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신앙으로 현대 문화 읽기] 영화 ‘네티비티 스토리-위대한 탄생’

김경희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입력일 2015-12-01 수정일 2015-12-01 발행일 2015-12-06 제 2972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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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이 오시는 길을 찾아서
영화 ‘네티비티 스토리-위대한 탄생’ 포스터.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를 그린 영화 ‘네티비티 스토리-위대한 탄생’(2006)은 ‘길’에 대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예수님이 인간으로 오시는 길, 마리아와 요셉이 걸었던 길, 동방의 박사들이 별을 따라 걸어온 길, 목자들이 구세주를 맞이하러 가는 길이 계속 이어지고 또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까지도 보여주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들려주는 구세주의 탄생 이야기는 마리아와 요셉의 인연으로부터 시작한다. 세금이 모자라면 딸이라도 대신 바쳐야 하는 로마제국의 억압 아래, 마리아의 가족도 여느 집처럼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나마 마리아를 사모하는 요셉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그녀의 운명도 어찌 될지 모르는 위태로운 형국이다.

그런데도 요셉과의 약혼이 부담스럽기만 한 마리아는 어느 날 갑자기 몰아치는 수상한 바람결 가운데 홀로 남겨지고, 천사로부터 성령의 잉태를 예고 받는다. 마리아의 삶을 온통 흔들어댈 그 바람은 마리아의 온순한 응답으로 이어지지만, 그녀의 가족과 요셉, 마을 사람들에게는 불신과 의혹을 낳는다.

그러나 성령의 씨앗을 먼저 잉태한 엘리사벳과의 만남을 통해 마리아는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두려움과 고통을 하느님의 은총으로 변화시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하느님의 특별한 선택과 더불어 목숨을 건 모험을 시작한 열여섯 살 소녀에게 엘리사벳의 축복은 그 자체로 하느님의 굳은 약속이자 위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약혼녀의 임신이 하느님의 계획이라는 천사의 말에 그대로 순종한 요셉의 충직한 동행은 나와 같은 길을 걷는 이들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마음 깊이 새기게 해준다. 특히 배부른 마리아를 노새 위에 태우고 베들레헴으로 향하는 요셉의 여정은 정말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거친 돌길과 황량한 사막을 걸어가는 먼 길에서 보여주는 요셉의 희생과 배려는 막연히 상상하던 것 이상의 존재감을 느끼게 해주는 장면들이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은 동방박사들과 목동들일 것이다. 별을 따라 메시아를 찾아온 동방박사들의 지혜로운 여정을 통해 예수님의 탄생이 온 인류를 위한 것임이 선포되고, 구세주에 대한 유일한 희망으로 살아온 목동들이 구유에 누운 아기를 찾아오는 모습에서 정녕 구원의 길이 어디에 있는지 보게 한다.

오롯한 믿음과 사랑, 더 이상 높은 곳을 바라보지 않아도 행복한 이들의 겸손한 길이 이제 우리 앞에도 길게 펼쳐져 있다. 전쟁과 빈곤의 악순환 속에 눈물 흘리는 이들이 많아진 세상 안에서 주님이 오시는 길을 맞이하는 이들의 우애와 희망이 더욱 굳건해지기를 기도하며, 가장 약한 자로 오신 아기 예수님의 축복을 함께 나누고 싶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마태 5,8)

김경희 수녀는 철학과 미디어교육을 전공, 인천가톨릭대와 수원가톨릭대 등에서 매스컴을 강의했고, 대중매체의 사목적 활용방안을 연구 기획한다.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이며 현재 광주 바오로딸미디어 책임을 맡고 있다.

김경희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