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 : 취업준비로 교사활동 그만두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본당에서 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대학교 3학년 여성입니다. 3년 정도의 교사생활 동안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지만 이제 졸업반이 되면서 더 이상 교사활동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부모님께서도 성당 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저를 무척 걱정하시고 또 친구들이 취업 준비로 학원이나 해외 어학연수 등을 다니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불안감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교사 생활을 그만두려고 하는데 자꾸만 신부님, 수녀님, 그리고 동료 교사들과 학생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렇게 해보세요 : 교회 봉사는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닙니다
첫 본당 보좌신부 시절 중고등부 주일학교 학생들을 인솔하여 꽃동네로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종교와 무관하게 전국에서 오는 일반 학생들도 많았는데, 우연히 고등학교 학생들을 인솔하여 오신 선생님 한 분과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학생들의 종교 활동에 대해서 느끼시는 답답함을 저에게 토로하셨습니다. 말씀인즉, 학생들이 공부를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에 교회에 참석하니 교사로서 답답하다는 것입니다. 조금 있으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갈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질 텐데 말입니다.
그 말씀에 저는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물론 학생들이 공부를 하기 싫어서 교회를 찾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모든 학생이 다 그런 것은 아니며 학생들이 지금 배워야 하는 것은 ‘학교 공부’만이 아닙니다. 아울러 교회에서는 아이들에게 공부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해야 하는 보다 분명한 이유와 가치를 가르칩니다. 그래서 학교와 교회는 줄다리기를 해야하는 상대가 아니라 함께 학생들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하는 곳입니다” 아쉽게도 그날의 길었던 대화는 평행선을 그으며 끝이 났습니다.
대화를 끝내고 나서 안 사실인데 그분 역시 천주교 신앙인이었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명예 신앙인’인 셈입니다. 신앙을 부정하는 것도, 하지만 신앙으로 인해서 현세적인 가치를 조금도 포기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지닌 사람 말입니다.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들 말합니다. “사목위원이 자신의 자녀는 주일학교에 절대 안 보내고, 수도자와 친하게 지내는 신자가 자기 자녀들은 결코 수녀원에 보내지 않으려 한다” 그냥 우스갯소리였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우선 사제로서, 자매님께서 선택하셨던 주일학교 교사직의 봉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교사로 봉사하시면서 많은 어려움도 있으셨겠지만 자매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교사의 직무가 자매님에게 하느님과 깊은 관계로 나아가도록 하는 영적인 유익뿐 만 아니라 책임감, 대인관계 그리고 자기표현, 리더십, 창조성 등과 같은 많은 인성적, 사회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유익함이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교회 봉사의 삶은 결코 시간의 낭비이거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라 우리가 삶에서 터득해야 할 여러 측면들을 배우는 유익한 기회이기도 합니다. 영적인 교육뿐만 아니라 인성, 사회기능적인 측면들에 대한 교육의 기회가 가정과 학교를 비롯한 모든 장소에서 적절한 시간에 그리고 적절한 방법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성인이 된 후에 아무리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도 어려운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자매님께 다음과 같은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삶에서 어떤 것을 제거하는 것에 익숙해지기보다는 그것들이 함께 갈 수 있도록 ‘관리’ 또는 ‘조율’하는 법을 배우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던 여성이 저녁이 되어 집에 오면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자녀들을 돌봅니다. 어느 것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는 일과입니다. 그 속에서 이 분이 고민해야 하는 것은 무엇 하나를 제거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잘하기 위해서 그 일과들을 ‘관리’, ‘조율’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능력은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생각을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훈련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 문의 : 이메일 info@catimes.kr로 김인호 신부님과 상담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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