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전교주일 기획 Ⅱ] 한국교회 선교 운동의 현재

이우현 기자
입력일 2011-10-19 수정일 2011-10-19 발행일 2011-10-23 제 2767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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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선포, 우리 모두의 으뜸 사명입니다”
선교가 남의 이야기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실천 위해 본당·교구 교육 받는 것도 유익
사제·신자 서로 소통하며 꾸준한 노력 필요
그때에 나는 이렇게 말씀하시는 주님의 소리를 들었다. “내가 누구를 보낼까?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가리오?”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하고 내가 아뢰었다.(이사야 6, 8)

우리는 교회의 으뜸 사명이 ‘예수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세상 모든 이에게 전하는 일’이라는 것을 자명하게 알고 있다. 무엇보다 복음 선포의 사명은 교회의 자녀인 모든 신자들에게 해당되지만, 선뜻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라고 대답하고, 그 사명에 동참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의 신앙생활에 대한 반성 및 자기희생, 냉대에 대한 두려움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뒤따르기 때문. 그래서 ‘선교’는 일부 특별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말 ‘선교’는 어렵기만 할까? ‘선교’를 일상 속에서 실천할 방법은 없을까?

가톨릭신문은 전교주일을 맞아 ‘선교’의 중요성을 되새기며, 교회 내 ‘선교’ 사례들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선교’에 대한 신자들의 의식을 진단, 앞으로의 실천방향들을 함께 모색하는 장을 마련했다.

▧ 선교 열기 - “가서, 복음을 전하라”

한국교회는 이미 오래 전부터 복음 선포의 기반을 닦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교회의 태동을 알린 신앙선조들이 선교의 모범이 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고(故) 김수환 추기경과 고(故) 이태석 신부 등이 보여준 신앙적 가르침 또한 우리 이웃들에게 신앙을 알리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

지금 우리 교회 안에서도 그 모범을 따르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대교구(사목국 선교전례사목부)는 선교학교 운영과 함께 선교교육을 진행, 본당 공동체는 물론 신자 개개인에게 선교 의식을 고취시키는데 적극 앞장서고 있다.

아울러 서울대교구는 최근 늘어나고 있는 냉담교우 문제에 주목하고, 냉담교우 회두를 위한 선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교육은 ‘냉담교우가 생기는 원인’을 찾는 이론 수업과 ‘냉담교우를 다시금 하느님께로 인도하는 방법’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실습 및 사례 공유 수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실제 본당 공동체는 이러한 선교교육을 바탕으로 선교에 대한 자신감을 얻고 선교운동에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서울대교구 오류동본당(주임 이재룡 신부)은 본당 공동체의 관심 속에서 한 신자당 예비신자 1명, 냉담교우 1명 등을 모셔오는 ‘1+1 운동’, ‘오류역 일대 환경정화’ 등 구체적인 선교운동을 진행해왔고, 그 위에 내실을 다지기 위한 전 신자 선교교육을 실시했다.

김경애(유스타) 본당 선교분과장은 “선교교육 이후 움츠렸던 마음에서 탈피, 새로 만나는 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게 됨은 물론, 자신감이 생겼다”며 “서서히 선교운동에 대한 결과들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을 지켜보면서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이러한 본당 공동체 및 단체의 선교 운동 참여는 단지 일부 본당만의 사례가 아니다. 서울대교구 송천동본당(주임 이찬일 신부), 시흥동본당(주임 주수욱 신부) 등의 경우를 비롯해 서울 강남 꼬미시움 등에서도 선교교육을 통해 다채로운 선교의 결실을 맺었다.

또한 청주교구는 선교사목국을 통해 선교학교를 진행하는 등 ‘선교’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청주교구의 선교학교는 본당 신부 추천을 받은 평신도 남·여를 대상으로 평신도 사도로서 본당 봉사자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구약·신약 성경 및 기초신학, 그리스도론, 공의회문헌, 평신도사도직 교령, 선교교령, 교회론 등의 교과과정을 갖추고 있다.

아울러 수원교구 내 천지의 모후 레지아도 선교학교를 운영, 교구 선교봉사회와 함께 각 본당 꾸리아, 꼬미시움을 기반으로 하는 본당 공동체의 선교방향을 제시하는 데 힘쓰고 있다.

대전교구 또한 교구장 유흥식 주교가 세운 사목지침서를 바탕으로 소공동체가 중심이 되는 활발한 선교운동을 보여주고 있어 눈길을 끈다.

아울러 미래사목연구소(소장 차동엽 신부)의 선교 관련 연구 및 교육과정 역시 이미 많은 이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미래사목연구소의 ‘선교 훈련 시그마 코스’는 복음을 이해하고 체험하는 선교 동기, 실제 복음 전달 방법을 익히는 선교 능력, 선교 실습으로 진행되는 선교 전략을 각각 훈련해 나가는 선교 봉사자 전문 교육 과정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 미래사목연구소가 선교 관련 연구와 교육 역량을 ‘3원리 9방법’으로 집약해 내놓은 ‘민들레 선교’도 실생활 속 선교운동에 직·간접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이 밖에 교회 및 교구, 본당 공동체 내 소속돼 있는 국내외 선교위원회와 특수사목, 동호회 등의 선교단체들의 수만 따져보더라도 ‘선교’를 향한 교회의 인식과 그 중요성을 미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복음 선포의 사명은 모든 신자들에게 해당되는 것이지만 선뜻 동참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신자들이 많다. 이에 교회는 다양한 선교학교 등을 운영, 신자들을 독려하고 있다.

▧ 선교 진단 - “요즘, 우리는”

한국교회는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각 교구와 본당마다 다양한 선교운동을 전개하면서 상당한 결실을 거두었다.

하지만 지난 5월 발표된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10’ 자료를 살펴보면, 최근 들어 선교의 열기가 점점 옅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통계 자료는 선교 현실에 대한 한국교회의 자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되고 있다.

통계자료 중 선교활동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신영세자 수 추이에서도 지난 10년 간 영세자 수 증감률은 2005년 6.5%, 2007년 1.1%, 2009년 10.9%를 제외하면 모든 연도에서 마이너스 수치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2년에는 -13.7%까지 감소했고, 이후 -1%대에서 -5%대 사이를 출렁이던 수치는 2010년 -10.4%로 급락세를 드러냈다.

영세자 증감률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4%대로 소폭 상승하는 듯했지만, 2000년 -5.9% 이후에는 거의 마이너스 성장세를 거듭해왔다. 이는 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전 교회 차원에서 선교운동에 총력을 기울였던 것에 비해 2000년대 들어 그 관심과 노력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에 따라 선교운동에 새로운 열정을 불어넣어줄 구체적인 선교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적잖이 제기돼왔다.

통계자료에 따른 결과뿐 아니라 선교운동에 대한 본당 공동체와 신자 개개인의 인식 개선 또한 필요하다. 특히, 복음을 전하는 스스로가 먼저 내적 복음화를 이루는 것이 선교의 첫걸음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전교구 선교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정하상교육회관 관장 김석태 신부는 “하느님과 나와의 관계를 먼저 설정하고, 내가 먼저 복음화돼야 이웃들을 위해 사랑을 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본당 사제의 관심이 없으면 공동체의 선교 운동이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결과라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사제들의 관심 위에 신자들의 더욱 적극적인 참여가 더해져야 그 결실이 배가 된다는 것.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총무 양해룡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선교전례사목부 담당)는 “선교 운동은 본당 사제들이 관심을 갖고, 주도적으로 나설 때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며 “신자들도 복음을 이웃에게 알리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선교 일선에 나서야 할 본당 공동체와 신자들 사이에도 소통과 변화의 자세가 요구된다. 일각에서는 ‘변화의 흐름을 좇지 못하는 교회의 정체와 의사소통 구조의 부재’를 교회와 멀어지게 하는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요즘 화두로 떠오른 교회 내 청년 신자 부재 및 냉담교우 증가에 따른 선교 방안을 찾는 데 이러한 지적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해룡 신부는 “사회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의사소통 구조가 평등의 구조로 가고 있는 반면, 교회 내에서는 여전히 의사소통의 구조가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있다”며 “성직자로서 권위적인 모습보다 함께 소통하고, 평신도지도자를 인정, 양성함으로써 사랑의 교회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우현 기자