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대중문화 속 性 (1) 뉴스면 다 뉴스?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5-12-28 수정일 2015-12-28 발행일 2016-01-01 제 2976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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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문제 보도에 ‘윤리’는 빠지고 ‘이윤’의 잣대만

제대로 된 정보·입장 전달 드물어
대중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문제’
갈수록 생명공학 영향력 커지는 상황
언론의 올바른 윤리의식 확대돼야
지난 2005년 황우석 전 교수의 논문 조작과 난자매매 사건 등이 발발했을 당시, 각종 뉴스매체들은 인간 배아연구가 무엇인지, 어떤 문제점을 갖고 있는지 등에 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고 검증되지 않은 의과학적·경제적 효과 등만 나열하는 편파적인 보도 행태를 보인 바 있다.
일반적으로 ‘대중문화’는 대중 사회를 기반으로, 사회 구성원 전체가 누리는 동질적인 문화 혹은 현상을 일컫는다.

신문, 라디오 등 전통적인 매체를 비롯해 대중매체의 지배적 존재가 된 뉴미디어 등은 대중문화를 만드는 대표적인 도구다. 요즘 대중문화 대부분은 이러한 대중매체에 의해 형성돼 일부 학자들은 대중문화를 ‘대중 매체의 문화’로 정의내리기도 한다.

대중매체에 의해 대중문화가 널리 확산되면서, 보다 많은 이들이 갖가지 문화를 쉽게 접하고 지식과 정보 등에 평등하게 접근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대중문화가 대중들의 가치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만은 아니다. 상업주의와 소비주의 등에 의해 지나친 오락성과 선정성 등을 드러낸 것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중 사회 매체에 관한 교령인 「놀라운 기술」 또한 사회 커뮤니케이션 매체(대중매체)들이 왜 중요한지, 교회가 왜 매체들의 제작과 사용 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 명료하게 밝힌 바 있다. 특히 “날로 더욱 인류사회의 운명이 매체의 올바른 사용에 의해 좌우되고 있으므로, 이 매체를 취급하는 사람들은 오로지 사회의 선익을 위해 노력하기를 권유한다”고 강조했다.

새로 연재하는 ‘대중문화 속 성(性)’에서는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한 가운데에서도 개개인의 삶 깊숙이 파고들어 의식 등에 영향을 미치는 대중문화의 실태를 알고, 정화 및 선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해본다.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 논란에 관해 다소 해묵은 주제라고 치부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이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생명윤리 논쟁이다.

지난 2005년, 황우석 전 교수의 논문 조작과 난자매매 사건 등에 대한 언론보도로 눈을 돌려보자. 당시 대부분의 신문, TV, 라디오 등 대표적인 뉴스매체들은 황우석 전 교수에 대한 칭찬 일색의 기사들을 쏟아냈다. 인간 배아 연구의 신체적·윤리적 문제점들에 관해서는 많은 매체들이 입을 닫았다.

한 예로 한국언론재단 종합뉴스검색서비스 기준으로 2005년 5월 20일부터 6월 13일까지 9개 일간지가 쏟아낸 기사가 총 193개였다. 하지만 기사 내용에 생명윤리적인 측면을 포함한 기사는 32개로 전체의 16.5%에 불과했다.

나머지 기사들은 당장 모든 난치병과 불치병들이 완치될 것처럼 광고하다시피 편파적으로 쓴 내용들이었다. 인간 배아를 복제하는 연구가 어떤 것인지에 관한 설명은 없었다. 도리어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난치병 치료의 획기적인 방법일 뿐 아니라 엄청난 경제발전을 가져올 첨단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기업들의 입장을 거름망 없이 전달하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이러한 입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배아는 단순한 세포덩어리’라는 정의도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 생명 수호를 언급하는 이들을 향해 이른바 ‘황우석 발목 잡기’를 한다고 비난까지 했다.

게다가 관련 보도들이 쏟아지자 대중들은 거의 광적으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했다. 기사 한 줄에 주식 가격은 등락을 거듭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실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을 때도 이러한 태도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국익과 과학발전을 위해 ‘윤리 문제’는 덮자는 말까지 할 정도였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거세지고 나서야, 각 매체들은 과학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봉, 윤리적 논의가 배제된 과학 연구, 윤리성이 부재한 취재 관행, 맹목적인 국익 우선주의, 성과 지상주의, 경제 중심주의, 대중들이 보여주는 광적인 집단성 등의 문제점들을 줄줄이 지적했다.

같은 시기, 해외 매체들의 태도는 좀 달랐다. 각 매체들에서는 ‘치료용 배아복제 조차 금지해야 한다’거나 ‘여성이 과학 연구를 위한 재료창고가 되고 있다’ 등의 제목을 가감 없이 볼 수 있었다. 경제적 논리만이 아니라 윤리적 입장과 사회·문화·정치적 입장 등을 통합적으로 밝혀 대중들이 주요 사안들을 올바로 바라보도록 돕는 내용들이었다.

최근에도 국내 매체들이 쏟아내는 생명문제 관련 기사들을 보면, 대중들이 올바른 의식을 가지는데 도움이 될 만큼 충분한 정보와 입장을 드러내는 경우가 드물다. 더욱 큰 문제는 대중들 또한 이러한 현실을 대수롭게 않게 보고 있는 것이다.

현대 뉴스매체들은 대중들이 가치관을 정립하는데 그야말로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매체를 통해 드러나지 않은 사실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또한 생명공학은 급속히 변하고 그 영향력도 매우 크다. 따라서 각 매체들이 올바른 생명윤리 이슈를 지속적으로 다뤄야 한다.

특히 교회는 사제·수도자·평신도들이 각 매체들을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적극 권고한다. 보다 많은 이들이 매체를 선용할 수 있도록 일반 학교 등을 통해 교육을 장려하고 확대시켜야 한다고 가르친다.

한 가지 사회문제를 올바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사회적 대화와 토론 등이 요구된다. 이에 앞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대중들의 비판의식을 고양하는 뉴스매체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