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명예기자의 눈] 교회의 진면목 보여줄 책임 / 김윤희 명예기자

김윤희 명예기자
입력일 2012-02-28 수정일 2012-02-28 발행일 2012-03-04 제 2785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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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3박4일간 제주도로 직원 워크숍을 갔다가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한 성당에서 주일 새벽미사를 참례하게 됐다. 갈 때는 펜션 주인이 데려다줬는데, 돌아오는 길이 난감했다. 마침 미사에 참례했던 택시기사 형제가 정원초과 인원들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데려다주며 택시요금도 받지 않았다. 미안해하는 우리에게 “내 본당을 찾아 주신 고마운 형제, 자매님께 어떻게 요금을 받나요”라고 말한다. ‘노형성당’이란 말을 들을 때마다 ‘바오로 형제’가 생각날 것 같다.

내가 다니던 본당의 00O신부는 성사 집행과 본당 일에 소홀하지 않으면서도, 도움이 필요한 곳곳을 찾아다니느라 늘 분주했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정의롭지 못한 일을 바로잡기 위한 시간이었다. 다소 불평하는 신자들도 없지 않지만 모두들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나를 도와 줄 사람 1위’로 000신부를 꼽는다. 가난한 사람, 억울한 사람,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모른 척 하지 않은 그의 모습이 예수님과 닮아있다.

성사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사랑을 나타내주는 징표’이다. 하느님의 모습을 보여주는 예수님이 ‘하느님의 성사’라면,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주는 교회는 ‘그리스도의 성사’이고,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우리는 ‘교회의 성사’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에게 교회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책임이 있다. 바르지 못한 행동 하나를 통해 교회가, 그리스도가, 하느님이 상처받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자신을 반성하며 살아가는 사순시기를 보내야겠다.

김윤희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