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일어나세요. 해가 중천에 떴어요. 무슨 잠을 그렇게 자세요. 맛있는 밥도 해 놨으니 어서 일어나 드세요. 하늘은 맑고 꽃들은 만발했으니 우리 산으로 들로 소풍 나가요.’
이제 여러분과는 작별을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의 영신수련 흐름을 통해 여러분은 영적 잠에서 좀 깨어나셨는지요? 물론 잠자며 꿈을 꾸는 동안 때론 아름답고 달콤한 꿈도 꾸긴 하지만, 적잖은 악몽에 시달리며 식은땀을 흘리거나 괴로워하는 게 예사입니다. 꿈의 내용이 어떠했든 간에, 좋았든 싫었든 간에, 꿈은 어디까지나 꿈일 뿐입니다. 현실이 아닙니다. 때문에 꿈의 환상 속에 잠겨 현실을 살아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동안 길다면 긴 시간 동안 함께 영신수련을 밟아 왔던 것은 우리 각자가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오고자 하는 바람 때문이었습니다. 에고에 사로잡히는 바람에 자신을 비롯한 인간에 대한 이해를 왜곡되게 하고, 자연을 알아듣는 것 또한 빗나가고 말았음을 인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꿈속에서 사람을 만나고 자연을 대한 모습이었습니다. 그 꿈 즉 에고 시스템에서 벗어나 주님께서 나랑 인간들과 자연을 바라보시는 그 관점 위에 굳건히 서는 것이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이 작업이 이뤄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악몽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꿈에서 깨어나 성령 시스템의 밝고 건강하고 생명에 찬 삶에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참으로 여러분 모두가 하나같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생명에 찬 가운데 행복한 삶을 살아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우리의 바람이고 주님의 마음이지 않겠습니까. 왜 그 생명과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지 그 원인을 찾아 보고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그동안 우리는 나름대로 애써 왔습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둘 때 우리는 죽음과 죽음 이후의 삶을 잘 알아듣고 대비해야 하겠습니다. 육신의 죽음으로써 모든 것이 그냥 끝나 버리는 것이 아니고 죽음에 이어 영원한 삶이 전개됨을 우리가 알고 믿고 고백하기에, 이 문제는 참으로 중요합니다. 우리가 영신수련이라는 먼 길을 떠날 때 품었던 염원 즉 우리 자신의 본래 모습을 되찾아 기쁨과 생명과 행복을 누리고자 했던 것도 바로 이 지점에서 이뤄지는 것입니다. 죽음을 도외시한, 삶이라는 반쪽짜리 물건을 놓고선 우리 자신의 본래 면목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제대로 알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우리 자신을 비롯한 우주 전체는 제 질서를 바로잡아 자리잡게 됩니다.
이렇게 죽음과 죽음 이후의 영원한 삶을 생각할 때 육신이 아니라 영 내지 영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아듣게 됩니다. 육신 중심의 삶이 에고 중심의 삶이고 이것은 아무 쓸모가 없는 것입니다. 그 삶은 악마로부터 오는 유혹에 넘어간 삶이고 결국 지옥을 향해 걸어가게 되는 삶이 됩니다. 영 내지 영혼이라고 해서 막연하고 희뿌연 가운데 추상적으로 내몰아 버릴 것은 아닙니다. 영이란 바로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마음에도 여러 층위가 있어 보다 섬세한 관찰과 대응이 필요하긴 합니다. 마음속 깊은 곳의 마음이 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의 겉마음이 고요해지고 깊은 침묵 속에 잠기게 되면 그 깊은 속마음인 영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그 영인 마음이 주님과 함께 머물며 악신과 대항해 싸우면서 주님의 온전한 생명과 아름다움을 가꿔 나가는 것입니다.
바로 이 영인 마음을 알아들으며 강하고 아름답게 가꿔 나가기 위해선 내적 고요 속에 깊이 머무는 기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살기 바빠서 기도할 수 없다는 말은 하지 맙시다. 살기 바쁘다고 먹지 않고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먹는 것 이상으로 기도는 우리의 본질인 영을 위해 필수 불가결합니다. 기도가 빠져 버린 삶은 바람에 날리는 겨와 같은 삶이고 쭉정이의 삶이며 모래성 같은 삶입니다. 이 기도가 여러분을 하늘나라에로 이끌길!
1997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수원 말씀의 집 원장, 서강대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순천 예수회영성센터 피정지도 사제로 활동 중이다.
※ 이번호로 연재를 마칩니다. 지금까지 집필해 주신 유시찬 신부님과 애독해 주신 독자께 감사드립니다.
교리/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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