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교구 본당의 역사를 따라] 성남대리구 분당성요한본당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6-12-13 수정일 2016-12-13 발행일 2016-12-18 제 3024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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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가득 성미술·음악… ‘문화로 꽃 피운 신앙’
무료 진료 펼치고 공부방 운영 등
지역 가난한 이들 위해 나눔 실천

분당성요한성당 전경.

교구에서 신자 수가 가장 많은 본당은 성남대리구 분당성요한본당(주임 이건복 신부)이다. 이 본당은 분당 지역에 설립된 첫 본당이자 ‘성남대리구 중심성당’으로, 분당 지역과 성남대리구의 복음화를 위해 노력하는 본당이다.

분당은 1989년 정부의 계획으로 조성된 신도시다. 하지만 도시가 형성되기 전에 이미 분당 지역에는 박해시대 때 신앙을 지키기 위해 고향을 떠난 신자들이 모여살고 있었다. 이곳 교우촌들은 박해 이후 공소공동체로 성장했는데, 그 대표적인 곳이 된섬말공소(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와 뫼루니공소(현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다. 특히 뫼루니는 103위 성인 중 한 위인 성 볼리외 루도비코 신부가 머물던 곳이다. 볼리외 신부는 뫼루니의 신자 집에서 머물면서 우리말을 배우고, 인근 교우촌 신자들을 위한 성사를 집전했다.

본당 설립은 분당 신도시 계획과 함께 진행됐다. 교구는 분당 신도시의 종교부지 두 곳을 분양받아 본당 설립을 추진했다. 특히 성당 터는 분당골 태재고개 바로 아래의 땅이었다. 태재고개는 성 김대건 신부의 시신을 서울 절두산에서 미리내성지까지 옮겼던 길목이다.

1993년 1월 7일 설립된 본당은 6년의 시간을 성당 없이 생활해야 했다. 분당 지역에 40만 명의 인구가 이주하게 될 예정이었지만, 지역 내 성당 부지가 두 곳 밖에 없어 많은 신자를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성당을 마련하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본당은 1999년 지금의 성당을 완공하기까지 아파트와 성당 부지, 초등학교 운동장, 상가건물 등을 전전하며 미사를 봉헌해왔다. 그동안 사제관은 5차례, 수녀원은 9차례에 걸쳐 이전했고, 사제관 거실이나 승합차를 사무실로 사용하기도 했다. 성당을 건립하는 기간 중에도 지역 내 신자들은 폭발적으로 증가해, 1995년에는 분당성마태오·분당성마르코본당이 1997년에는 분당성바오로 1999년에는 분당성루카본당이 설립됐다.

2003년 봉헌한 새 성당은 당시에는 국내 최대 규모였다. 대성당은 3000여 명의 신자들이 동시에 미사를 봉헌할 수 있는 현대적인 로마네스크 양식의 웅장한 모습을 갖췄다. 특히 성당 안팎에 가득한 성미술품들은 성경 및 성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해줘, 많은 신자들이 성미술을 감상하기 위해 순례를 오기도 하는 곳이다. 성당엔 음관열 수가 65개나 되는 대형 파이프오르간도 설치돼 장중한 선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분당성요한본당은 2018년 본당 설립 25주년을 준비하며 도보성지순례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10월 8일 여주성지에서 가남성당까지 도보성지순례하는 모습.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성당 곳곳에 성음악과 성미술 등의 다양한 문화를 담은 것처럼, 본당의 문화분과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문화사목도 전국적으로도 독보적이라 할 만큼 다양하고 풍성하다. 매월 2회 여는 ‘목요음악회’와 매월 1회 여는 ‘클래식감상회’는 지역민들에게도 사랑을 받는 정기공연이다. 또한 본당은 많은 문화강좌와 전시회도 마련하고 있다. 교구의 크고 작은 공연들도 성당에서 열려, 많은 이들이 성당을 오가며 문화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신앙을 만나고 있다.

본당은 신자 의사들의 봉사모임인 루카회를 중심으로 무료 진료를 진행하고, 지역의 가난한 이들을 찾아 돕고,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공부방을 운영하는 등 가난한 이웃들과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또 청년박람회를 열어 청년들에게 다양한 신심·사도직단체를 소개하는 등 청소년·청년을 위한 사목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1만6262명의 신자들이 공동체를 이룬 본당은, 2018년 설립 25주년을 준비하며 소공동체 도보성지순례, 지역별 성시간, 역대 본당 신부 초대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