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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기획] 가족들이 오손도손 한데 모여 "뭐 먹을까?”

조지혜 기자
입력일 2016-09-06 수정일 2016-09-07 발행일 2016-09-11 제 3011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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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다가온다. 이맘때면 집집마다 차례상을 어떻게 차릴지, 명절에 온 가족이 모이는데 어떤 특별한 음식을 해야 할지 걱정하게 된다. 게다가 가톨릭 신앙이 있는 집이라면 어떤 차례상이 교리에 합당한 것인지 고민하기도 한다. 이에 신앙인은 추석 음식상을 어떻게 차리는지 살펴봤다.

■ 가톨릭신앙 반영한 차례상 차려

고세규(대건 안드레아·44·서울 연희동본당)씨 집안의 추석 차례상은 전통적인 차례상을 기본으로 한다. 전, 포, 나물, 대추, 밤 등을 올리고 평소에 가족이 즐기는 음식을 차린다. 하지만 전통 차례상과 다른 점이 있다면 가톨릭의 가르침에 따라 영정 앞에 십자가를 두고 고인의 위패에 성명과 세례명만 쓴다는 점이다. 형제들의 종교가 다양하지만 “고인의 종교를 존중한다는 점, 차례상에 집안의 전통이 살아 있으며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이 오른다는 점에 식구들이 동의했다”고 한다.

■ 명절음식 풍성… 민감한 대화 주제 피해

고씨 집안처럼 가톨릭 신앙을 차례상에 반영하는 가족도 있지만 신앙이 있으면서도 유교식 차례상을 차리는 집도 있다. 조 알로이시오(40·인천 간석2동본당)씨는 본인은 신앙이 있지만 집안 어른들이 지내는 유교식 차례를 따르고 있다. 전통 차례를 지내기는 하지만 차례상에 바나나, 자몽, 멜론 등 수입과일이 올라가기도 한다. 차례 뒤의 음복을 고려한 집안 어른들의 아이디어다.

게다가 추석에는 평소에 값이 비싸 먹기 망설여지는 음식들이 푸짐하게 있어서 명절 이 더 즐겁다고 했다. 또한 식사의 분위기를 편안하게 하기 위해 “민감한 주제인 ‘취업, 결혼, 학교성적’ 등을 대화 주제로 삼지 않기로 온 가족이 합의해 식사 때에 긴장된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 차례 음식을 본당 공동체가 함께 차리고 어려운 이웃과 나눠

특별히 차례상을 차리지 않고도 가족이 모여 고인을 기억하는 가정도 있다. 함석인(그라시아·60·서울 세종로본당)씨 집안에서는 추석에 가족들이 위령미사를 각각 사는 곳에서 봉헌한 뒤 한 곳에 모인다. 그리고 송편, 토란국 등 추석 음식과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던 음식을 차려 함께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 차례 음식을 본당 공동체가 함께 차리고 어려운 이웃과 나눠

추석 차례음식을 풍성히 차려 어려운 이웃들과 나누는 본당도 있다. 서울대교구 갈현동본당(주임 장희동 신부)은 10년 넘게 추석 합동위령미사를 봉헌할 때 제대 앞에 차례상을 차려왔다. 구역별로 음식을 준비하는데 전통 추석 상차림을 엄격히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한가위 음식을 본당 공동체가 함께 준비해 봉헌한다는 의미가 있다. 4년 전부터는 위령미사를 드린 뒤 빈첸시오회가 음식을 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과 나누고 있다.

■ 한가위, 가족이 모여 친교 다지는 때

주교회의는 ‘한국 천주교 가정 제례 지침’에 “음식상을 차릴 때에는 형식을 갖추려 하지 말고 소박하게 평소에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차리”고 “상 위에는 십자가와 조상(고인)의 사진이나 이름을 모시며, 촛불을 켜고 향을 피운다”는 지침을 제시한다.

고인을 기억함은 물론 모인 가족들의 유대와 친교를 중요하게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대전교구 가정사목부 전담 최상순 신부는 창세기 32장 10절 “저의 아버지 아브라함의 하느님, 저의 아버지 이사악의 하느님!”을 인용하며 “형식이나 예식이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살아 있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 편안한 분위기에서 고인을 기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혜 기자 sgk9547@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