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대리구 천리요셉본당 사리틔공소는 경기도 용인 서리의 시골집들 가운데 있다. 선이 고운 기와등과 오래된 나무들로 된 목조건물이 한눈에 들어오고, 마당에는 꽃들이 심어져 있다. 공소의 재발견, 두 번째로 만나는 교구의 공소는 사리틔공소다.
■ 사리틔공소에 담긴 역사
사리틔공소(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서리 518-1)의 전신은 초가집이었다. 1866년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박해였던 병인박해 이후 호조판서 조일의 손자인 조면(바오로)이 공소를 짓고, 초대 사리틔 공소회장을 역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초가집이 낡아 장덕호 신부(당시 용인본당 주임)와 함께 1977년 마룻대를 상량하며 기와를 얹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사리틔마을(현재 지명은 서리)은 박해 당시 교우들이 피신해 살던 마을이다. 1791년 겨울 신해박해로 체포된 권일신(프란치스코 하비에르)이 선종하자 그의 자손들이 이곳으로 이사해 살았다고 전해지며 당시 천주교를 믿는 200여 호의 가정이 이곳에 숨어살았다고 한다. 현재 공소회장은 권일신의 7대손인 권혁진(리카르도·72·천리요셉본당)씨가 맡고 있다.
사리틔공소에 대한 연구는 잘 이뤄지지 않아 전설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 공소로 올라가기 전 마을 어귀(서리로 137번길)에서 왼쪽 길로 조금 올라가다보면 ‘신부터’라고 불리는 야트막한 동산이 나오고 동산 옆으로는 고갯길이 있는데, 그 고개를 누가, 언제부터 그렇게 불렀는지는 모르지만 ‘붉은 고개’라고 부른다.
천주교 신자나 비신자나 모두가 ‘신부터’와 ‘붉은 고개’로 알고 있는 이 지역은 나무들이 우거져 산책길로 걷기에 좋은데, 박해 당시 한 성명 미상의 성직자가 거처했던 곳이라 해서 ‘신부터’, 그가 전교 갔다가 밤늦게 돌아오는 길에 포졸들에게 잡혀 피를 흘리며 갔다는 이유로 ‘붉은 고개’라고 불린다고 전한다. 또 신부가 사목을 하려고 넘나들었다하여 ‘신부 고개’라고도 부르는데, 1950년대 한 농부가 괭이로 땅을 파다가 기도책과 묵주를 발견한 곳이기도 하다.
주민들 가운데 몇몇 신자들은 이 성명 미상의 성직자를 페레올 주교로 알고 있는데, 문헌 등에서는 찾아볼 수 없어 구전으로만 전해진다. 현재 붉은 고개에는 해광사라는 사찰의 간판이 놓여 있다.
지역의 어르신들은 공소와 함께한 추억을 갖고 있다. 졸며 교리문답을 외우고, 320조목의 문답을 하지 못하면 신부에게 종아리를 맞기도 했다. 교우들끼리 공소계를 만들어 쌀을 모아 밥을 해먹고, 다시 쌀을 모아 목재를 마련하고 기술자를 불러 공소를 짓기도 하고, 비가 와서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지붕에 비닐을 덮기도 했다.
사리틔공소를 보면 여교우와 남교우가 나뉘어 출입했던 문을 찾아볼 수 있으며, 따로 마련된 방에서 고해성사가 이뤄진 것을 알 수 있다. 철문 옆에는 낡은 철 종탑이, 십자가의 길 14처가 벽에 걸려있고 예수상과 김대건 신부상은 제대 위에 놓여 있다.
■ 사리틔공소의 현재
박해 당시 피난처였던 이곳에는 1950년쯤 묵주와 썩은 기도책이 담긴 항아리가 발견되기도 했다. 박해시절 교우들이 묻어놓은 것으로 보였던 묵주는 잘 보관되지 않아 아쉽게도 사라진지 오래다.
공소예절과 함께 2006년까지 레지오와 성모회를 여는 것으로 명맥을 이어오던 공소는 인근 성당이 들어서며 명맥이 끊겼다. 많은 천주교 신자들도 도시를 떠났고, 마을 어귀에는 공장들이 들어찼다. 하지만 천리요셉본당 주임 임창현 신부가 부임하면서 지난해 상량 35주년 미사를 봉헌하기도 했다.
사리틔공소는 인근 은이성지와는 14km, 미리내성지와는 20km 정도 떨어져 있다. 한덕골 사적지(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묵리)와는 7km, 성 이윤일 요한이 대구로 이장되기 전 묻혀있던 무덤자리와도 멀지 않다. 김대건 신부와도 관련 깊은 이 성지들과 함께 사리틔 지역 또한 김 신부의 사목활동지 중 하나로 전해지고 있지만 증언록이나 정씨가사 등 문헌에 언급돼 있지 않아 구전으로만 전해들을 수 있다.
용인버스터미널에서 마을버스 13번을 타고 ‘상반’에서 내리면 사리틔공소에 닿을 수 있다. 배차된 차량이 많지 않으니 주의해야 한다. 자가용으로 오는 신자들은 마을 어귀 상반 마을회관에 주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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