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일상문화 속 교회 이야기] 아카펠라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16-01-13 수정일 2016-01-13 발행일 2016-01-17 제 2978호 1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오르간 연주 힘든 경당에서 무반주로 부르던 교회음악
아카펠라 합창단인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
아카펠라는 악기 없이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합창하는 노래를 말한다. 특히 목소리만으로도 악기반주 이상의 아름다운 화음을 자아내는 것이 인상적이다. 오늘날 대중음악 안에서도 사랑받는 아카펠라는 원래 경당에서 부르던 무반주 교회음악을 일컫는 말이었다.

아카펠라(A cappella)라는 말은 이탈리아어로 ‘경당 풍으로’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아카펠라는 카펠라, 즉 경당에서 부르기 위해 만들어진 노래였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교회음악에 파이프오르간을 이용했다. 하지만 작은 기도실의 개념인 경당에서는 파이프오르간을 이용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경당에서도 교회음악으로 경건하게 하느님께 찬미할 수 있도록 무반주 합창곡들이 작곡된 것이 아카펠라의 시작이다. 16세기경에는 유럽 전역에서 악기 반주 없이 합창하는 교회음악을 아카펠라라고 부르게 됐다.

아카펠라는 최초의 무반주 합창곡이 아니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민속음악이나 고대 종교음악 등의 형태로 무반주 합창곡이 존재해왔다. 19세기 합창음악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전문 성악가가 아닌 일반인들의 합창단을 ‘아카펠라’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이런 과정에서 의미에 오해가 생기면서 악기 반주가 없는 합창을 모두 아카펠라라고 하게 된 것이다.

사실 아카펠라라는 말에 오해가 생긴 것은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경당을 의미하는 ‘카펠라’는 로마 군인의 외투인 카파(cappa)에서 유래했다.

세례를 받기 전 군인이었던 성 마르티노(316~397)는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자비를 청하는 헐벗은 남자를 만났다. 마르티노는 아직 예비신자였지만 그 자리에서 입고 있던 카파를 반으로 잘라 그 남자에게 줬다. 그날 밤 마르티노의 꿈에 마르티노가 거지에게 준 카파를 입고 있는 그리스도가 나타나 “예비신자 마르티노가 이 옷을 내게 입혀줬다”고 말했다.

이후 세례를 받고 주교직까지 수행하며 성인의 삶을 산 마르티노는 그가 죽은 후에도 프랑스 최고의 성인으로 공경 받았다. 그리고 그의 반쪽짜리 카파를 보관하기 위한 경당이 지어졌다. 사람들은 이 경당을 카펠라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이후 카펠라는 모든 경당을 이르는 말이 됐다.

비록 오해에서 뜻이 변화하기는 했지만 그 덕분에 지금도 우리는 하느님이 만드신 악기, 목소리로 내는 음악을 교회의 이야기가 담긴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