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선교지에서 온 편지 - 칠레] 칠레 쿠데타와 폭력

문석훈 신부rn
입력일 2017-09-19 수정일 2018-01-22 발행일 2017-09-24 제 3063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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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석훈 신부.
9월 10일 주일에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한 자매가 “빠드레, 내일은 특별한 없으면 일찍 들어와야해요”라고 합니다. “왜요?”라고 물으니 “9월 11일이잖아요”라고 대답합니다.

1973년 9월 11일, 칠레에 쿠데타가 일어났던 날입니다. 피노체트를 중심으로 한 군부가 대통령궁을 포격하면서 시작된 쿠데타는 세계 최초로 선거에 의해 선출된 사회주의 대통령을 무력으로 전복시킨 날입니다. 당시 사회주의 체제를 경계하던 미국정부가 이를 묵인하고 암암리에 지원하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쿠데타는 아주 쉽게 성공을 이룰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쿠데타로 대통령이 된 피노체트는 이전 정부와 정반대로, 자본주의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게 됐죠. 이전 정부는 공공부문의 국유화 정책과 토지개혁을 통해 부의 균형을 맞추려한 정책을 추구했는데, 많은 자본가들과 군부들은 그 정책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건 것입니다. 결국 쿠데타 이후 정부에서 수용한 자본주의는 모든 공공재의 민영화는 물론 대형 기업들의 독점화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됐습니다. 그로 인해 부의 편차가 극심해지고, 많은 이들이 가난의 굴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병원, 약국, 수도와 전기는 물론이고 버스와 지하철 심지어 고속도로까지도 민영화가 돼 사람들의 돈을 소수의 사람들이 가지게 됐던 것입니다. 한 예로 예전에 응급실에 갔었는데 응급실에 있는 직원이 처음 요구하는 것이 바로 신용카드였습니다. 그러니 정부에 대한 서민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젊은이들,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정부를 상대로 투쟁을 했고, 정부는 그들을 탄압하면서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사살했고, 또 많은 이들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됐던 것입니다.

문석훈 신부가 도보순례에 참가한 칠레 청년들에게 훈화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9월 11일이 되면 정부를 상대로 투쟁을 합니다. 아직도 칠레에는 부의 편중이 심하고, 의료와 같은 생명에 직결되는 것도 민영화라는 덫에 걸려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의미 있는 날에 그저 폭력을 쓰고 싶은 이들도 있습니다. 사회에 가진 불만을 폭력으로 풀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입니다. 그들은 버스에 불을 지르거나, 지나다니는 차에 돌을 던지고, 대형마트를 털고, 심지어 교회에 침입해 행패를 부리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교회가 이런 부조리에 침묵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다행히 이날 경찰들이 성당을 둘러싸고 밤새 지켜주어 본당에는 큰일이 없었답니다. 그런데 아직도 폭력으로 인한 상처와 사회의 불평등, 소외와 빈곤 등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그런 상처가 폭력으로 표출되는 것도 참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우리 각자는 물론이고, 교회가 끊임없이 사회문제, 정치와 경제에 관심을 갖고, 그 안에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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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석훈 신부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