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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선교 현장탐방] 김종득 ‘군 선교사의 주일’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12-03-13 수정일 2012-03-13 발행일 2012-03-18 제 2787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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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선교단 산파역 맡아 선교활동에 헌신
환갑 앞둔 예비역 대령 … 부부가 함께 12년째 군 선교
매주 학군교 찾으며 장병들 위해 선교사 자격증 취득
열악한 환경의 군복음화,  많은 이들이 관심 가져 주길
12년째 이어지고 있는 떨림이다. 늘 비슷한 장소에서, 늘 비슷한 사람들과 마주하지만 이 시간만 되면 요동치기 시작하는 가슴은 오롯이 이 하루가 지나기까지는 멈출 줄을 모른다. 그리고 그 떨림은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한 번도 가라앉아 본 적이 없었던 듯하다.

내일모레 환갑을 바라보고 있는 군 선교사 김종득(아우구스티노·58·예비역 대령)씨의 주일은 그 누구 못지않게 파릇파릇하다. 매주마다 몇 차례씩이나 자식뻘 같은 젊은 군인들을 대하며 그들로부터 생기를 얻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1월부터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육군학생군사학교(이하 학군교)를 찾고 있는 김씨, 새벽길을 짚어 나서는 그의 옆에는 늘 부인 남해숙(가브리엘라·56) 씨가 함께한다. 이름하여 부부 선교사.

김종득씨는 2000년 1월부터 한 주도 거르지 않고 학군교에서 장병들을 대상으로 하느님을 알리고 젊은이들과 함께하며 군 선교에 앞장 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성남에 있던 학군교가 충청북도 괴산으로 옮긴 후로 김씨 부부의 주일은 더욱 분주해졌다. 주일 오전 9시30분부터 시작되는 교리시간에 맞추기 위해 새벽 서너시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이 떠지지만 직접 차를 몰아 매주 150km가 넘는 거리를 오가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주일 행락 차량들로 길이 막힐 때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이들 생각에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빨리 자신들을 기다리는 이들 곁에 가닿기 위해 매번 다른 길을 찾아 집을 나선다.

지난 2005년 10월 출범한 군종교구 군선교단의 산파역을 맡아 초대 단장으로 활동하며 군선교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놓기도 했던 김씨는 군사목 무대에서는 식을 줄 모르는 열정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현직 군인 신분이었던 김 씨가 군선교단이란 꿈을 마음에 품은 건 지난 2000년. 당시 세명대학교 학군단장으로 매년 100명이 훨씬 넘는 이들을 하느님 품으로 불러들이며 성가를 높이고 있던 그는 불현듯 30년 가까운 삶을 군인으로 살게 해주신 주님의 소명을 자신이 몸담고 있던 군 장병들 사이에서 발견했던 것이다. 좀처럼 시간을 내기 어려운 여건에도 하느님을 좀 더 잘 전하기 위해 꾸르실료, ME 등 웬만한 교육이란 교육은 섭렵하다시피한 그는 2년간 서울을 오가며 가톨릭교리신학원에서 종교교육학과 과정을 마치고 ‘교리교사?선교사 자격증’을 따는 등 열정을 불살랐다. 교리신학원을 다니면서도 동료 선교사들에게 군사목의 어려움을 전하며 틈틈이 군 행사에도 초대해 군선교를 체험토록 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했다. 이런 그의 노력이 군선교단으로 결실을 맺었던 것이다.

김종득·남해숙 부부 선교사.

작은 하느님 나라와의 조우

어스름한 새벽길을 나서는 김씨 부부에게서는 출정을 앞둔 장수의 비장미마저 풍겨왔다.

“짧은 시간, 저희의 몸짓이나 목소리 하나로 누군가가 하느님과 이어지느냐 마느냐가 결판나기 때문에 잠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습니다. 주님의 오묘하신 섭리로 이어진 이들과의 만남이라는 생각에 모든 것을 제대로 쏟아놓을 수 있길 기도할 뿐입니다.”

이날은 김씨에 이어 군선교단을 이끌고 있는 김득원(가브리엘·66·서울 창5동본당) 단장이 함께했다.

두 시간여 만에 도착한 선교지 학군교. 학군교를 담당하고 있는 문무대본당(주임 김대영 신부) 신자들이 선교사들을 반갑게 맞는다. 짧은 인사가 오가고 군인 신자라곤 여섯 가족밖에 안 되는 문무대본당 전체가 들썩이기 시작한다. 김씨의 차에서는 새벽부터 주섬주섬 챙겨온 성가책과 신앙서적, 먹거리 등이 한아름씩 내려진다. 미사 준비를 하는 이들부터 간식 준비를 하는 팀에, 학생들에게 선보일 율동 연습이 한창인 꼬맹이들까지 전 신자들이 함께하는 문무대본당의 주일은 그야말로 총동원체제다.

문무대본당 사목회 이봉재(마태오·42·소령) 회장은 “비록 조그마한 공동체지만 하느님께서 함께하고 계심을 몸으로 느끼기에 어떤 어려움과 고비도 즐겁게 이겨내고 있는 것 같다”며 “보다 많은 이들이 군사목에 관심을 가져준다면 주님께서 심어주신 하느님 나라를 향한 열정을 더 키워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사장교를 비롯해 법무사관, 의무사관 등 육군 장교의 93%를 양성해내는 학군교라 선교에 임하는 이들의 자세도 남다르다. 매주 들쭉날쭉한 학생들의 눈빛 얼굴빛만 보고도 그날의 교리를 어떻게 풀어갈 지 요령이 생겼다.

“저희를 통해 하느님께서 저들을 초대하신다는 생각으로 임합니다. 저희는 다만 주님의 도구일 뿐입니다.”

여느 때보다 많은 이들을 대상으로 교리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그제서야 선교사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돈다. 하느님 나라를 맛본 웃음이다.

문무대본당 주임 김대영 신부는 “세상에 뛰어난 능력과 힘을 가진 이들은 많지만 자신들의 삶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보여주는 이들은 많지 않다”며 “선교사들은 자신들이 체험한 하느님을 열정적으로 보여주는 이들”이라고 말했다.

작은 하느님 나라에서 보낸 하루, 선교사들도 신자들도 기쁨에 상기된 얼굴들이었다. 주일을 함께 마무리하는 이들은 자신들이 가졌던 떨림이 또 다른 떨림으로 이어지리란 것을 아는 듯했다.

육군학생군사학교를 담당하고 있는 문무대본당 신자들과 김종득씨 부부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