯한 공권력의 인권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사드배치로 인한 동북아 평화와 세계 평화 위협, 민족화해 분위기 냉각, 민생 불안과 부담 증가 등의 이유로 사드배치 강행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반대하며,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라”는 주교회의의 성명대로 사드배치는 철회돼야 합니다.

북핵문제는 대화를 통한 항구적인 평화협정의 체결을 통해서만이 해결될 것입니다. “평화는 결코 무기라는 힘의 균형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상호 신뢰에 의해 확립된다”(지상의 평화 131)는 교회의 확신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유효합니다. 핵무기 보유라는 유혹에 빠진 북한정권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정부가 깊이 새길 내용입니다.

9월 20일 사드배치 철회를 요청하는 글을 남긴 평화주의자 조영삼님께서 분신한 지 하루 만에 선종하셨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생명을 바치면서까지 호소하신 사드철회가 이뤄지길 기도합니다.

양기석 신부 (수원교구 송전본당 주임·수원교구 환경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