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명예기자의 눈] 주님과 하나된 동네를 꿈꾸다 / 송재순 명예기자

송재순 명예기자
입력일 2011-12-14 수정일 2011-12-14 발행일 2011-12-18 제 2775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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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순 명예기자
약 10년 전 우리 집 뒤편 동네에서는 낙후된 건물 가구 수를 모아 재개발을 시작했고, 얼마 전 드디어 아파트 한 동이 분양을 마쳤다.

이웃에 있던 한 가족은 재개발 보상비를 받지 않고 아파트 입주를 희망했으나, 건축비 상승으로 시공사가 바뀌면서(법에 호소해도 다른 시공사가 완공했기 때문에) 한 푼도 받지 못하고 땅 60평만 날리는 신세가 됐다.

내가 사는 안양시 곳곳에 ‘뉴타운’이나 ‘재개발’로 계획된 곳이 여러 곳 있으나 정당한 보상은커녕 앞으로 살아갈 걱정을 해야 할 형편에 놓인 이들이 꽤 많다.

특히 자식들을 키우고 가르치면서 미래의 노후생활을 생각할 틈도 없이 사신 어르신들은 보상을 받는다 해도, 세놓은 돈을 챙겨주면 전세 얻을 금액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고 말한다. 더구나 세를 받아 생활하셨던 어르신들은 이제 당장 먹고사는 생활고까지 걱정해야 할 형편인 것이다.

재개발을 통해 도시를 정비하고 깨끗하게 만든다지만, 자녀를 키우고 가르치는 와중에 일궈낸 보금자리는 ‘늙어서 서러운 아픔’으로 그들 가슴에 시퍼런 아픔만 남기고 말지도 모른다.

전세금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듯 치솟고, 그마저도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는데, 재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오늘도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이다.

경남 통영의 ‘동피랑 마을’처럼 주민의 반대로 재개발이 무산되었지만, 동네에 그려진 벽화로 전국 관광 명소가 된 곳도 있다.

물론 그곳은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자연의 특혜와 이순신 장군의 유적지 등이 있다지만, 주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재개발’은 그 누구를 위한 ‘개발’도 아니라는 생각이 재개발을 막은 덕분이었다.

무분별하고 획일화된 ‘재개발’보다는 주민과 동네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수렴하여 누구에게나 환영받을 수 있는 ‘개발’만이 또 다른 ‘동피랑 마을’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민과 하나된 동네를 말이다.

송재순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