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군사목 현장을 가다] 군종교구 소성본당서 교리교사 활동 봉사 육군 제17보병사단 군종병들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5-06-02 수정일 2015-06-02 발행일 2015-06-07 제 2947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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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 쉴 때 아이들 교리 가르치는 고마운 이들”
15명 내외 병사, 주말마다 봉사
군종병만으로 구성… 드문 사례
민간 수준 주일학교 운영 ‘눈길’
기도·친교 나누는 자체 모임도
군종교구 소성본당 군종병들이 5월 31일 주일미사 후 성당 유아실에서 초등부 아이들과 ‘놀이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때아닌 초여름 더위가 찾아온 5월 31일 주일 오전 11시30분. 군종교구 소성본당(주임 이정희 신부) 마당에는 주일미사를 봉헌한 장병 250여 명에게 분주히 팥빙수를 나눠주느라 군종병들이 이마에 땀을 흘리고 있었다. 간식 봉사를 끝낸 군종병들은 쉴 새도 없이 곧바로 주일학교 교리교사 활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육군 제17보병사단 인근 영외에 위치한 소성본당은 17사단 군장병은 물론이고 제3군수지원사령부, 제61보병사단, 제9공수여단 등 인천지역 군장병들의 신앙 못자리다.

본당 주임 이정희 신부뿐만 아니라 공동체가 이구동성으로 소성본당의 자랑거리로 꼽는 이들이 바로 본당 군종병들이다. 본당에는 가톨릭대학교 신학생인 사단 군종병 임승혁(가롤로 보로메오) 상병과 비상근 대대군종병 15명 내외가 이 신부를 도와 본당 사목 전반에서 전천후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대대군종병은 평일에는 자신의 주특기에 따라 소속 대대에서 군복무를 하고 토요일과 주일에만 본당에 모여 군종병으로 봉사하는 병사들이다. 공병대, 정비대 등 소속은 제각각이지만 신앙과 형제애라는 공통분모가 이들을 하나로 결합시킨다.

군종병들은 미사 준비에서 시작해 성당 청소로 마무리되는 주일 일정의 모든 부분에서 부지런히 움직인다. 이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활동은 ‘주일학교’(교감 안은정) 교리교사 봉사다. 군종교구에서 주일학교를 매주 민간본당 수준으로 운영하는 본당은 흔치 않다. 그마저도 주일학교 교사는 직업군인의 가족 중 청년이 맡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임승혁 상병은 “군종교구 전체 본당 중 군종병들만으로 교리교사들이 구성된 곳은 소성본당 말고는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교구 청소년대회에 주일학교 아이들과 함께 참가하면 다른 본당에서 오신 분들이 ‘군종병이 교리교사 하느냐’며 놀라워한다”고 말했다. 입대 전부터 주일학교 교사 활동을 한 강현모(미카엘) 병장도 “군종교구 본당에 주일학교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입대했는데 민간 본당 교리교사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신부는 소성본당 주일학교가 활성화 된 원인에 대해 “소성본당은 부대 이동이 드문 부사관 신자들과 자주 이동하는 장교 신자들 간에 화합과 일치가 잘 돼 자녀들의 주일학교 참여율이 높다”고 밝혔다. 제3군수지원사령부 정훈공보실장으로 복무하다 전역한 남상호(발렌티노)씨도 “현역시절 소성본당 신자들과 워낙 정이 들어 전역 후에도 소성본당에 계속 나온다”며 본당 분위기를 대변했다.

5월 31일 주일에도 여느 때처럼 활기찬 주일학교가 열렸다. 오전 10시30분 미사가 끝나고 11시40분~12시20분까지 초등부와 중고등부로 나뉘어 아이들과 군종병들이 제자와 교사로 만났다. 초등부는 유아실에서 제법 진지하게 종이를 오리고 붙이며 ‘놀이작업’을 했고, 중고등부 학생들은 교육관에서 ‘교리시험’을 치렀다.

전날부터 교리시험을 준비한 중고등부 교리교사 최준호(바오로) 상병은 캐나다 한인본당에 다닐 때 청년부 활동을 한 것을 계기로 군종병이 됐다. 최 상병은 “오늘은 그동안 아이들이 배운 교리를 복습할 겸 퀴즈시험 문제를 냈는데 생각보다 아이들이 열심히 따라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매주 주일학교 교안은 연말에 세운 연간 교육과정을 기초로 토요일마다 군종병 전체가 모여 회의를 하면서 교안 내용을 철저히 검토해 시행한다. 21개월 간 복무하고 전역하는 군종병들은 교리 교안을 후임 군종병들에게도 통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데이터 베이스화 하는 업무체계를 오래전부터 수립해 왔다. 또한 매해 부활과 성탄 대축일에 맞춰 군종병들이 본당에서 숙식을 같이하며 집체교육을 실시함으로써 군종병으로서의 실무적인 능력과 사명감을 다지곤 한다.

군종병이어서 힘든 일도 있다. 임 상병은 “교리교사 활동 등 군종병으로 봉사하다 보면 오히려 자신들은 기도생활이 소홀해지기 쉬운 측면도 있어 소성본당 군종병들은 ‘사도회’를 만들어 기도와 친교를 함께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신부님이나 신자들이 ‘고생한다’는 말 한 마디만 해줘도 큰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고 전했다.

직업군인 가족으로 소성본당 주일학교 교감을 4년째 맡고 있는 안은정(마리스텔라)씨는 “군종병들은 동료들이 쉬는 주일에 자발적으로 봉사하는 고마운 병사들”이라며 “훈련이 있을 때도 주일학교 활동을 빠뜨리지 않을 만큼 성실하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군종병들에게 바라는 거요? 지금대로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군종병들에게 더 잘해줘야죠.” 이정희 신부는 본당 군종병들에게 바라는 점을 묻자 “더 바랄 것이 없다”며 이렇게 답했다.

군종교구 소성본당 이정희 주임신부(앞줄 가운데)와 주일학교 교감 안은정(마리스텔라)씨, 교리교사 활동을 하는 군종병들의 모습.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