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일상문화 속 교회이야기] 편자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6-05-24 수정일 2016-05-25 발행일 2016-05-29 제 2996호 1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악마 쫓은 수도자 일화에서
대문에 편자 거는 풍습 생겨

1871년 출간된 「편자 - 성 둔스타노와 악마의 전설」 삽화.

자동차 등 교통수단의 발달로 말의 발굽에 대는 편자는 일상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편자가 있다. 바로 ‘행운의 편자’다.

사람들은 이 편자가 나쁜 일을 막아주거나 행운을 가져다 줄 것이라 여기고, 문 앞이나 잘 보이는 곳에 걸어 둔다. 교회와 거리가 먼 미신적 풍속으로 보이지만, 사실 이 ‘행운의 편자’는 교회에서 이어오는 전설에서 시작됐다.

편자에 얽힌 전설의 주인공은 10세기경 영국 캔터베리지역에서 베네딕도회 수도자이자 대주교로 활동한 성 둔스타노(Dunstan·910~988)다.

성직자가 되기 전 대장간에서 일했던 성인은 어느 날 다짜고짜 자신의 발에 편자를 박아달라는 손님을 맞았다. 그가 악마임을 눈치 챈 성인은 꾀를 낸다. 편자를 박기 위해서는 먼저 기둥에 묶여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성인은 기둥에 묶인 악마의 발에 편자를 박기 시작했는데, 얼마나 고통스럽게 박았는지 악마가 살려달라고 애원할 정도였다. 고통에 못이긴 악마는 대문에 편자가 걸린 집에는 얼씬거리지 않겠다고 제안했다. 성인은 그 확답을 받고 나서야 악마를 풀어줬고, 이후 악마는 편자가 있는 곳에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중세 때 신자들은 5월 19일 성 둔스타노 축일이 되면 악마를 쫓는 의미에서 편자를 던지며 놀았다고 한다. 대문 문고리를 편자로 만들거나 편자를 장식해 걸어두는 풍습도 생겨나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성인은 악마와 대결하거나 권력자들과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인한 성품이었다고 한다. 색슨족의 부도덕성을 들춰내기도 했고, 당시 영국 국왕이었던 에드가의 잘못을 꾸짖고 진언을 하기도 했다. 숙련된 철 공예가이기도 했던 성인은 갑옷 제조자, 금세공인, 자물쇠 제조자, 보성공예가들의 수호성인이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