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48) 20년 전 낙태한 경험 때문에 심한 죄의식 시달려

이나미(리드비나·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장)
입력일 2016-07-13 수정일 2016-07-27 발행일 2016-07-17 제 3003호 17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질문】 20년 전 낙태한 경험 때문에 심한 죄의식 시달려

낙태한 경험이 있는 40대 여성입니다. 어리고 철 없었을 때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적이 있고, 아기를 낳는다는 것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 낙태를 한 경험이 있습니다. 거의 20년 전의 일이었는데도 아직도 마음 한 구석에 심한 죄책감이 남아 있습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때 생각이 나서 잠을 못 이루거나 심한 불안감, 자책감에 거의 공황 증세가 나타날 정도입니다. 물론 큰 잘못을 했고, 그것이 평생 동안 제가 안고 가야 하는, 평생 속죄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었지만, 가끔은 너무 힘이 듭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요.

【답변】 죄의식 떨쳐내고 봉사하며 하느님과 가까워지길

종교적으로는 모든 낙태를 죄라고 하지만, 의학적으로 볼 때는 3개월 이전 뇌와 심장세포 등이 형성되기 시작하기 이전의 낙태도 꼭 죄로 봐야 하느냐고 생각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물론 낙태를 한 번도 하지 않고, 태어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편안한 환경에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으면 이상적이지만,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없는 형편에 처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과거에는 자연출산조절법 등이 잘 보급되지 않고, 남자들이 협조를 하지 않아 여성들이 자신의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낙태를 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어떤 경우건, 비록 윤리적으로는 낙태가 죄이지만, 하느님은 그런 여성들을 한없이 재판하고 비난하시기만 하는 분은 아니라 봅니다. 오히려 자신의 어리석음, 혹시 불운한 환경 때문에 실수를 한 여성들을 안쓰럽고 애틋하게 생각하시며 보살펴 주시리라 믿습니다.

예수님은 세리, 창녀, 이방인들은 물론 강도, 광인, 심지어는 예수를 배반한 이들까지 모두 용서하셨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고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고백한 흉악한 도둑에게도 천국으로 같이 가자고 말씀하신 분입니다. 죄인에게 벌을 주는 것은 냉혹한 인간의 잣대이지만, 그런 죄인을 용서하는 것은 한없는 사랑을 보여주시는 하느님의 잣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자신을 비난하고 책하여 우울증에 빠진다면 그것이 오히려 하느님의 따뜻한 사랑을 거부하는 더 큰 죄가 아닌가 싶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나는 이제껏 한 번도 남에게 나쁜 짓 한 적 없고, 죄 지은 것도 없다고 강변하는 사람이 있다면, 저는 그 사람이 100% 반사회성 인격이나 망상형 인격장애 등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합니다.

인간은 어떤 식으로건, 크고 작은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뇌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본능의 뇌가 지성의 뇌보다 큽니다!) 그러니, 기왕에 지은 죄 때문에 하느님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더 큰 죄를 짓는 대신, 죄의식을 덜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을 해 보면 어떨까요.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는 일, 어려운 형편의 이웃을 돕는 일 같은 것을 하면서 하느님과의 사랑을 단단하게 하는 것이 낙태에 대한 죄의식을 치유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는 독자 여러분들의 참여로 진행됩니다.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삶에서 겪는 어려움을 나누고 싶은 분은 아래 주소로 글을 보내주십시오.

※ 보내실 곳 : <우편> 04707 서울특별시 성동구 무학로 16(홍익동)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담당자 앞 sangdam@catimes.kr

이나미(리드비나·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