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 : 대인 관계를 단절하는 경향 때문에 고민입니다
저는 30대 초반의 미혼 남성입니다. 저는 누군가와 친하게 지내다가도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급격하게 관계를 단절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어렸을 때부터 함께 친하게 지내던 선배와 그런 일이 있었는데, 문제의 발단은 아주 사소한 말다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 그 선배가 미워지기 시작하더니 과거에 했던 모든 행동들까지 다 연결되면서 증오에 가까운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에게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신부님, 저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두렵습니다.
이렇게 해보세요 : ‘관계 회복 능력’을 키우세요
살아가면서 우리가 체험하는 많은 갈등은 ‘논리의 차원’으로는 결코 풀 수 없는 ‘감정의 차원’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씩 “어제 그 사람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어!”라는 말 속에는 ‘이런 말’ 보다는 ‘그 사람’에 더 큰 강조점이 있습니다. 결국 나에게 말을 한 사람이 누구이며, 그 사람과 어떤 관계 속에 살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성경에서 시편 저자는 이런 노래를 부릅니다.
“나를 모욕하는 자가 원수였다면 차라리 견디기 쉬웠을 것을, 나를 업신여기는 자가 적이었다면 그를 비키기라도 했을 것을 그러나 그것은 내 동료, 내 친구, 서로 가까이 지내던 벗, 성전에서 정답게 어울리던 네가 아니냐”(시편 55.12-14).
우리 말에 있는 ‘애증’이라는 말처럼 아마도 대인관계 안에는 애정과 증오가 함께 있을 수 있음을 기억하라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저는 형제님께 두 가지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는 ‘이상화’에 대한 주의, 둘째는 ‘관계 회복 능력’에 대한 것입니다.
우선, 심리적인 측면에서 ‘이상화’는 누군가와의 지속적인 관계를 방해하는 원인이 되는 방어기제 가운데 하나로, 자신의 불안을 다른 이에게 투영함으로써 그 대상을 통해 불안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누군가의 모든 면을 좋게 보고 의지하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상대에게서 자신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반응이 있을 때 그가 지녔던 애정만큼의 증오심이 상대에게로 향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극히 제한된 정보만으로는 이런 말씀을 드리기가 매우 조심스럽습니다만 만일 누군가에 대한 ‘이상적인 기대’가 마치 손바닥을 뒤집듯이 상대를 ‘평가절하’ 하는 성향과 연결되어 반복되게 되면 이는 심리적으로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관계의 회복 능력’을 성장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생활하다 보면 타인과의 관계에서 갈등이 유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갈등을 회복하는 능력이 없다면 관계는 늘 단절로 끝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관계단절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서 관계를 기피하거나 타인과 거리유지를 하는 모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상처난 관계를 회복하는 훈련은 매우 필요합니다. ‘회복 탄력성’이라는 심리 용어가 있습니다. 이는 ‘밑바닥까지 떨어져도 꿋꿋하게 다시 튀어 오르는 능력’을 일컫는 것으로 삶 안에서 얼마나 밑바닥까지 떨어졌느냐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얼마나 다시 튀어 오르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가에 주목하도록 강조하는 것입니다. 결국 관계의 유지와 성장은 관계가 밑바닥까지 가지 않는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얼마만큼의 회복하는 능력을 지녔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형제님께서 그런 회복 능력을 성장시켜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성경은 하느님께서 인류와의 관계를 보여주시면서 수없이 많은 배반과 화해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성경에서 우리는 하느님을 떠난 이들에게 예언자를 통해 돌아오라고 외치고, 돌아온 이들을 아무런 말없이 따뜻하게 안아주시며 믿어주시는 분을 만나게 됩니다. 이런 성경속 이야기들이 단순히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마음이 아니라 타인을 향한 우리의 마음으로 확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문의 : 이메일 info@catimes.kr로 김인호 신부님과 상담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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