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군사목 현장을 가다] 국군교도소 선교사 염홍복(체칠리아)씨

김근영 기자
입력일 2015-02-24 수정일 2015-02-24 발행일 2015-03-01 제 2933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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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사랑 보여줄 때 재소자들 마음 엽니다”
5년째 예비신자 교리·성경 지도 활동 펼쳐
사재 털어 성경·간식·신심서적 등 직접 지원
매주 주일이면 염홍복(체칠리아·75·사진·수원 양지본당)씨는 경기도 이천시 상승대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버스에서 내린 염씨가 어딘가로 전화하자 단숨에 군 지휘관 차량이 도착한다. 염씨를 태운 차량은 육군 7군단 위병소와 헌병대 위병소를 거쳐 마침내 국군교도소(구 육군교도소) 위병소를 지난다. 염씨는 위병소 병사들 가운데서 ‘예비신자 교리 선생님’이자 ‘VIP’로 통한다.

군 계급체계도 제대로 모르는 염씨가 엄격한 군 교정시설의 출입절차를 단번에 통과할 수 있는 것은 국군교도소장의 배려 덕분이다. 지난 2011년부터 매주 국군교도소 재소자들에게 예비신자 교리와 성경을 가르쳐오던 염씨로 인해 재소자들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염씨는 재소자들과의 첫 만남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처음에 이 사람들의 눈빛은 굉장히 날카로웠어요. 무서웠죠.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진심으로 이 사람들을 대하지 않는다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염씨의 선교는 진심을 담아 재소자들을 대하는 데서 시작된다. 진심 어린 기도 역시 놀라운 열매를 맺었다. 염씨는 재소자들로부터 본인의 이름, 세례명, 선고날짜, 소망(집행유예, 감형 등)이 적힌 메모를 전달 받은 뒤 매주 밤새워 그 메모를 보며 기도하곤 했다. 재소자들에게도 그 원의에 진심을 다해 기도해달라고 호소했다.

놀랍게도 집행유예를 써낸 재소자는 그 다음 주에 집행유예를 받아 가족들과 함께 출소했다. 감형을 원했던 재소자 역시 실제로 감형을 선고 받았다. 염씨는 지금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고 말했다.

“재소자들은 교도소 안에서 사랑에 굶주려 있습니다. 진실한 사랑을 보여주면 그들은 마음을 엽니다. 여기서는 진실한 사랑만이 필요합니다.”

염씨는 5년째 사재를 털어 재소자들에게 성경, 간식, 신심서적 등을 지원해오고 있다. 넉넉한 살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염씨의 진심어린 선행을 재소자들이 모를 리 없다. 재소자들은 엄마 같은 염씨가 진행하는 매주 수요일 예비신자 교리와 매주 주일 성경공부를 손꼽아 기다린다.

염씨가 군인들과 인연을 맺은 건 지난 2000년 4월부터다. 제55사단 신병교육대대 훈련병의 교리교육을 담당하며 군 선교와 복음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염씨는 지난 2009년 군종교구장으로부터 공로패를 받기도 했다.

군 선교 뿐 아니라 본당에서도 예비신자 교리를 통해 열성적으로 선교사명을 실천해 지난 2005년에는 수원교구장으로부터 선교표창패도 받았다. 염씨는 “저 자신부터 스스로 기도하지 않으면 이 일을 더 해나갈 수 없다”며 매주 목요일마다 밤새워 기도한지 오래다.

국군교도소에서 지난 5년 동안 신자·비신자를 가리지 않고 하느님께로 가는 회심의 길을 열어준 염씨는 재소자들 앞에서 늘 하느님의 자비와 예수님의 현존을 강조한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스스로 비천한 종이 되어 오셨어요. 그만큼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예수님이 계시는 곳은 가장 비참한 이들 곁이에요. 여러분은 이것을 꼭 믿어야 합니다.”

▨ 국군교도소는…

국군교도소는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읍에 위치한 국방부조사본부 산하의 군사교도소다. 대한민국 국군이 창설된 이듬해인 1949년 육군형무소로 창설된 후 대구·부산·성남 등지로 이전하면서 1979년 육군교도소로 개칭됐으며,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1985년 현 위치인 경기도 이천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4년 국군교도소라는 이름으로 변경된 이곳에는 모든 군종의 실형을 확정 선고받은 군인들이 수감돼있다.

매주 수요일에는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 3개 종단 관계자들이 방문해 재소자들과 함께 종교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국군교도소 내 천주교 시설로는 희망대공소가 있다. 희망대공소는 군종교구 상승대본당(주임 안승현 신부)의 관할구역이다.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는 지난 2010년 주교로 서임된 해에 “저는 죄인들에게 가야합니다”라며 이곳에서 성탄미사와 견진성사를 집전한 바 있다.

김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