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취업준비로 교사활동 그만두어야 할 것 같아요 (하)

김인호 신부 (대전가톨릭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
입력일 2014-12-16 수정일 2014-12-16 발행일 2014-12-25 제 2924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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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요 : 취업준비로 교사활동 그만두어야 할 것 같아요

지난 호에서 이어집니다. 본당에서 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대학교 3학년 여성으로 졸업반이 되면서 부모님의 걱정과 친구들의 분주한 모습에서 오는 불안으로 교사활동을 그만두려고 한다. 그런데 신부님, 수녀님, 그리고 동료 교사들과 학생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걱정이다.

이렇게 해보세요 : 버리기보다 함께 지니고 가는 법을 배우세요

인터넷에 나오는 간단한 심리테스트의 내용입니다. “지금 당신이 사자, 말, 양, 원숭이, 소 와 함께 사막을 걷고 있습니다. 너무 힘이 들어서 이 동물들을 한 마리씩 버려야 합니다. 어떤 동물부터 버리시겠습니까?” 이 테스트는 우리가 살면서 힘든 순간이 왔을 때 버릴 순서라고 하는데 각 동물의 의미는 이렇습니다. 사자는 자존심, 말은 가족, 양은 사랑, 원숭이는 친구, 소는 직업이랍니다. 재미로 하는 것이지만 이 테스트를 보면서 한 가지 의혹이 생깁니다. “왜 꼭 무엇인가를 버려야 하나?” 왜냐하면 우리 삶에는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순간들도 많지만 함께 가야 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어렵고 힘든 상황, 불안하고 두려운 상황 앞에 놓이게 되면 가장 먼저 자신이 하고 있던 일을 정리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고3 수험생의 시간’을 예를 들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3 수험생을 일컬어 ‘벼슬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부모님 잔소리 안 듣고 방으로 들어가도 되고, 식탁자리에 안 오거나 먼저 일어나도 되고, 화내도 되고, 살쪄도 되고, 명절 때 어른들에게 인사하러 안 가도 되고, 성당 안 가도 되고… 살아가면서 이렇게 벼슬을 하는 순간들이 종종 있지만 그 시간은 얼마가지 못합니다.

문제는 그 시간이 지나고 나서 곧바로 자신이 내려놓았던 여러 가지 몫을 수행해야 하는 순간에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한번 놓았던 것을 다시 몸에 익히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바쁘고 어렵다고 해서 하나씩 중요한 몫들을 버리다 보면 나중에는 점점 버리지 말아야 하는 몫들도 버리는 태도들이 성장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자매님의 경우에는 처음에는 교사활동을 내려놓지만 점점 주일 미사뿐만 아니라 다른 신앙의 영역도 버려질 수 있는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볼 때, 여러 가지 일을 함께 그리고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시간 관리의 측면이 매우 중요합니다. 시간 관리의 첫 번째는 ‘시간 낭비를 막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사목생활을 하다 보면 실제로 많은 분들이 성당에서 짜임새 있게 시간을 활용하기보다는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들도 많이 보게 됩니다. 누군가에는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상생활에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특별히 젊은이들에게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일이 끝났음에도 먼저 자리를 뜨기가 어색하고, 헤어지기가 아쉽고, 저녁 식사시간도 되었고… 물론 성당이 일하러만 오는 곳은 아니지만 아낄 수 있는 시간은 가능한 아끼면서 지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시간 관리의 두 번째는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식사시간에는 먹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먹고, 놀 땐 놀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공부할 때는 공부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기도할 때는 기도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하라”는 것입니다. 이는 주어진 시간에 조금 더 밀도 높은 공부, 취업 준비, 그리고 신앙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매님, 어떤 것에 대한 선택과 포기가 동료들이 분주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가운데서 오는 ‘불안한 마음’ 과 ‘부모님의 걱정’에 의해서만 이루어지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무엇인가를 버림으로써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우기보다는 그것들을 함께 지니고 가는 법을 배워나가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자매님에게 더 큰 성장과 축복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번호로 연재를 마칩니다. 지금까지 집필해 주신 김인호 신부님과 애독해 주신 독자께 감사드립니다.

김인호 신부 (대전가톨릭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