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남수단에서 온 편지] 주일 오후의 행복한 시간

입력일 2016-02-02 수정일 2016-02-02 발행일 2016-02-07 제 2981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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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2}}매주 주일 오후가 되면 아강그리알팀은 쉐벳팀을 방문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얼굴을 마주보며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한 주동안 있었던 일들과 상의할 일 등을 서로 나누기 위함입니다. 오늘도 주일미사를 드리고, 사제관으로 돌아와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쉐벳에 갈 준비를 했습니다. 쉐벳에 데리고 갈 닭 세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도 챙겼습니다. 닭은 쉐벳에서 키우도록 가져가는 것이고, 고양이는 쉐벳에 형제 고양이들이 있어서 함께 데려가는 것입니다.

요셉 형제님은 석쇠와 숯을 챙기십니다. 소고기는 아마 쉐벳에 준비되어 있을 것이고, 요셉 형제님이 주특기인 숯불갈비를 저녁식사로 맛있게 준비해주실 것입니다. 미카엘라 자매님도 부엌에서 무언가를 챙기십니다. 저는 운동복과 운동화를 챙깁니다. 마치 소풍을 가는 것처럼 모두가 분주히 준비를 끝내고 나면, 오후 2시에 다함께 차를 타고 쉐벳으로 출발합니다. 한시간 동안 운전해서 달리는 쉐벳 가는 길은 매번 지날 때마다 새로운 풍경으로 바뀝니다. 푸른 풀숲을 달렸던 기억이 불과 한 달 전 같은데, 지난주에는 황금빛 들판으로 바뀌었고, 오늘은 불에 타서 검게 변한 벌판이 보입니다.

쉐벳에 도착하니, 대문이 활짝 열려 있고 정 신부님 표 신부님과 헬레나 자매님이 환한 미소로 우리를 맞이하십니다. 언제나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주시는 헬레나 자매님은 정말 요리실력이 대단한 분이십니다. 식재료가 없는데도 늘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십니다. 특히 김밥을 잘 만드시는데 파파야로 단무지를 만들고, 부침개로 어묵 ‘비스무리한’ 재료를 만들어 넣었을 뿐인데, 그 김밥은 정말 놀랍게 맛있습니다. 오늘도 쉐벳에 도착하자마자 헬레나 자매님이 준비해주신 김밥과 국물이 끝내주는 잔치국수를 간식으로 먹었습니다.

자 이제 신부들은 본격적으로 신부들만의 친목강화 모임을 시작할 차례입니다. 한만삼 신부님이 작년에 한국에서 보내주신 탁구대 덕택에 우리 남수단 신부들은 탁구경기로 친교를 다지고 체력도 다집니다. 탁구경기를 하며 흘리는 땀은 더워서 삐질삐질 흘리는 땀과 다르게 땀이 나면 날수록 기운이 솟습니다.

남수단 파견 신부들 중에서 탁구를 가장 잘 치는 사람은 정지용 신부님입니다. 중학교시절 탁구부였던 경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기량을 자랑합니다. 탁구공에 자유자재로 회전을 주는 특기를 지녔습니다. 그 다음으로 탁구 잘 치는 사람은 표창연 신부님인데, 특별한 기술은 없지만 놀라운 집중력과 투지로 경기에 임해서 저는 근래에 표 신부님을 이겨본 기억이 없습니다. 결론은, 제 탁구실력이 가장 떨어집니다. 하지만 도전할 상대가 둘이나 있으니 탁구경기를 할 때가 제일 즐겁네요.

신부들이 탁구경기를 하는 동안 헬레나 자매님, 미카엘라 자매님, 그리고 요셉 형제님은 주일 저녁을 특별메뉴로 준비해주십니다. 오늘 저녁메뉴는 헬레나 자매님이 콩을 갈아 손수 만든 두부와 요셉 형제님이 직접 양념하셔서 구운 윤기가 흐르는 숯불갈비입니다. 모두가 한자리에 둘러 앉아 맛있는 음식과 함께 담소를 나누니 한 주간의 피로를 다 씻은 기분입니다.

저녁 9시, 이제 아강그리알팀은 아쉽지만 아강그리알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함께 있는 시간이 행복해서 늘 짧은 듯이 느껴지지만, 새로운 한 주간을 활기차게 시작하기 위한 힘을 얻기에는 충분한 모임이었습니다.

쉐벳에서 탁구경기 중인 신부님들.

※후원계좌: 국민 612501-01-370421, 우리 1005-801-315879, 농협 1076-01-012387,

신협 03227-12-004926, 신한 100-030-732807 (예금주 (재)천주교수원교구유지재단)

※해외선교사제와 선교지 신자를 위한 기도 후원을 접수 받습니다.

- 해외선교사제와 선교지 신자들을 위해 지향을 두고 묵주기도, 주모경 등을 바치고 해외선교후원회 카페(cafe.daum.net/casuwonsudan), 전자우편(stjacob@casuwon.or.kr), 전화(031-548-0581) 등을 통해 접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