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대구 장신호 주교 서품식 - 이모저모

최용택·방준식 기자
입력일 2016-07-19 수정일 2021-02-16 발행일 2016-07-24 제 3004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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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뜻 따르는 착한 목자 되겠습니다”

대구대교구 장신호 주교의 서품식이 7월 12일 오후 2시 공동주교좌 범어대성당에서 거행됐다. 장신호 주교는 사목표어인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 뜻대로’(Non mea sed tua voluntas, 루카 22,42 참조)를 새기며 제대 앞에 엎드렸다. 9년을 기다려온 대구대교구의 보좌주교 탄생에 한국 천주교회 주교단과 교구민은 크게 환영했다.

◎… 오랜 기다림 끝에 탄생한 보좌주교인 만큼 장신호 주교의 서품식은 한국교회와 대구대교구 신자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서품식 시작 3시간 전인 오전 11시부터 신자들이 삼삼오오 범어대성당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성당 지하에서 주차관리를 하던 운전기사사도회원은 “서품식에 대한 신자들의 관심이 커 주차공간이 크게 모자랄 것 같다”면서도 싱글벙글 웃었다.

서품식에 대한 관심은 바다 멀리 울릉도에서도 모아졌다. 울릉도 천부본당 사목회 김득호(마리아노) 총회장은 “교구의 경사인데 서너 시간 뱃길이 별거냐?”면서 “교구의 큰 목자가 탄생하는 날인데 서품식 참가는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장신호 주교가 주교 임명 전까지 소임을 맡았던 주교회의의 직원들은 대형버스를 대절해 서품식에 참여했다. 장신호 주교는 7년 동안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총무로 봉직했으며, 오랜 시간을 장 주교와 함께 해온 주교회의 직원들은 장 주교의 훌륭한 성품을 알고 있던 터였다. 본당이나 교구단체에서 사목하다 주교로 임명되는 경우에 비해서는 조촐했지만 축하의 열기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주교회의 미디어팀 이영식 부장은 “대구대교구가 오래 기다려왔던 보좌주교로 장신호 주교가 서품돼 정말 기쁘다”면서 “교우들을 사랑하는 훌륭한 목자 장신호 주교가 건강하게 주교직을 수행하길 기원한다”라고 말했다.

서품식이 열린 대성전 왼쪽 맨 앞에는 장신호 주교의 부모 장진휘(베드로·77)-김현순(안나·75)씨 부부가 숨을 죽이며 서품식을 지켜봤다. 서품식 중간중간 눈물을 훔치기도 했던 김현순씨는 “정말 말 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면서 “보좌주교로서 교구장을 보필하고 사제단을 잘 이끌어 교구에 힘이 되는 주교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하던 아버지 장진휘씨는 “모두 신자 여러분의 기도 덕에 아들이 주교가 됐다”면서 “앞으로도 주교직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신자들의 기도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 장신호 주교는 서품식 두 시간 전부터 범어대성당에 도착해 서품식에 온 신자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등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전동 휠체어에 탄 남편과 함께 장 주교와 인사를 주고받은 한 자매는 “신학생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왔다”면서 “주교가 돼서도 사제가 되기로 했던 첫 마음을 잊지 않고 신자들을 사랑해달라”고 당부했다.

장 주교는 대성전을 찾아 안에서 서품식을 준비하던 성가대와 전례 봉사자들을 격려했다. 이날 서품식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대구 전례생활연구회, 전례꽃꽂이연구회뿐만 아니라 교구 본당 구역반장 등이 봉사자로 참여했다.

장 주교는 서품식을 위해 대구가톨릭음악원과 범어대성당 성가대, 신학생 등 90여 명으로 구성된 연합성가대를 찾아 “잘 부탁한다”고 인사했다. 이날 성가대를 지휘한 김종헌 신부는 새로 서품되는 장신호 주교와 뜨겁게 포옹하며 축하인사를 건넸다.

연합성가대의 조준호(도미니코·66·월성본당) 회장은 “서품식을 위해 6월부터 연합성가대가 구성돼 한 달 남짓 연습을 했다”면서 “뜻깊은 날 노래로 축하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장 주교님이 전례학자여서 서품식 준비에 부담이 컸다”면서도 “앞으로 교구의 전례활동이 활발해질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조환길 대주교도 이날 오전 11시부터 범어대성당을 찾아 마이크 성능을 점검하는 등 서품식 준비를 이끌었다. 조 대주교는 많은 신자들이 찾아올 것을 대비해 쾌적한 실내온도 유지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조 대주교는 서품식 강론에서 “그동안 대구대교구에 보좌주교가 언제 나오느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아왔고 그때마다 그저 ‘기도해달라’라고만 당부해왔는데, 자비로운 하느님께서 마침내 교구민의 기도를 들어주셨다”고 기쁨을 표시했다. 이어 “사제와 주교로서 사목하며 ‘일복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일복을 나눠 가질 수 있는 보좌주교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이 모든 은총이 하느님의 섭리”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조 대주교는 새로 서품되는 장신호 주교에게 교회 안에서 2000년 넘게 이어오는 주교직의 엄중함을 주지시키며 “하느님의 말씀을 중심에 두고 사제와 신자들을 섬기는 목자가 되어달라”고 말했다. 이어 장 주교의 임명일인 5월 31일이 예수님을 잉태한 마리아가 사촌인 엘리사벳이 있는 유다 산골을 찾아간 것을 기념하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이었음을 상기시키며 “사제와 신자들을 찾아가 만나 이들의 애환을 돌보는 주교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 이번 서품식은 교구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추진된 ‘100주년 기념 주교좌 범어대성당’에서 치러진 첫 서품식이었다. 서품식이 진행된 대성당은 2500여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으며, 드망즈 홀과 프란치스코 소성당에서 스크린을 통해서도 많은 신자들이 서품식을 지켜봤다. 이날 서품식에 참례한 신자는 3500명을 넘었다.

주교좌 범어대성당 주임 장병배 신부는 “대성당에서 치러진 교구 첫 공식 서품식이 장신호 보좌주교 서품식이어서 그 의미가 아주 크다”면서 “주님께서 많은 신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제와 주교 서품식을 거행할 수 있는 큰 선물을 우리에게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주교직은 외롭고 힘든 길로 신자들의 기도가 많이 필요하다”면서 “사제단과 함께 교구민을 이끌 수 있도록 많은 기도 부탁한다”고 말했다.

서품식 전 범어대성당 광장에서 장신호 주교가 신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제의실에서 제의를 입고 있는 장 주교.

주교 서품식 중 성인 호칭 기도가 봉헌되는 가운데 엎드려 있는 장 주교.

축하식에서 어린이들에게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장 주교가 영성체 후 신자들에게 첫 강복을 하고 있다.

장 주교의 부모 장진휘(베드로·77)-김현순(안나·75)씨 부부가 서품식을 지켜보며 기도하고 있다.

보좌주교 서품을 축하하는 신자들.

장신호 주교 서품식에서 조환길 대주교를 비롯한 한국 주교단이 장엄강복을 하고 있다.

서품식 후 한국 주교단이 주교좌 범어대성당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가 성인 호칭 기도 후 장 주교에게 안수하고 있다.

축하연에서 염수정 추기경, 조환길 대주교, 장신호 주교, 오스발도 파딜랴 교황대사, 이문희 대주교, 김희중 대주교(왼쪽부터)가 축하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대구대교구 문화홍보실 제공

최용택·방준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